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물결 이지연 공동대표 인터뷰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 [사진=황기현 기자]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보신탕’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여름철만 되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제다. 삼복(三伏) 날마다 한국 사회는 개식용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이번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2일 초복을 맞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개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2019 복날추모행동’이 열렸다.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는 개식용을 찬성하는 육견협회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말복이었던 지난 11일에는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80여 개의 동물보호단체가 모여 다시 한 번 개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육견협회의 맞불 집회는 열리지 않았지만, 기사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이 따뜻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토록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것일까. 집회에 참석했던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는 생각의 밑바탕에는 ‘종차별주의’가 있다”

“착취적 관계에서 동물 해방해야”

동물해방물결은 ‘동물이 이용당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종차별주의 철폐와 비거니즘 확산 등을 목표로 활동하는 동물권 단체다. 이들은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이나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동물해방물결은 어떤 단체인가?

▲2017년 11월에 시작된 아직은 어린 단체다. 한국에서 동물보호운동이나 개식용 반대 운동 등은 지난 십수 년동안 개진돼 왔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층에서 대두되는 종차별주의 철폐, 동물권리운동, 원천적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의 운동은 미진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됐다. 동물해방이라고 하면 1970년 피터 싱어가 책을 써서 읽어 본 사람들은 많이 알지만 대중적으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동물해방운동은 동물 애호 운동이 아니다. (동물을) 좋아하고 말고는 상관이 없고, 동물이 고통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국내에서는 동물들을 착취적인 관계로부터 해방해야 한다는 운동이 거의 없었다. 구조나 애호, 구호는 하지 않고 있다. 산업철폐를 위한 운동을 많이 한다. 법, 제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보니 집회나 대중 캠페인도 많이 하고 있다.

-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저희는 국가나 기업 후원금은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오로지 시민 후원금만 받고 있다.

- 법이나 제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그렇다. 이번 복날에 킴 베이싱어랑 같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만나고, 개식용 종식위에서 관련 법안 발의하신 의원 3분도 만났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한 공동 기자회견 같은 경우에는 만남 자체를 기사화해 대중에게 공개를 했다. 국내외 동물권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걸 퍼트렸다. 지금 동물 관련 법 중 (동물) 이용 자체들을 금지하는 건 통과된 게 없다. 해외는 모피 금지법 등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이다. 국회가 식물국회라고 할 정도로 안 열리는 것도 문제고, 농해수위는 여전히 친축산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걸 뚫는 게 가장 큰 장벽일 것 같다.

- 2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활동해 왔다. 가장 큰 성과라면?

▲넓게는 동물 해방, 종차별주의, 비거니즘에 대해 존재하지 않던 목소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동물권 운동에 엮어서 대중화시키고 있다. 저희가 했던 액션 중에 프로젝션이 큰 이슈를 만든 것 같다. (동물해방물결은 국회의사당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빔프로젝터로 국회 돔에 구호를 투사한 적이 있다) 경내 시위가 불법이라 그렇게 한 건데 이슈가 됐다. 최근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조명시위가 확산 중이다. 이런 운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풀이 작다.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특단의 방식이 필요하다.

- 휴가철이 지났다. 매년 휴가철마다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다.

▲올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고 있다. 근본적으로 시민들이 버리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결국 쉽게 사고파는 구조,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생산업계가 가장 큰 문제다. 정확하게 매년 몇 마리의 개 고양이들이 번식하고 탄생하는지 조차도 농림부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생산업이 얼마 전부터 허가제가 됐는데, 일 년에 한두 번 단속으로는 효과가 없다. 많이 사는 사이 또 그만큼 버려지고, 재입양이 되지 못하고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한다. 획기적으로 생산을 줄일 방법을 정부가 찾아야 한다. 또 개식용이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 산업도 굴러간다. 우리나라에서 개의 위치는 개 농장에 있다가, 구조돼서 집에서 살았다가 또 버려지면 보신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처벌을 안 받는다. 번식장에서 태어나서 펫샵까지는 합법적으로 갔다가 입양이 안 되는 경우, 파양당한 경우 개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국은 펫샵에서 6개월 미만의 개 고양이는 판매를 금지했다. 온라인 구매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고 카페에서도 분양이 이루어지는 게 현실이다.

- 여전히 ‘동물은 동물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결국 가장 밑바탕에는 종차별주의가 깔려 있다. 인간 종에 속하지 않으면 어떤 대우를 받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이게 과거 흑인 노예나 여성에게도 적용됐던 방식이다. 고통을 받고 느낄 수 있다면 우리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비윤리적으로 대해도 되는 거냐 하면 (그렇지 않다).

- 비판도 많이 받는다.

▲비판은 항상 받는다. 알고 있다. 하지만 다 순차적인 거다. 동물도 차례가 올 것이다. 변화는 무서운 것이다. 갈 길이 멀지만 가고 있다. 비단 동물권 운동뿐 아니라 시민운동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으면 좋겠다. 시민단체 활동가를 직업으로 인정해 주는 문화, 참여 문화가 좀 더 확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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