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5일에 실시될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어서 그 어느 선거보다도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의 연정, 연대와 협치가 있을 법도 했지만, 다가오는 총선에서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여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당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 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텨 왔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그 충격의 여파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한정된 의석을 가지고 특정 정당이 의석을 늘리게 되면 다른 정당은 그 만큼의 의석을 잃게 된다. 그래서 각 정당들은 선거에 임하면서 자신들의 전략지역을 선택하게 되고, 그 전략지역을 잘 관리하여 국회에서 다수당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거에서 전략지역으로 선택한 곳은 대구·경북(TK)지역인 것 같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관계자가 “다음 총선에서 우리 당이 가장 역점을 두는 지역은 TK가 될 것”이라며 “총력을 기울여 정책과 인물을 TK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잘못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경쟁하는 상대의 가장 강한 곳에서 승리하게 되면 그 승리의 효과는 배가되기 때문이다.

역으로 TK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강세를 이어왔던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수성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과거 TK지역에서의 선거는 거의 부전승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진검승부를 해야 할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TK목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어떠한 전략으로 승부에 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먼저 도전하는 입장의 더불어민주당은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퍼붓겠다고 한다. 그리고 발 빠르게 히든카드 한 장을 선보였다. 그 카드는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왕수석으로 군림하고, 경제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수현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논문 표절 문제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청와대에 강력하게 요청하여 입각에서 제외시켰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여 첫 번째 TK전략공천 후보로 공개한 것이다.

김수현의 TK지역 전략공천으로 확인되는 더불어민주당의 TK지역 선거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보인다. 임기의 반을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국정운영지지도를 보이고 있고,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하면 유력한 스타 정치인을 보유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사정을 생각하면 일견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은 TK지역전략으로는 잘못된 전략이 될 것이다. 선거 전략은 전국단위의 전략이 있고, 일정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전략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TK지역에 특화된 전략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문재인의 사람으로 정책실장 재임 시에 마땅한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반년 만에 낙마한 사람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내세운다고 TK지역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TK지역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첫째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현실에 안주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일 것이고, 둘째 자유한국당이 설사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TK지역을 반문재인 지역으로 고립시킴으로써 타 지역에서의 문재인 마케팅을 성공시키겠다는 성동격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이 아직은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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