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남, 45세)는 아내인 B씨(여, 40세)와 잇따른 부부싸움을 해서 각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A씨가 늦은 밤 귀가하였다가 성욕이 생겨 B씨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부엌용 가위를 들이대며 완력을 써서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다. 이 경우 A씨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나?

필자가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형법각론 시간이었는데 강간죄에 대해 교수님께서 열강을 하고 계셨다. 필자는 수업 전에 본 월간지 기사에서 부부간에 강간죄가 성립되는 외국사례를 본 기억이 나서 교수님에게 “잡지에서 본 바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되는 경우가 있다던데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가요?”라고 질문하였다. 교실은 잠시 정적이 감돌았고 약간 당황한 듯 한 교수님께서는 웃으시며 “부부간에는 성관계에 응해줘야 할 의무가 있으니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교실은 떠나갈 듯 웃음바다가 되었다. 물론 질문을 한 필자는 얼굴이 빨게 졌고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못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 대법원은 법적인 부부간이라도 사실상 파탄되어 더 이상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강간죄를 인정해 왔다. 그런데 필자의 도발적(?) 질문이 있고 약 28년이 지난 최근 대법원은 실질적인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실질적인 부부가 아닌 경우는 물론 정상적인 혼인 관계라고 해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관계를 갖게 되면 강간죄로 처벌받게 된다. 다만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가정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그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 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A씨와 B씨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부부관계는 아니지만 잦은 부부싸움으로 각방을 사용한 점, A가 흉기로 위협하여 폭행 · 협박으로 성관계를 맺은 점 등에 비춰볼 때 특수강간죄가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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