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21대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과 비슷한 공천 흐름이 벌어지고 있어 공천 패러독스’(시간 모순), ‘공천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여의도에 회자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거대 여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김종인 비대위 대표 카드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물갈이 통해 원내 1당이 된 사례가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180석 이상 얻을 것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비록 한 석 우위지만 원내 1당이 됐다. 당시 민주당 공천은 김 비대위원장의 진두지휘로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과 여론조사전문가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이 공천을 좌지우지해 보이지 않는 손논란 속에서도 선전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해찬 당대표를 중심으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여론조사전문가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 20대 이철희-김헌태 친노강경’ ‘범친노 정세균계솎아내기
- 21대 총선 친문 주류’, ‘출신’ ‘충성맹세 비문공천설 확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앞두고 공천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되는 것을 말한다. 공천 평행이론이란 20164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최일선에 있던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과 2020421대 총선을 맞이하는 이해찬 당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의 공천 행태가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 정치권 조어다.

선거 역사상 첫 외부인사 전략기획위원장 임명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려 민주당의 공천과정을 보자. 당시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김한길 두 인사가 탈당하고 여기에 공천 탈락을 우려한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등 호남계 인사들이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면서 총선 패배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문재인 당대표는 백의종군을 선언, 2선으로 후퇴하고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 대표로 영입해 전권을 내줬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박영선 비대위원을 필두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 및 공천심사위원을 내세워 공천을 좌지우지했다. 특히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과 김헌태 정세분석 본부장이 공천탈락자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당시 이 본부장과 김 본부장은 김 대표의 사람.으로 분류됐다. 이 본부장과 김 본부장 두 인사 간 친분도 깊었다. 김 본부장이 대표로 있던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에서 이 본부장은 수석 애널리스트로 함께 일한 바 있고 박근혜 현상이라는 책을 공저하기도 했다. 이런 두 사람이 총선 전략기획파트 수장과 여론조사 실무를 맡아 호흡을 맞춰 김종인-문재인표공천 밑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직책이었다.

당시 공천 중 화제가 된 것은 친노 좌장이던 이해찬 의원과 강성 친노의 상징이자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시킨 일이다. 올드 친노 유인태 의원과 친노 강경파인 최재성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공천 유탄을 맞은 또 다른 그룹은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다. 전병헌, 오영식, 이미경, 강기정, 이상직, 유대운, 박민수 의원이 컷오프 내지 경선 패배로 밀려났다.

반면 친문재인계로 알려진 전해철, 홍영표, 윤호중, 박남춘 의원 등은 단수 공천을 받았고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 백원우 전 의원, 정재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원외 인사들도 무난히 공천을 받았다. 무엇보다 문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영입한 인사들 다수도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았다. 대표적인 인사가 표창원, 김병관, 박주민, 조응천, 김병기, 이철희, 서형수 의원 등이다. 비주류였던 송영길, 박영선, 이종걸, 추미애 의원 등 역시 공천을 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의 경우 여론조사 전문가로 공천관련된 당의 여론조사를 총괄했다. 공천 탈락한 친노 강경파들로부터 숨겨진 공천 실세라는 의심을 받았다. 김 본부장의 경우 경성고 동문인 비례대표 출신 김기식 의원의 공천을 위해 여러 지역구에 여론조사를 돌리며 사천' 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 서영교 의원의 지역구인 중랑갑, 유승희 의원의 지역구인 성북갑 등에 김기식 의원을 대입해 여론조사를 돌려 해당 지역구 의원을 긴장케 만들었다.

이에 친노 핵심 정봉주 전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정컨대 김헌태 공관위원이 정청래 찍어내리기 자료와 근거를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정청래 의원 지역구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컷오프 발표가 나기 얼마 전 그 지역에 김기식 의원에 관한 지지를 묻는 여론조사가 돌려졌다. 김헌태 씨와 김기식 의원은 경성고 동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시민·정봉주·최재성, “이철희·김헌태 보이지 않는 손

이철희 의원, 뉴시스
이철희 의원, 뉴시스

불출마 선언을 한 최재성 의원 역시 지난 20163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공천과정을 놓고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김종인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분들이 있다면 이번에는 많은 성찰을 해야 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유시민 전 의원도 당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이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라며 최재성 의원이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그들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면 고소하시라고 말했다.

사실상 공천 탈락한 친노계 인사들은 이철희 본부장과 김헌태 본부장이 김종인 대표의 암묵적 지시에 따라 사심공천을 하고 있다고 본 셈이다. 특히 김헌태 본부장의 부친이 5공화국에서 청와대 사정수석과 법제처장을 역임한 고 김종건 씨로 부친과 김종인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점도 보이지 않는 손논란을 부추겼다.

급기야 정청래 의원은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심 공천 5인방으로 김종인, 박영선, 정장선, 이철희, 김헌태를 지목해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된 이후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김헌태 본부장 겸 공관위원은 민주당 비례대표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철희 본부장만 받아 금배지를 달았다.

한편 김 본부장은 친노의 공세가 심해지자 323일 당 정세분석본부장과 공관위원을 사퇴하면서 더 이상 인간적으로 힘들다그동안 회사에 신경을 많이 못 썼는데 빨리 추슬러야겠다고 정치권을 떠났다.

21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공천 흐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단 당시 당 대표 권한을 넘겨주고 인재영입에 올인한 문재인 당대표는 대통령직에 올랐다. 반면 문재인-김종인공천 합작품에서 컷오프된 이해찬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해 현재 당대표직을 맡고 있다. 또한 김종인 대표는 없지만 그 자리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직에 오르면서 총선병참기지화를 선언하고 부원장에 김영진 의원, 이철희 의원, 이재정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임명해 친문 위주의 진용을 갖췄다. 김헌태 전 본부장 역으로는 정치컨설팅업체이자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윈지코리안 대표 이근형씨를 전략기획위원장이자 당연직 부원장으로 만들었다.

20대 총선이 김종인-이철희-김헌태 라인이었다면 21대 총선에서는 문재인-양정철-이근형 라인으로 대체된 셈이다. 20대 총선에서는 문재인-김종인 두 인사가 전략적으로 한배를 탔다면 지금은 이해찬 당 대표와 문 대통령을 대신한 양정철 원장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셈이다. 이 대표는 당시 문재인 대표와 마찬가지로 인재영입은 직접 챙기겠다며 양 원장에 견제구를 날린 상황이다.

20대와 21대 공천 평행이론의 핵심은 역시 이철희-김헌태와 양정철-이근형 두 인사다. 이철희 김헌태 두 인사는 명실상부한 김종인맨이다. 양정철-이근형 두 인사는 친문 핵심이다. 양 원장은 전략가이자 정권 코디네이터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철희 의원 역시 김한길 전 의원을 보좌하면서 전략가적 면모를 과시한 전력이 있다.

김헌태 전 본부장이 여론조사와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며 실무 전문가라면 이근형 위원장 역시 정치컨설팅업체 대표이자 여론조사 전문가다.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여론조사비서관으로 일한 바 있다. 19대 대선때 문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본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면서 친문이 됐다. 양 원장과는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했다는 점에서 두 인사 간 친분 역시 남다르다.

비문 중진 공천 물갈이 현실화되나...’ 전전긍긍

양정철 원장, 뉴시스
양정철 원장, 뉴시스

결국 21대 총선에서 친문 공천이 이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 비문 진영으로부터 나오는 배경이다. 이근형 위원장이 임명될 당시 비문 진영에서는 양 원장과 함께 이 위원장이 21대 총선 전략과 공천의 양대 축인 전략기획 업무까지 친문 인사가 장악하게 됐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특히 민주당 창당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인사가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더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핵심적인 역할은 총선 공천과정에서 경선 후보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경쟁력 평가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친문 중심의 물갈이 공천이 현실화될 공산이 높다.

대대적인 친문 공천을 위해선 현역 물갈이 폭이 커야 한다. 20대 총선에서는 호남 출신 중진의원들의 무더기 탈당과 정세균계, 친노 강경파를 공천에서 대거 배제시키면서 40%대의 공천 물갈이가 이뤄졌다.

하지만 21대 총선은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위적인 공천 물갈이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물갈이 대상인 3선 이상 수도권 중진 의원들, 특히 비문 인사들의 경우 이해찬 대표가 현역 경선 원칙을 내놓으면서 물갈이 폭이 확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치 신인에게 가점을 주고 현역 하위 25%에 감점제를 적용해도 현 경선룰처럼 여론조사 50, 권리당원 50으로 치를 경우 정치 신인이 불리한 게 현실이다.

이에 공관위에서 컷오프 시키거나 불출마 선언, 당에서 전략공천지역으로 만들어야 청와대·정부부처·공공기관 등에서 내려온 친문 정치 신인들의 국회 입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불출마 선언을 한 인사는 현재 이해찬 대표뿐이 없다. 이 대표는 전략공천은 가급적 삼가고 경선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20대 공천처럼 양정철-이근형 라인을 중심으로 공천심사과정이나 경선과정에서 지역구 여론조사, 본선 경쟁력 여론조사를 통해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시키거나 경선 탈락시키는 방법이 남는다. 험지는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해 공천을 하면 된다.

아무래도 공천 탈락자는 비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공산이 높은 게 당내 현실이다. 물론 이 대표와 양 원장이 적절한 선에서 상징적인 비문인사나 상대방 후보에 비해 현역외 대안이 없는 경우 공천을 줄 수 있다. 이종걸, 추미애, 민병두, 정성호 의원 등이 해당된다. 비문이지만 문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비문이라는 시각도 받고 있다.

결국 20대 총선과 비슷한 데자뷔가 발생할 공산이 높다. 당장 공천 탈락한 인사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고 할 것이고 양정철-이근형 두 인사가 공천을 좌지우지했다고 공격을 받을 공산이 높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라는 점 때문에 큰 반발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천 탈락해도 갈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21대 총선, 20대 총선 데자뷔...결과는 미지수

역시 비례대표 후보자들 역시 이 대표와 양 원장이 어느 정도 선에서 접점을 찾아 큰 충돌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20대와 비슷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당시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김종인계와 친문인사들이 서로 나눠먹기식으로 배분했듯 이번에도 친문과 이해찬 대표 간 적정한 선에서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천과정이 20대와 비슷하지만 당시 원내 1당에 올랐으나 21대 총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