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조국 청문회’ 박영선·윤석열 이어 ‘黃 청문회’로 정면 돌파한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0개의 장관급 직위에 대한 개각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7명의 장관을 교체한 지난 3월 개각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각에 대해 적재적소의 인사라고 평가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에 ‘국회와 싸워보자는 얘기’라며 청문회 보이콧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이번 개각의 인사청문회는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날 전망이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 등 일각에서는 조국 청문회가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처럼 ‘황교안 청문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조 후보자도 “할 말이 많다”며 청문회에서 물러날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번 청문회가 거대 양당 대권주자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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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黃, 조국 청문회 본인도 준비해야... ‘김학의 사건’ 추궁할 것”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개각 인사를 전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기부 장관 후보자에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각각 지명됐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금융위원장에 은성수 수출입은행장·공정거래위원장에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방송통신위원장에는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 변호사·국가보훈처장에 박삼득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명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주미대사에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野 “협치 포기, 몽니 인사” “전쟁 선포하는 개각”

이번 개각 발표에 보수야당은 조 후보자 임명에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내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법무부 장관 임명은 야당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개각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시끄러웠던 조국 전 민정수석을 끝내 법무장관에 앉힌 것은 국회와 싸워보자는 얘기다. 한마디로 협치 포기, 몽니 인사”라며 “친문 코드의 교수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해 ‘청와대 정부’, ‘들러리 내각’이란 문 정부의 코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는 임명 발표 후 “이제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며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겠다. 정책 비전도 꼼꼼히 준비해 국민들께 말씀 올리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발표 후 주말도 반납하며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김후곤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김수현 정책기획단장, 박재억 대변인 등으로 준비단을 구성했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법 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조 후보자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사법 개혁을 완성할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비리 척결과 부패 감시, 김 수석은 비(非)검찰·비법조인 출신으로 직접적으로 검찰 등 사법부에 관여하기 보단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에서 조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생각이 없자 야당은 청문회에서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업무능력과 태도는 물론 그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편향성을 드러낸 부분을 지적하겠다”고 말했고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논평을 통해 “문 정부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통과’의 문제가 아니라 후보자가 ‘출석’만 하면 곧 ‘임명’이라는 법칙으로 자리 잡았다”며 “인사청문회에서 국난극복 위한 면도날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 검증 실패’, ‘사노맹’ 등 현미경 검증 예고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다룬다. 민주당의 법사위 소속 의원 중 송기헌·금태섭·백혜련 의원은 검사 출신이고 박주민·정성호 의원은 변호사 출신이다. 이철희·김종민 의원은 사법 출신은 아니지만 윤석열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수비수로 역할을 하고 경찰 출신인 표창원 의원은 조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 공세를 엄호할 전망이다.

한국당에서는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김도읍·김진태·이은재·장제원·정점식·주광덕 의원이 ‘공격수’로 나선다. 특히 김 의원과 정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윤석열 청문회 당시 법사위로 사보임됐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진태생각’ 문자에서 “지난번 윤석열 청문회를 위해 원포인트로 법사위에 갔는데, 조국 청문회까지 해야겠다. 조국도 내가 잘 안다. 지난여름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조 후보자 청문회까지 법사위에서 진행하는 게 맞다. 현재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주요 쟁점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인사 검증 실패,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관련사건, 논문 표절 의혹 등이다. 또한 공직자로서 SNS를 통한 반일 여론 자극과 폴리페서 논란 등도 있다.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낙마한 차관급 이상 인사는 총 12명이다. 야당은 ‘인사검증 실패’를 두고 조 후보자를 향해 “무능하다”며 책임을 물을 전망이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문 정권의 인사 참사는 조 후보자의 부실한 검증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며 “문 정권을 무용(無用) 인사들로 가득 채워 안보·외교 불안과 경제 위기를 불러온 일등공신이 바로 조 후보자”라고 지적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논란이 된 민간인 사찰 의혹도 쟁점 중 하나다. 김 전 특별감찰반원은 지난해 1월 환경부에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4월 무협의 처분을 받았지만 검찰이 소환조사도 없이 결론을 내 야당 의원들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 검증의 대상으로 삼을 전망이다.

이은재 의원은 지난 11일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 ‘미디어워치’ 산하 기관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분석 등을 인용하며 조 후보자의 논문 중 자기 표절이 의심사례가 20편, 타인 저작물 표절 의심사례가 5편이라며 청문회에서의 질의를 예고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 측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이미 서울대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로스쿨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며 반박해 공방이 예상된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2일 조 후보자에 대해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는가”라며 “조 후보자는 과거 사노맹 관련 사건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과연 조 후보자가 이 일들에 대해서 자기반성을 한 일이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1993년 ‘사노맹’ 관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조 후보자는 현재 법무부 장관 내정 소감을 밝힌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당시 조 후보자는 자신의 SNS에 ‘죽창가’ 등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서울대 교수 복귀를 둘러싼 ‘폴리페서’(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 지적도 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박지원 의원 [뉴시스]
박지원 의원 [뉴시스]

조국 “사노맹, 할 말 많아 청문회 때 답하겠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사노맹 지적에 “공안검사적 시각”이라며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는 공안 조서를 작성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황 대표도 물러나지 않고 조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고 판단한다”고 재차 밝히며 “법무부 장관은 헌법과 법을 지키겠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뿐 아니라 그에 맞는 처신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13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사노맹’ 사건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인사청문회 때 충분한 답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SNS 활동 자제에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로 모든 문제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답을 드리는 게 기본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14일에는 “장관 후보자가 되고 나니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 저는 28년 전 그 활동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 자랑스러워 하지도 않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고 밝혀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황 대표가 계속해서 조 후보자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조 후보자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번 청문회가 거대 양당 대권주자들의 전초전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무적 능력을 검증해야 하지만 보통의 청문회는 검증 대상자에 대한 도덕적·이념적 검증이 진행된다. 한국당이 사노맹으로 조 후보자에게 공세를 가하지만 조 후보자가 이에 당황하거나 물러서지 않는다면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황 대표가 조 후보자를 향해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나”라고 발언한 데 대해 “황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이 되면 김학의 사건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것을 방어하기 위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학의 사건에 대해 박영선 장관과 법사위원 하면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에서도 질문했다”며 “황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 조 후보자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본인도 잘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과 내가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영선 장관은 청문회 당시 ‘김학의 사건’ 의혹을 알고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해당 내용이 담긴 CD를 보여주며 임명을 만류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청문회장은 순식간에 ‘황교안 청문회’로 변했고 여야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황 대표는 “내 기억엔 없다”고 일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지만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윤우진 씨를 불기소 처분했을 때 법무부 장관이 지금의 황 대표”라며 “정 궁금하다면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면 되지 않나”라고 말해 전세를 역전시키기도 했다. 이전과 같이 조 후보자의 청문회가 황 대표의 청문회로 흘러가게 된다면 황 대표는 없는 자리에서 공격받고 여당과 박지원 의원은 이를 이용해 한국당의 ‘빈손’ 청문회를 만들 수도 있다.

조 후보자가 청문회를 별 탈 없이 넘긴 후 법무부장관에 올라 사법개혁을 완성한다면 여권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한 번 더 부각된다. 지난해 12월 31일 한국당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공세를 펼치기 위해 임종석 당시 민정수석과 조 후보자를 국회 운영위원회로 불렀지만 지루한 공방전만 이어가며 청와대 해명만 듣는 ‘빈손’ 운영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청문회가 지난 청문회와 운영위처럼 청와대가 아무런 상처 없이 마무리된다면 제1야당의 대표이자 조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황 대표에게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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