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주류의 ‘조국 대통령 만들기’가 본궤도에 올라간 모양새다. 법무부장관에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국 대망론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자칫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에서 부화뇌동으로 오버해 역공을 당할 경우 ‘조국 띄우기’에 일조할 가능성도 높다.

친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 영혼까지 아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사건’으로 대권레이스에서 멀어진 사이 대타로 조국 법무부장관을 내세우고 있다. 비법조계 출신 조국 후보자를 민정수석에 앉혔을 때는 ‘사법개혁’을 위한 적임자로 활용하려고 한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친문이 내세울 만한 마땅한 대권주자가 사라지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이 지난 5월 토크콘서트장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시장과 조국 후보자를 차기 대권주자로 치켜세웠을 때만 해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통령이 굳이 무리해서 법무부장관직에 앉히고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것은 대권주자로 키우기 위한 예방주사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친문이 자신감 있게 ‘조국 띄우기’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나는 살아있는 권력인 현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와 친문 주류의 막강한 조직력이다. 당내외 독자 세력은 없지만 주류인 친문 의원들이 호위병이 돼 주고 민주당 권리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문 지지자들의 지지를 보장받는다면 경선에서 누구와 대결해도 승리할 수 있다.

아울러 조 후보자의 유력한 상대가 박근혜 정권에서 총리직과 대통령권한대행을 했던 황교안 대표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과 같은, 부산이 고향으로 호남과 대구·경북 후보에 비해 확장성 있는 후보라 점이다.

조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관련 여당은 17대 대선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로는 호남 출신 정동영 의원이 됐고, 한나라당은 박근혜 후보와 경선에서 접전 끝에 승리한 이명박 후보가, 본선에서는 정 후보에게 500만표 이상 큰 차이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친문 주류에서는 차기 대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고만고만한 통합신당 대선 후보 간 경선은 대중들의 관심 밖이었다. 반면 박근혜·이명박으로 나눠진 한나라당 경선은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재 집권여당과 자유한국당의 처지가 그때와는 정반대다.

여당 내 잠룡군은 친문 비문으로 나뉘어 치열한 경선전을 예고하고 있는 반면 야당 후보군은 많지도 않지만 이명박·박근혜 이후 이렇다 할 큰 인물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여당 경선만 통과할 경우 황 대표를 비롯해 누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은 조국 대망론의 주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호남 출신이나 TK 출신이 아닌 조 후보자가 PK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 중 하나다. 호남 출신 DJ가 대통령에 오를 당시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이인제 후보가 500만표 가까이 가져갔음에도 이회창 후보에게 40여만 표 차이로 신승했다. 물론 당시 이회창 후보는 영남 후보가 아닌 충청권 후보였지만 영남에서 한나라당 패권주의는 대단했다.

물론 조 후보자에게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차적으로는 인사청문회를 흠집 없이 통과해야 한다. 하느님도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꼼꼼한 게 대한민국 인사청문회다. 아울러 집권 말까지 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아야 한다는 점이다. 임기 말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친다면 조 후보자의 대권 도전 역시 한여름밤의 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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