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안정화라는 과제 직면한 ‘윤왕’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후 검찰에서는 사직 바람이 불고 있다. 윤 검찰총장 취임 전후로 사직을 밝힌 검사만 해도 이미 60명이 넘는다. 전례없는 사직에 검찰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노골적인 코드인사라며 반발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물갈이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희망 섞인 기대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에 남아 있는 윤 총장 선배 기수는 총 7명

'인사' 온전히 능력 따라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 사람도

 

지난 7일에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노승권(54·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이 사직했다. 이로써 검찰에 남아 있는 윤석열(59·23기) 검찰총장의 선배 기수는 7명으로 줄게 됐다.

대구 출신인 노 검사장은 심인고·서울대를 거쳐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창원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과장·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및 대구고검 차장검사, 대구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맡다가 지난달 26일 고위 간부 인사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근무했던 지난 2016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을 수사했다.

노 검사장이 사의를 밝힘에 따라 검찰에 남아 있는 윤 총장 선배 기수는 지난 8일 기준 총 7명이 됐다. 황철규(55·19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박균택(53·21기) 법무연수원 원장 외에 김영대(56·22기) 서울고검장·양부남(58·22기) 부산고검장·김우현(52·22기) 수원고검장·이영주(52·22기)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다.

 

특수통 ‘약진’

적폐‧국정농단 수사 검사 승진

 

검사들의 줄사퇴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사단은 검찰 주요 보직을 장악했다. 검란(檢亂)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체제 진용이 완성된 것이다. 윤 총장부터 차장검사까지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고검검사급 검사 620명, 일반검사 27명 등 검사 647명에 대한 인사를 8월 6일 자로 단행했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 취임 이후 검찰 인사에서 특수수사 전문 검사들의 ‘약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윤 총장 본인부터 검찰 내 유명한 특수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가 지난달 26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승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총장 지휘 아래 ‘적폐’ 수사를 이끌어 온 박찬호(53·26기)·한동훈(46·27기) 전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발탁됐다. 각각 20대 총선 등 정치 관련 수사와 전국 부패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이날 중간 간부급 검찰 인사에서도 특수통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발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국내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검사 4명 중 3명이 특수수사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자용(47·28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각종 고소·고발 사건 등 민생 밀접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1차장검사직을 맡는다. 그는 윤 총장과 함께 ‘국정농단’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바 있다.

신 과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법무부에서 근무할 때는 ‘대윤(윤석열)-소윤(윤대진)’으로 불리며 윤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55·25기) 수원지검장과 호흡을 맞췄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특수부를 맡았던 신봉수(49·29기)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송경호(49·29기) 전 특수2부장도 나란히 2·3차장검사로 각각 자리를 옮긴다. 이들은 각각 서울중앙지검의 공안·선거·노동 사건과 특수수사 사건을 지휘하게 됐다.

신봉수 전 부장검사는 특수1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해 고위 전·현직 법관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에 앞서 첨단범죄수사1부장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던 송경호 전 부장검사는 3차장검사직을 맡으며 계속해서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그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DAS 관련 뇌물 및 소송비 대납 등 의혹 수사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

공정거래 범죄 사건을 전담해 온 구상엽(45·30기) 부장검사는 특수1부장으로, 박영수 특검팀에서 최순실 씨를 조사했던 고형곤(49·31기) 남원지청장은 특수2부장으로, 광주지검 특수부장을 맡았던 허정(46·31기) 부장검사가 특수3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및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47·32기) 전 원주지청 형사2부장은 특수4부장으로 중앙지검에 돌아왔다.

중앙지검뿐만 아니라 검찰 요직 곳곳에 특수통 검사들이 배치됐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호흡을 맞춰 온 양석조(46·29기)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 선임연구관으로, 김창진(45·31기) 전 특수4부장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으로 전보됐다.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의혹 민·군 합동수사단 공동 단장을 맡았던 노만석(49·29기) 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서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한 정희도(53·31기) 부장검사는 대검 감찰2과장을 맡게 됐다.

 

‘공안·강력통’ 검찰 소외

실무자 중간 간부급 많이 떠나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 위주 중용에 반발이 이어지면서 검찰 조직이 어수선한 게 사실이다. 윤 총장이 전임보다 연수원 5기수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인사였던 만큼, 중간 간부 인사에서의 ‘기수 파괴’ 영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중간 간부에 해당하는 고검 검사급 인사 발표 이틀 만인 전날 추가로 검사 26명에 대한 인사 이동을 냈다.

이는 일선 청의 지청장과 차장·부장검사 등 보직으로 발령 난 검사들이 인사 직후 사의를 표하면서 공석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법무부가 추가 발표한 의원면직만 21명으로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까지 더하면 지난달 31일 중간 간부 인사 이후 30여명의 검사들이 사표를 냈다. 검사장 등을 포함해 그 이전까지 합하면 규모는 60여 명에 달한다.

이번 인사에서는 윤 총장과 과거 함께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이 대거 요직에 발탁됐다.

반면 ‘공안통·강력통’은 소외됐으며, 현 정부 관련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사건을 맡았던 수사 지휘부나 기존에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를 하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상대적으로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 임명으로 검찰총장 기수가 낮아진 것은 물론 간부들까지 기수의 폭이 커지면서 줄사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년에 비해 ‘기수 파괴’로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수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검사들이 보직을 맡았어도 인사 이후 잇따라 사표를 내는 등 파동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온전히 능력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 의견들도 나왔다. 자연스럽게 검사들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이 새 진용을 갖추는 것과 함께 조직 안정화라는 과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윤 총장 임명 후 선배 기수의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의 대규모 용퇴가 우려됐지만, 오히려 실무자인 중간 간부급들이 줄지어 검찰을 떠나면서 조직을 추스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