“86운동권세대, 언제까지 고고한 학처럼 살 수 없어”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장은 1996년에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로 정치권에서 ‘86세대’의 선봉에 섰다. 화려하게 데뷔한 김 위원장은 2002년 민주당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겨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오랜 시간 정치권을 떠났던 그가 다시 ‘정치 선수’로서 복귀를 선언했다.
 

일요서울은 내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를 선언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장을 만나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이도영 기자]
일요서울은 내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를 선언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장을 만나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이도영 기자]

- 최연소 국회의원·서울시장 후보 출신…정치 고향 ‘영등포을’ 출마 선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장은 내년에 있을 21대 총선에서 자신에게 ‘최연소 국회의원’이란 타이틀을 선사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약 18년 만의 정계 복귀다.

일요서울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인근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21대 총선 출마에 관한 포부와 현 정치권에서 주류가 된 ‘86세대’의 책임감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최근 ‘정권 책임론’과 경제 불황 등이 불거져 내년 21대 총선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내년 총선 흐름에 관한 견해는.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정당 지지율 격차는 상당 시간 동안 있어 왔다. 두 정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비등하거나 뒤집힌 적이 없다. 최근 한 1~2년간 그랬고, 총선까지도 이것이 뒤집힐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 큰 이유는 ‘한국당은 죽어도 안 찍겠다’는 비토가 50%를 넘어 압도적이다. 나는 한국당이 1당이 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국당에 질 일이 없다. 다만 지금 일본과의 관계나 경제 문제 등 국정의 책임을 지는 집권당이기 때문에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겸손하고 신중하게 잘 해야 한다. 

정치는 하루아침에 민심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한국당과 상관없이 (개인과 당 차원에서)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최선을 다하고 절제해야 한다. 실수를 안 해야 한다. 이번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유출 사건 등은 대표적인 실수 중 하나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포부를 들려 달라.

▲내가 일찍 정치를 시작해 빨리 달리는 정치를 했다. 20대에 첫 출마, 30대에 두 번 최연소 국회의원을 했다. 30대 후반인 2002년에는 여당의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 아직도 민주당에서는 내 동년배 중에 서울시장 후보가 나온 적 없다. 이게 벌써 20년 전 일이니 엄청 빨리 달렸고, 잘나갔던 거다. 

내년 총선으로만 따지면 (나는 정치를) 20년 쉬었다. 국회의원을 안 한 지도 18년이 됐다. 그 사이에 다른 경험도 쌓았고,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으로서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그간의 경험이나 자기반성 등을 딛고 다시 한 번 국가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해 출마하는 거다. 

첫째는 이제 꼭 다시 일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둘째는 ‘잘할 것 같다’는,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전보다는 비교적 나름대로 준비가 더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18년 동안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쉬지 않고 공부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이것들을 잘 쓰임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해당 지역은 현재 같은 당 신경민 의원(재선)의 지역구다.

▲‘현역 의원들 모두 경선한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경선이 있을 거다. 더구나 수도권은 워낙 우리 당 의원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있다고 피하면 갈 데가 없다. 

내가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내게 ‘여기 와서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영등포 지역이 정치적 고향이고, 이곳에서도 모두 나를 ‘영등포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오래 쉬었기 때문에 내가 그만뒀던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제일 자연스럽고 또 그곳에서 평가받고 싶다. 신 의원과는 공정한 방식으로 서로 경쟁하고 (국민께) 그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 된다.

-DJ 정권 때 영입된 86세대가 문 정부 들어 정치권 주류 세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권력 지향적이다’, ‘기득권이 됐다’는 비판이 있다. 50대 중반이 된 86세대에게 한마디 한다면.

▲책임감을 마음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86세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주류가 된 지 꽤 됐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주류층이 되고 있다. 그에 값하는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된 거다.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86세대는 우리 사회나 인구구조 특성상 향후 한 10년 정도 ‘책임을 지는 세대’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대안이 없는 책임 세대이기 때문에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86세대를 말할 때 ‘운동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시절에 운동을 한 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다만 지금은 학창 시절에 가졌던 어떤 꿈을 버려도 문제고, 그때 수준에 머물러 있어도 문제다. 정치는 순수성이나 이상을 실현하는 다양한 능력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언제까지나) 고고한 학과 같을 수 있겠느냐. 그건 어려운 거다. 지금은 (학생 때 가졌던) 꿈과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함과 동시에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한 다양한 실력을 더 갖춰야 할 때다. 86세대에 대한 국민이나 여론의 비판과 요구는 ‘운동권이냐, 아니냐’를 뛰어넘는, 이미 국정에 대한 책임을 맡을 수밖에 없는 책임 세대를 향한 요구라고 본다. 

-86세대는 ‘젊은 피’로 각광받으면서 이들의 관심과 지지가 컸다. 그만큼 부담도 클 텐데.

▲당연하다. 어떤 의미로서는 지금까지는 86세대가 정치권에서 훈련과 숙성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었다. 모든 인간의 성장과정이 그렇듯이, 한계도 보였지만 또 그 속에서 훈련과 숙성 단계를 거쳤다. 

스무 살짜리가 ‘잘해야지’ 라는 기대를 받는다고 해서 가장 노릇을 100% 잘할 수는 없다. 서른 살짜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그런 과정을 겪어 온 거고, 이제는 가장 내지는 준가장 역할을 할 때가 됐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해야 한다. 

-우상호 의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치권에 몸담은 86세대 동지들과는 교류가 있나. 

▲86세대에게는 그 당시 어떤 운동을 같이 했던 운동권 출신뿐만 아니라 비운동권들도 공통되게 갖는 이 세대만의 정서적 공감대가 있다. 그때 함께 운동했던 연대감이 있기 때문에 굳이 자주 얘기를 안 해도 갖는 정서적 동질감이 있다. 

현실에서 정치를 하다 보면 자주 볼 때도 있고 덜 볼 때도 있다. 이미 그 세대 내에서도 서로 경쟁이 시작된 거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인적인 친소 관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86세대라는 큰 틀에서 동질감 내지는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오랜 야인생활을 지나 민주연구원장을 맡으면서 다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루고 싶은 꿈이나 희망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나는 기본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비전이 없다면 굳이 정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공부하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다시 정치를 한다면 이루고 싶은 비전을 다듬고 있다. 

당에서 최근 연구원장을 그만 두고 맡은 포용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 역시 장기적인 국가 비전과 관련된 일이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 비전의 포용국가 개념을 갖고 한국의 외교, 통일, 경제 분야 등의 방향성을 정리하고 있다. 아마 이전에 정치할 때보다는 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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