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논의가 비등하다. 며칠 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바른미래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 비슷한 시기에 황교안 대표도 셋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 일부, 공화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당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당+바른미래당 안·유 전 공동대표 세력+공화당끼리 통합하자는 것이다. 2016년 말 분당 이전 새누리당 모습이다. 여기에 안 전 공동대표가 새로 추가될 뿐이다. 국민은 이런 보수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또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선전이 가능할까?

한국·바른미래·공화 통합으로는 지금의 정당 구도를 깰 수 없다. 한국갤럽 8월 1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40%, 무당층 24%, 정의당 9% 순이다. 민주+무당층+정의를 더한 73%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여론조사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갤럽 8월 1주 여론조사에서 한국 20%+바른미래 6%+공화 1%로 보수는 모두 합쳐도 27%이다. 현재 정당구도에서 보수통합이 최대로 얻을 수 있는 지지율도 27%를 넘기 어렵다. 보수통합이 성공하려면 민주당에서 최소 7∼8%포인트를 가져와야 한다.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으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진영 간 지지율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

국민은 여전히 한국당에 호감을 가지지 않는다. 한국갤럽 7월 1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에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반면 비호감도는 65%나 됐다. 민주당 호감도는 47%, 비호감도가 39%였다. 비호감도는 비토층으로 보면 된다. 비호감도 65%는 한국당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루어지면 호감도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안 전 공동대표 합류로 시너지가 발생할지도 의문이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선전은 2040과 호남의 지지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서 안 전 공동대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또 선거기간 내내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보수 단일화 논란이 일었다. 대선이 끝난 후 안 전 공동대표를 지지했던 2040과 호남은 대부분 그를 떠났다. 안 전 공동대표가 보수통합에 합류한다고 해도 효과는 크지 않을 이유이다.

민심은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한국당 중심의 보수를 심판했다. 근본적인 변화, 성찰과 쇄신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대표만 바뀌고 있을 뿐 그때 그 인물, 그때 그 정책 그대로다. 한국·바른미래·공화 셋을 합친 보수통합도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은 과거 회귀로 여길 것이다.

총선까지는 8개월 남았다.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해볼 수는 있다. 민심의 요구대로 하면 된다. 과거 정권에 깊이 관여했던 정치인들의 용퇴와 청산으로 인물 교체를 실현한다. 과거와 결별하는 시대 교체 선언도 필요하다. 보수 가치를 새로 정립하고 국민에게 공감을 얻는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린다. 민심과 괴리된 선명 야당이 아닌 대안 정당을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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