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종로 출마설’ 무성한데…정작 구민들 ‘금시초문’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대한민국 정부서울청사, 각국 대사관, 심지어 청와대까지. 주요한 기관은 모두 종로구에 밀집해 있다. 이로 인해 종로는 예부터 ‘정치 1번지’라는 별칭으로 분류된 지역구였다. 이 별칭은 많은 정치인들이 종로구로 눈길을 돌리게 하는 이유가 됐고, 으레 종로구에 출마한 인사의 경우 ‘다음에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정치권의 정설이다. 종로구민들의 정치적 감수성도 굉장히 높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 진영에서 다음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인물이다. 황 대표 역시 내년 총선에서 ‘종로’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 빈번하게 들려온다. 일요서울이 직접 종로를 찾아 구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 황 대표는 내년에 있을 제21대 총선에서 종로에 하마평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 황 대표는 내년에 있을 제21대 총선에서 종로에 하마평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 내년 총선 1년도 안 남았는데…황교안 거취 여전히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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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요 정부기관과 언론기관 등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곳들이 밀집해 있어 큰 영향력을 갖는 지역구다. 

또 경북궁을 위시한 고궁을 비롯해 서울 한양도성과 사직단 등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장소도 많이 포진한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사실은 종로구가 예로부터 정치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맡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종로구는 많은 정치인들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는’ 선거구다.

여기에 종로구는 윤보선(4대)·노무현(16대)·이명박(17대) 전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명성까지 얻게 된다. 

‘지역구 출마’ 압박↑…黃, 출마 여부 고심

각 정당에서도 거물급 정치인들을 이곳에 공천한다. 종로구에서 당선되면 자신의 정치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나아가 ‘대권’까지 노려봄 직하기 때문이다. 현재 거대 양당 중 한 곳인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이곳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검사 출신인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로 일하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인물이나 현재 국회의원 신분은 아니다. 즉, 황 대표는 관료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활동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는 황 대표의 정치 궤도에서 약점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황 대표가 자신의 정치력을 입증 받고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굳히기 위해선 종로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풀이다.

이와 달리 한쪽에서는 종로를 따내지 못했을 때 ‘리더십 부재’ 논란 등 황 대표가 입을 정치적 치명상을 우려해 그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에 관해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선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고 거리를 뒀다.

다만 그는 “(황 대표가) 우리 당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며 “그 중 하나가 총선 출마 즉, 직접적인 지역구 출마라고 많이들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지만 그 역시 어떤 판단이 당에 도움이 되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 직접 발 벗고 뛰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지만 정작 그는 아직까지 당 활동 외에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황 대표의 내년 총선 거취에 대한 세간의 이야기는 무성하나 그 스스로는 내년 총선까지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임에도 불구, 특정 지역구에 출마 선언이나 출마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상태다.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민심’이다. 특히 종로구는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주목 받아 온 지역구이기 때문에 구민들 역시 ‘정치 1번지’라는 별칭에 대해 큰 자부심과 높은 정치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구에 공을 들이지 않고 등한시하다 총선에 임박해 단순히 명성만을 좇아 이곳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간 쓴잔을 마시게 될 수도 있다.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설 향방은 어떻게 될까. 일요서울은 ‘황 대표 종로 출마설’에 관한 바닥 민심을 살피기 위해 지난 6일 직접 종로구를 찾았다.

종로구의 관할구역은 청운효자동, 사직동, 삼청동, 부암동, 평창동, 무악동, 교남동, 가회동, 종로 1·2·3·4동, 종로 5·6가동, 이화동, 혜화동, 창신 1~3동, 숭인 1·2동 등 총 17개 동이다.

현재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 건 6선의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15대부터 18대까지는 전북 진안·무주·장수(17대부터 임실도 선거구에 포함) 지역구 의원으로 일했다.

이후 제19대 총선에서 홍사덕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서울 종로구에 둥지를 틀었고, 이어진 20대 총선에서는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해 이곳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종로 지역구 의원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의원은 제19·20대 총선에서 이곳에 당선됐다. [뉴시스]

“종로는 정세균 텃밭…임종석·이낙연도 약해”

일요서울은 이곳에 터를 잡고 오랜 시간 살아 온 중장년층에게 주로 물었다. 이들에게 ‘종로는 예로부터 정치 1번지로 불리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대다수가 ‘그렇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요서울이 만나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황 대표의 출마설에 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운효자동에 위치한 마트 주인 A씨는 ‘황 대표 종로 출마설’에 관해 “처음 듣는 얘기”라며 “(황 대표는) 대통령 선거 나온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맞은편에서 대화를 하고 있던 B씨와 소상공인 C씨에게도 물었다. B씨는 “(황 대표는) 국회의원 출마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무총리까지 한 사람인데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느냐”고 황 대표의 총선 출마 자체를 부정했다. 

반면 C씨는 “종로는 정 의원의 표밭이다”라며 “정 의원이 다음에도 출마하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길에서 만난 D씨 역시 ‘황 대표 종로 출마설’에 관련해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D씨는 일요서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황 대표가 나와도) 당선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이 곳은 호남 지역 출신들이 잘 뭉친다”고 부연했다. 호남인들의 단합이 잘 된다는 것은 정 의원에게 강점으로 작용한다.

앞서 말했듯 정 의원은 호남에서 4선을 지낸 바 있고, 또 전북 진안에서 출생한 호남 출신 정치인이다. 

C씨와 마찬가지로 D씨도 내년 21대 총선에서 정 의원이 다시 이곳에 출마한다면 당선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이것은 이 지역에서 여권의 세가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D씨에게 종로에서 하마평이 오가는 또 다른 여권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관해서도 물었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종로구로 이사를 하는 등 이 지역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씨는 이 두 인사에 관해 호의적이었던 반면, D씨는 “좀 약하지 않나 싶다”며 조금 더 무게감을 지닌 인물이 출마하기를 바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지역·연령별 반응 달라…종잡기 어려운 종로民心
     
최근 들어 종로구에서 여권이 강세를 띠고 있지만, 이곳은 역동적인 민심을 보였기 때문에 21대 총선에서도 여당이 파죽지세를 띨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지난 15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곳에 당선됐고(이후 15대 재보궐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16대 정인봉 전 의원, 17·18대 박진 전 의원 등 보수 진영에서도 종로구를 품에 안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경남 출신이라고 밝힌 E씨는 ‘황 대표가 이곳에 출마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출마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E씨는 “이곳은 호남 사람들이 많아 경남 지역은 세를 못 쓴다”며 “(그렇기 때문에) 황 대표가 출마하면 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서 5년께 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F씨는 ‘황 대표 출마설’에 관해 “매스컴에서 들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요서울이 ‘하지만 많은 종로구민들이 정 의원이 또다시 당선될 것이라고 보는가’고 묻자 “이 동네(청운효자동)에는 나이 많은 분들이 있어서 (그건) 잘 모르겠다”라고 거리를 뒀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서는 여권 우호도가 우세했지만 연령대에 따라서는 보수 성향을 지지하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종로에서 쭉 살아온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80대 여성 G씨는 “황 대표가 (이곳에) 출마할 거다”라며 “나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황 대표는 사람이 온순하다”며 개인적인 선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요서울이 최근 종로구에서 여권이 우세하지 않느냐고 되묻자 G씨는 “호남 사람이 많아서 그런다”며 “그래서 정 의원이 재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DJ 정권부터 호남 사람들이 이곳에 많아지기 시작했다”면서 “예전엔 아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자천타천 보수진영의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대권의 입구라 불리는 ‘종로구 출마’ 여부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황 대표의 총선 출마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그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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