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허락하지 않았다. DJ 이후 20년 동안 호남은 대선에서 자연스럽게 비호남 후보를 받아들였다. 2007년 대선은 선거 돌입 이전부터 이미 대세가 기울었기 때문에 예외로 봐도 무방하다. 2002년 대선, 2012년 대선,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모두 비호남 출신이다.

호남의 비호남 출신 대선후보 수용은 고육지책이다. 호남 출신이 대선후보가 되면 종종 영남과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때로는 영남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이 연합해서 호남을 고립시키기도 했다. 호남은 범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해서 스스로 영남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호남의 세가 영남보다 약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욱 호남대 교수는 <아주 낯선 상식>에서 호남은 대의(승리)를 위해 지역 희생을 당연시했다고 진단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선 것은 20년 만의 일이다. 호남 출신으로는 DJ 이후 최초다. 8월 2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야 차기 여론조사에서 이 총리는 25.0%를 기록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오차 범위 밖으로 밀어냈고, 민주당 2위권 주자에도 세 배 이상 앞섰다(여론조사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총리의 세부 지표는 더 좋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48.4%를 기록했다. 오마이뉴스 한 달 전 여론조사에 비해 10% 가까이 올랐다. 민주당 지지층이 이 총리로 결집하고 있다. 이젠 당내에서는 경쟁자가 거의 없는 셈이다. 여권 핵심 지지층 3040에서도 30%대를 넘었다. 확장지표로 볼 수 있는 수도권, 중도층에서도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했다.

여론 혹은 민심은 강물과 비슷하다. 강물은 수천수만의 지류가 합쳐져 만들어진다. 일단 형성된 강물은 바다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이 총리는 지난해부터 범여권 1위를 지키고 있다. 범위를 여야로 넓혀도 3개월 이상 1위에 올라 있다. 대세론 초기로 볼 수 있다. 대세론도 한번 형성되면 강물과 비슷하다. 돌발 변수가 없으면 계속 갈 수 있다.

이 총리의 독주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확장성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은 2040, 호남, 범여권 지지층이다. 여기서 이 총리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없다. 수도권, 중도층에서도 이 총리 쪽으로 쏠림이 진행되고 있다. 이 총리는 60대 이상에서도 21.0%를 획득했다. 호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안정감을 평가받은 것이다.

선거는 변수의 연속이다. 이 총리에게도 위협요인은 많다. 첫째, 친문 또는 친노의 태도다. 이들은 범여권 지지층 원천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등도 언제든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둘째, 호남 출신의 한계를 극복할지도 초점이다. 우리 정치에서 2040의 비중이 커졌지만 지역도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셋째, 이 총리의 정치가 무엇인지 입증해야 한다. 이 총리는 무난하다. 국민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민은 이 총리가 대한민국이 원하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려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