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샌프란시스코 교민 모금으로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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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이지현 기자] 일제 침탈의 아픔을 간직한 서울 남산 조선신궁터 부근(남산도서관 옆 회현동1가 100-266)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투쟁, 용기를 기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이 설치된다.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3시 제막식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을 시민에게 첫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막식에는 박원순 시장과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을 기증한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한일 대표·김순란 이사장, 마이크 혼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미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CWJC)' 릴리안 싱·줄리 탕 공동의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서해성 총감독과 함께 기림비 유치를 처음 기획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손자 이종걸 국회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다.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키 160㎝인 소녀 3명(한국·중국·필리핀)을 묘사했다.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평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시는 소개했다. 

작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기림비 동상을 만든 미국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민이 이 동상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에 큰 역할을 한 미 캘리포니아 비영리 단체인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시에 동상 기증을 제안했다. 교민의 자발적 모금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기림비 동상 제작이 이뤄졌다. 제작된 동상은 지난달 부산항을 거쳐 서울로 왔다. 제작부터 선적까지 일체 비용을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부담했다. 

동상 설치 장소는 조선신궁터 부근으로 정해졌다. 이곳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잘 알려진 일명 '삼순이 계단'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사이에 있다. 기림비 동상 주변으로는 안중근 의사기념관, 한양도성 현장유적박물관(공사 중) 등이 있어 초·중·고 역사교육 현장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정의기억연대는 제막식과 함께 남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의 정식이름을 선정하기 위한 시민공모를 시작한다. 

16일부터 11월30일까지 정의기억연대 누리집에서 응모 신청서를 내려받아 전자우편으로 신청하면 된다. 공식 이름을 새긴 동판은 12월 중 현장에 설치된다.

이 밖에 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둔 13일 오후 1~6시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3층)에서 한·미·일 3개국 '위안부'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201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기록·기억하고, 이를 확산·전승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전문가와 활동가, 연구자 150여명이 참여한다.

서해성 총감독은 "서울 남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설치하는 건 반인륜적 고통을 역사의 중심이자 일상의 중심에 세우는 일"이라며 "앞으로 서울 기림비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모든 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기억의 거처로 숨 쉬게 될 것이다. 함께 기억하면 그것이 역사"라고 말했다.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한일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투쟁, 용기를 기억하며 평화와 정의를 기원하는 서울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와 함께 인신매매와 성폭력 근절을 일깨우는 상징물로 후세대들의 인권의식을 향상시키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림비 건립을 통해 시작된 연대로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나가자"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서울 남산의 기림비 연결고리를 통해 식민지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물론, 제국주의로 고통 받는 세계 시민들의 연대의 장이라는 의미를 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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