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릴레이 팩트체크] 에너지 순정 모독
[탈원전 릴레이 팩트체크] 에너지 순정 모독
  •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 입력 2019-08-16 16:47
  • 승인 2019.08.16 18:11
  • 호수 1320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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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교수

지금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기후온난화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인류적 과제이다. 재생에너지가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기후온난화라는 지구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도 적절히 사용되어야 한다. 자전거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적 교통수단이지만 승용차와 함께 도로를 점유하면서 차량의 속도를 늦춘다면 자동차의 연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봐서는 친환경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친환경적 수단이라고 할지라도 사용되는 방법에 따라서 친환경성이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발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햇볕이 좋은 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값싼 전력을 생산한다. 아직까지 태양광 발전이 기존의 발전원보다 비싸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입지를 잘 골라야 한다. 햇볕을 비스듬하게 받게 되는 아파트의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그리고 애초부터 태양광 자원이 좋지 않은 곳에 입지한 태양광 발전소는 전력을 제대로 생산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태양광 발전이 비싼데 더 비싸지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이 안 되는 야간시간이나 날이 흐린 경우에는 다른 발전소가 태양광 발전의 역할을 대신해야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 태양광 발전을 잘 하고 있는데 구름이 지나면서 발전량이 툭 떨어지면 ESS와 같은 전력저장장치로 떨어진 만큼을 보충해야 한다.

이 또한 비용이 들어가고 건설과 운영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우리가 낮에만 전기를 쓰는 것이 아니고 또 전력이 들쭉날쭉해도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재생에너지 발전은 계통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건설될 때에만 사실상의 기여가 되는 것이다.

RE100은 2014년 ‘기후그룹’이라는 환경단체가 시작한 운동이다.(RE: Renewable Energy) 화석연료는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두고 기업들이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가능한 에너지로부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 기업들이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한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을 위시하여 벌써 180개 기업이 넘게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구글(Google)은 2018년 10월 CF100 (무탄소: Carbon Free)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Moving toward 24x7 Carbon-Free Energy at Google Data Centers) 하루 24시간, 주 7일을 모두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기후온난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는 계획이고 RE100의 비현실성을 인정한 계획이다. 이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는 가짜뉴스로 매도한 바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첫째, 일일 24시간, 주 7일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햇볕이 있을 때만 그리고 바람이 있을 때만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로만 100%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는 것은 두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둘째 기후온난화를 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고 이를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지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즉 CF100이 목표이고 RE100은 수단인데 RE100이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견월망지(見月亡指)가 된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셈이 된 것이다.

셋째, CF100에서는 원자력발전을 중요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본다. 태양광과 풍력을 변동성 무탄소 자원(Variable resource)으로 보고 원자력은 확고한 무탄소원(Firm carbon free sources)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의 지속적 사용의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넷째,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더라도 한 가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여러 가지 무탄소 에너지원을 혼합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절체절명인 과제 앞에서 더 효과적이고 더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택해야만 하는데 우리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태양광 장사만 하려는 것 같다. 더욱 나쁜 것은 우리가 가지는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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