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940조 원 규모` 채권시장에 칼날 겨누나
검찰, `1940조 원 규모` 채권시장에 칼날 겨누나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9-08-09 17:13
  • 승인 2019.08.09 18:31
  • 호수 1319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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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불법거래...업계 전반 수사 불가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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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검찰의 칼끝이 채권시장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채권 불법 거래 의혹과 관련해 복수의 회사가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 직원은 문어발식으로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채권시장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지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관행으로 묵인됐던 일까지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채권업계가 노심초사다.

 채권 파킹 및 금품수수가격 담합 사례 수면 위로 떠올라
 금투업계, 고객 신뢰 회복 자정 결의대회 개최했다지만 `씁슬`

일반인들은 채권을 그저 `원금과 이자를 적어둔` 종잇조각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 종류와 규모는 늘 주식시장을 압도해 왔다. 현대의 한국 채권시장은 2만 종 넘는 상품을 파는 대형상점과 비슷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그 규모가 1940조 원에 달한다. 한 달 거래대금은 400조 원, 건당 기본 거래단위는 100억 원이다.

검은 거래의 관행...대대적 수사 착수

최근 검찰은 채권 파킹거래로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채권파킹이란 매매를 확정했지만, 매수자가 자금이 부족할 때 채권을 잠시 중개인에게 맡겨두고 시간이 지난 후 결제를 하는 거래 형태로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중개팀은 파킹거래를 통해 거래지점 한도를 임의로 확대할 수 있어 금리 하락기에는 매수 거래지점을 한도 이상으로 불려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예상과 달리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 중개팀의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달 30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채권중개인 A씨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2012년부터 2015년 업계 지인이 차명으로 설립한 자문사를 이용해 이익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 등은 이를 통해 3년여간 적지 않은 수익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규모에 대해선 관측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씨의 전 직장에서는 감사 중 정황을 파악하고 그를 퇴사 조치했다. 이후 다른 회사에서 채권 중개업무를 지속하다 검찰 수사망에 잡혔다.

A씨 등은 이와 관련해 과거 이미 한 차례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 증거불충분으로 수사가 마무리되고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 거래를 둘러싼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본지는 지난 7월 5일 자 온라인판을 통해 `파킹거래 의혹이 불거진 1600억 원대의 중국 기업 어음 부도 사건 전모`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어음 유통 과정에서 중국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의 뒷 돈을 받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회사도 함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수사기관이 개인이 아닌 증권사 법인에까지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8일 한화·이베스트증권이 현대차증권(500억 원), BNK투자증권(300억 원), KB증권(200억 원) 등 국내 6개 증권사에 총 1600억 원대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팔면서 시작됐다.

한화·이베스트증권은 특수목적회사(금정제십이차)를 세운 뒤,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CERCG캐피탈)가 발행한 회사채 1억5000만 달러어치(약 1646억 원)를 담보(기초자산)로 해당 어음을 발행해 판매했다.

그런데 어음을 판 지 3일 만에 CERCG의 또 다른 역외 자회사(CERCG오버시즈캐피탈)의 회사채가 부도를 맞았다. CERCG 본사의 지급보증이 실행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똑같은 구조로 CERCG의 지급보증을 받아 발행된 이 사건 어음도 자연히 부도 위기에 몰렸고, 실제 지난해 11월 9일 이 어음이 만기를 맞자 CERCG캐피탈은 원리금을 채권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CERCG 본사는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아 해당 회사채와 어음은 부도가 났다.

이에 피해액이 가장 컸던 현대차증권은 애초에 상품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두 증권사 직원들을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검찰은 미공개정보 이용과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의 총수익스와프(TRS)와 전환사채(CB) 등의 거래 과정에서 파킹 등 위법 행위와 관련해 조사하고 있다.

"생존하려면 고객 신뢰 우선시돼야"

업계에서는 최근의 일련의 채권중개인들의 일탈로 검찰에 소환되는 일이 빈번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됐다는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연루된 다른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관련 인물들이 줄줄이 소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파킹 사태 이후 채권업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다시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자정 의지를 표명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지만 일각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일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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