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경제 대혼돈…한반도 대응 `집중 점검`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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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에 이어 백색 국가 제외 방침으로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러는 사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환율마저도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칫 악재가 겹쳐 최악의 위기로 이어지는 `퍼펙트 스톰(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도 우려된다. 정부와 기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편집자주]

일본제품 안 팔아요…일본 맥주 한 캔에 100만 원?
재계 "비상한 각오로 정부와 협력" 제재 철회 촉구

일본이 지난달 수출규제에 이어 백색국가 제외 뜻을 밝히면서 한국도 반격 채비를 갖췄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피아) 파기 카드로 경제 안보상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위기 극복…. 경영 전면 나선 총수들

주요 대기업들도 이번 사태는 장기화할 것이라며 위기 극복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 움직임 이후 발 빠르게 일본을 다녀왔다. 이후 삼성전자 주요 사장단에게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주문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사장단 비상경영 회의를 여는 등 종합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부터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의 주요 사업장을 돌며 직접 점검하는 등 현장경영을 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은 그룹 최고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는데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직접 주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한다.
SK그룹은 계열사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이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 수출 제재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LG그룹은 계열사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갔고,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그룹 또한 비상상황에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일본의 수출규제 원상복구 및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해 비상한 각오로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도 나섰다.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한 달 만에 반 토막 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일본 맥주 수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인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로 전월(790만4000달러) 대비 45.1%나 감소했다.

특히 역대 7월 수입액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11년 동일본 지진, 원전폭발사고 여파로 일본 맥주 소비가 줄었다가 회복세를 보인 2015년(502만 달러)보다 올해 수입액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점포는 일본 맥주 한 캔에 100만 원에 판매한다는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하기도 했다.

여행업계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 타격을 정면으로 맞았다. 여행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7월 4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일본 여행 관심도는 매주 평균 14% 포인트씩 감소, 7월 4주차에는 `일본 여행에 관심이 적어졌다`는 응답이 무려 75%에 달했다. `관심이 켜졌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극장, 서점가, 방송계 등 문화계로도 불매운동이 전방위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 7월 초부터 지난 2일 화이트 규제가 발표된 직후까지 일본도서 판매량(예스24 집계)을 보면, 평소 인기 있던 책들이 20~30%에서 많게는 60% 가까이 판매가 줄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히가시노 게이고 등 대형 작가들 작품도 불매운동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일본 불매운동과 애국심, 잘 구분해야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반일감정에서 비롯된 국내 경제활동 위축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싸움이 아베의 반한감정에서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화이트 리스트 배제와 관련,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가 찬성했다고 한다. 그게 일본 국민의 정서다. 싸우자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다. 일본은 부품 소재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국내총생산(GDP) 경제규모도 우리나라의 3배다. 그런데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며 일전을 다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알려졌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 전문가 리포트로 일침
`일본, 한국 경제보복에 따른 후폭풍 받을 전망`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 전문가가 지난 5일 발표한 경제 전망리포트가 주목받는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향후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수출 규제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는 공작기계와 화학제품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이다.

지난 5월까지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품목 중 반도체 제조장비는 12억1200만 달러로 규모로 가장 크고, 정밀화학 원료(6억7100만 달러), 화학공업 제품(4억7500만 달러) 순이다.

이들 품목은 중견, 중소 제조업체 의존도가 높아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여,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더욱 확대하며 당분간 한국증시의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일본은 아시아 내 후발국가들의 성장에 따른 동북아 정세 변화를 견제하기 위한 준비된 대응에 첫발을 내디뎠다. 즉,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국제 공급망의 파괴로 이어지며 4/4분기부터 일본기업의 피해가 두드러질 것이다"라며 "10월 소비세 인상(8%→10%, 소비위축 요인)을 확정함에 따라 4/4분기 경제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문 전문가는 "결국 일본의 한국 경제보복에 따른 후폭풍은 먼저 일본증시 하락으로 나타나며, 그동안 증시에서 받아온 프리미엄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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