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만 남은 바른미래당…눈치 보는 비례대표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뿐만 아니라 외부 문제로도 고초를 겪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총선 태세에 돌입하면서 정치 노선에 따라 또는 정치 공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수 대통합’, ‘제3지대론’ 등 정치권에서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여기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지역구 의원은 자진 탈당 시 ‘무소속’ 의원이 되지만, 이들은 자진 탈당을 하면 ‘의원직 상실’이라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13인의 향방을 가름 짓는 건 옥새권자인 손 대표이다. 손 대표가 비례대표들을 풀어줄지, 아니면 이들이 ‘바른미래당인 듯 바른미래당 아닌’ 행보를 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 현행법상 비례대표 자진 탈당 시 의원직 상실…‘상상 탈당’ 아이러니도
- ‘보수 대통합’ ‘제3지대론’ 나오지만…판가름 낼 ‘옥새’는 손학규에게


현재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당권파와 ‘물러날 수 없다’는 손 대표 사이에서는 갈등이 좀체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들은 서로의 치부를 들추는 원색적인 비난도 개의치 않는 등 나날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의원들 사이 ‘헤쳐모여’ 움직임이 눈에 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두 가지 총선 시나리오는 ‘제3지대론’과 ‘야권發 보수 대통합’이다. 공교롭게도 바른미래당은 이 두 사안에 모두 연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출당’? ‘이중생활’? “아직까진 지켜봐야”

바른미래당과 연관된 총선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지만 당에 발이 묶인 이들이 있다. 바로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 13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92조에 따르면 비례대표는 당을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득표수에 따라 선출된 이들로, 간단히 말해 ‘당에게 주어진 표’로 당선된 것이다.

현재 ‘옥새’를 쥐고 있는 것은 손 대표로, 그가 이들을 풀어주지 않는 한 ‘제3지대론’이나 ‘보수 통합론’ 같은 여러 이야기가 흘러 나와도 합류하지 못한 채 당에 발이 묶이게 되는 상황이 빚어진다.

이에 관해 한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까지) 시기도 많이 남았고 (당내에서도) 아직 가시적으로 영향력 있는 움직임이 없는 터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직접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비례대표들이 ‘상상 탈당’이나 ‘정치적 탈당’을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아직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13인 가운데 임재훈·채이배·최도자 의원 등 4명은 당권파로,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6명은 국민의당(안철수)계로 분류된다.

다만 이 가운데 당적은 두되 다른 정치 노선을 가는 ‘이중생활’을 하는 의원들도 있다. 바로 장정숙·박주현 의원이다. 박 의원의 경우 민주평화당에서 수석대변인으로, 장 의원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장 의원의 경우 지난 12일 김종회·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용주·장병완·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민주평화당 탈당’을 선언하고 대안정치 활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 의원은 ‘바른미래당’이다. 때문에 이를 두고 ‘상상 탈당’이라는 비판이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을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이 상실되니 탈당은 않되, 개인적인 정치 행보를 하는 ‘꼼수’를 쓴다는 의미다.

일요서울이 이 같은 여론에 관한 입장을 묻자 장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장 의원과 관련된 부분도 당 측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상황이 있고,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섣불리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와 더불어 이상돈 의원은 당원권 정지로 당과 거리를 둔 채 실질적으로는 ‘무소속’처럼 활동하고 있으며, 박선숙 의원 역시 당 활동은 하지 않는다.

‘출당’된다 해도… “받아, 말아?” 難題

먼저 곪아터진 문제는 ‘야권發 보수 대통합’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과 통합 안 하면 한국당 미래는 없다”며 “유 의원이 서울에 (한국당으로)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과의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의원은 “할 말이 없다”며 응하지 않고 있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바른정당계가 손학규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며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자유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대안정치와 호남계 바른미래당 의원이 모여 제3지대 신당을 구축할 것이라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각자의 헤게모니에 따라 제3지대를 원하는 이들이 있고 바른미래당 중심으로 (세를 모으자는) 이들도 있다”며 “손 대표 입장에서는 바른미래당 중심으로 모이자는 건데, 그렇게 되면 바른정당 사람들은 자기 세력이 많이 약해져 이를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손 대표도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민주당, 평화당과도 통합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연대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나는 바른미래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모아 제3의 길을 열고 대한민국을 새로운 나라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비례대표들이 각자 자신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또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다를 것이다”라며 “전반적인 분위기나 대다수가 어떻게 할 것이라는 전망은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출당을 해준다고 해도 그것을 바로 받는 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도 잘 모르겠다”며 “이런 부분도 (비례대표들에게) 굉장히 부담이 클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출당 시) 나가면 완전 바보로 만들 수도 있고, 남는 걸 의리라고 할 수도 있다”며 어떻게 프레임을 짜느냐에 따라 (출당 의원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