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유승민, 미치고 환장할 얘기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른바 나경원發 보수통합 시나리오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과 통합 안 하면 우리당은 미래가 없다”며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계획을 말했다. 기사가 보도되자 자유한국당 내부는 물론 바른미래당까지 난리가 났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은 90회 방송에서 관련 주제에 관해 토론을 진행했다.

 

박종진 “방향은 정확히 잡은 것 같다”

조대원 “도와주는 게 아니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90회는 지난 8일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일요서울신문 본사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이날 방송에는 박종진 앵커를 비롯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조대원 자유한국당 고양시정 당협위원장, 유재일 정치평론가가 출연했다.

 

나경원의 유승민 러브콜?

유재일 “엘리트성 복원”

 

나경원 원내대표는 중앙일보 기사 보도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인터뷰에 대해 “평소 생각”이라며 “지금 특별한 시기적 배경이 있는 건 아니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반대하는 우파의 가치들을 같이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하는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과 보수 통합을 사전에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 저는 우파의 생각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하고는 늘 열린 자세로 대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른미래당의 당대 당 통합을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말씀은 아직 드릴 정도가 아니다. 시기적으로 지금 당장 못 박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이란 뜻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다만 큰 틀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의 공개 러브콜에 유승민 의원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에서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는 유 의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어 보이지만 패널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종진 앵커는 나 원내 대표의 말에 대해 “방향은 정확히 잡은 것 같다. 이건 2~3년 전부터 계속 주변에서 했던 얘기다”라며 “바른미래당에서 손학규 대표가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유승민 의원의 발언을 얘기하며 “나랑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유승민 의원 영입을 묻는 박 앵커의 질문에 조대원 당협위원장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은 “유승민 의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미치고 환장할 얘기다”라고 했다.

조 당협위원장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더 힘들게 만들었다”며 동조했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승민 의원을 끌어안으려는 것은 엘리트성의 복원이다”라고 분석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부족한 전문성을 전문가 또는 엘리트 영입으로 극복하려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최근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불붙은 바른미래당 권력 싸움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마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비당권파 수장 격인 유 의원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유승민 전 대표와 그 계열이 나 원내대표 혹은 한국당과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고 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라며 “유 전 대표도 솔직히 이야기해야한다. 제대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최고위원은 “보수에 있어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진심”이라며 “중앙일보 기사를 쓴 기자가 강찬호 기자다. 본인이 보수통합에 관심이 많다”고도 분석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 [뉴시스]
나경원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 [뉴시스]

정치판에 홍정욱 소환?

조대원 “새로운 인물 있어야”

 

이날 방송에서는 홍정욱 전 의원도 소환됐다. 홍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최근까지 헤럴드 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보유한 미디어그룹 헤럴드 회장으로 지내다 매각했다.

홍 전 의원이 언론사를 매각하자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정계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 전 의원은 약 7년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지만 러브콜은 계속돼 왔다. 지난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에는 홍 전 회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방송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세력이 아이콘 정치를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찾은 사람이 황교안 대표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종진 앵커는 패널들에게 홍정욱 전 의원은 어떤지 물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홍정욱 전 의원이 올 거라 생각 안 한다”고 단정했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도 “안 할 거라고 본다. 그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정치를 하나”라고 말했다.

조대원 당협위원장은 “새로운 인물이 있어야 한다”며 새 인물 찾기에는 동의 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전제조건으로 “적어도 청문회 통과하지 못하는 5대 문제, 병역‧재산형성 과정‧자녀 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언어를 써야 하고 마지막으로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

“당원정치 개념 새로 정립돼야”

 

토론에서는 우리나라 정당의 당원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당원정치라는 개념 자체가 새로 정립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당원 정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도 “당원들이 완장을 찬다. 사람 패대기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박종진 앵커가 어느 당이 그러냐고 질문하자 출연자 세 사람은 한목소리로 “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밖에 유 평론가는 방송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출세한 사람들이 정치를 왜 하냐”며 “옛날엔 정치가 출세한 사람의 훈장 같은 거였는데 (이제는) 청문회 겪어야 하지 사람들 다 비위 맞춰 줘야 하지”라며 힘들어져 “정치적 충원의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지금 한국정치는 민주주의가 망하는 케이스로 가고 있다. 굉장히 위기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종진 앵커도 “대중정치, 선동정치. 포퓰리즘이 만연하면 바로 민주주의의 패악이 드러난다”며 “정치학의 맨 마지막이 민주주의의 멸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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