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4주년을 맞이하는 지난 8월 15일 광화문 및 시청 광장은 우중에도 30만 태극기 물결로 뒤덮였다. ‘문재인 좌파독재정권 퇴진하라’ ‘박근혜 대통령 석방하라’는 시민들의 성난 외침을 보면서 박정희의 이성적 극일(克日)과 문재인의 감정적 반일(反日)을 생각해 본다.

언론은 정부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비판 기능이 1차적인 소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상당수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래서 언론이 불신 당하는 유투브가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이에 정부에서 보수 성향의 유투브를 가짜뉴스의 진원지라 규정하고 규제를 가하고 있다.

현 좌파정권은 반일(反日) 외교를 비난하는 보수세력에 대해 친일파, 매국노로 매도하는 매카시즘을 만들어내고 있다. 언로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이다. 천 길 높이의 큰 둑(千丈之隄·천장지제)도 사소한 개미구멍이 커져서 무너지는 것이다(以螻蟻之穴潰·이루의지혈궤). 언로를 권력의 힘으로 막겠다는 것은 정권 유지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반증이다.

목하 문 정권이 반일·친북을 선동하는 데는 숨은 목적이 있다. 집권세력들의 경제실정, 외교무능, 안보위기 등 총체적 국정파탄을 감추고 내년 총선에서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좌파정권 재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일풍(日風)’ 선거 전략이다. 이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알고 초동목부(樵童牧夫)도 알고 있다.

또한 문 정권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이기자”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그러한 선동에 속아 넘어간 일부 국민들이 벌이는 일본제품 불매, 일본 여행 금지, 도쿄올림픽 불참 등 감정적이고 강경한 반일 캠페인은 애국운동이 아니다.

한일관계가 파탄나면 한·미·일 삼각공조가 흔들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이 악화되어 대한민국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안보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악몽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국가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박정희는 굴욕외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이덕보원(以德報怨,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의 정신으로 1965년 한일협정을 체결해 철강·비철금속·기계·조선·전자·화학의 ‘중화학공업 6대 전략업종’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 계획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물론 경제기획원도 반대했지만 박정희는 집념을 갖고 밀어붙였다. 오늘날 한국은 박정희가 건설했던 중화학공업에 의존해 먹고 살고 있다.

이처럼 박정희는 당대의 사고(思考)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인 통찰력의 소유자였다. 국도(國道)조차 변변히 포장되어 있지 않던 시절에 고속도로를 생각했고, 경공업이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중화학공업 건설을 생각했다. 그 결과 1965년 한국의 GDP는 일본의 30분의 1인 31억 달러에 불과했는데, 2018년에는 1조6194억 달러로 일본의 3분의 1로 좁혀졌다. 이것이 바로 극일(克日)인 것이다.

지난 8월 7일,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개최한 ‘한일무역분쟁’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에 출석한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한·일 대립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정치를 위해 대외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대일관계를 희생시킨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견해를 발표했다. 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13일 ‘한·일 무역전쟁: 죄책감’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무역 분쟁으로 양국 지도자(문재인/아베)의 지지율은 회복됐지만 그들이 얻은 이익은 덧없이 단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세계의 여론도 한·일 지도자에게 부정적이다.

한·일 무역전쟁의 본질은 일본의 전쟁 범죄(강제 징용)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역사전쟁에 있다. 한·일 무역전쟁은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해방 후 건국 과정에서는 우파가 민족주의 진영이고 좌파는 공산주의였는데, 80년대부터 민족주의라는 말이 남북한 좌익세력의 무기가 되었다. 한국에 팽배한 ‘민족주의’적 사고가 북한의 대남공작 전략의 결과물이 된 셈이다.

현재와 과거가 피터지게 싸우면 미래가 희생된다. 민족갈등을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은 민족을 배반하는 이적(利敵) 집단이다. 이제 문 정부는 민족주의를 파는 친일-반일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적 관점에서 한·일 간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부국강병의 길이고 진정한 극일(克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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