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만 물러났을 뿐 영향력은 그대로…불매운동 더 `활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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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윤동한 한국콜마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전격 사퇴했다. 그는 앞선 7일 월례조회에서 막말과 여성 비하 영상을 상영해 물의를 빚었다. 이 일로 국민의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섰다.

하지만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의 사퇴가 불매운동을 비껴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자리에서만 물러났을 뿐 영향력은 지속하거나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너가→한국콜마홀딩스→한국콜마 등 계열사 형태 지배구조…사퇴 효과 ‘無'
그룹 측 "형식적 사퇴 아니다" 강조…반일감정 피해 가려는 꼼수 지적도


윤동한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영상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인 만큼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앞서 7일 임직원 700여 명이 모인 월례조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성 비하 발언이 담긴 극보수 성향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 영상에는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거나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는 등 비속어와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현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한국콜마를 향한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회사 측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기준 한국콜마 주가는 전일 대비 1.47%(700원) 하락한 4만7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3.98% 떨어진 4만5850원으로 신저가도 다시 썼다. 한국콜마홀딩스도 전일 대비 0.25%(50원) 떨어진 2만250원에 움직이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한국화장품의 주가는 반사이익 효과로 상승세를 보인다. 같은 시각 한국화장품은 전일 대비 8.73%(680원) 오른 84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지속해서 이어 갈 뜻을 밝혔고 자체상표뿐 아니라 제품을 공급받는 고객사 제품들까지 불매 목록에 오르면서 일부 업체는 계약 파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자 결국 윤 회장은 주요 임원들과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사퇴를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상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였다.

소비자마저 등 돌리게 한 막말

그러나 윤 회장 사퇴에도 불구하고 한국콜마는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반일감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콜마와의 합작으로 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가 하면 윤 회장 사퇴에도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 논란이 더 확대되고 있다.

실제 한국콜마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가 한국콜마 등 23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또 한국콜마홀딩스의 경영권은 이 회사 지분 절반가량을 보유한 윤동한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한국콜마홀딩스는 윤동한 회장이 30.18%를 소유한 최대주주고, 그의 아들인 윤상현 사장이 18.67%, 부인 김성애 여사 0.16%, 차녀 윤여원 전무 0.06%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9.18%에 달한다.

이들을 견제할 세력도 없다.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한국콜마홀딩스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일본콜마(7.46%)와 왓슨홀딩스유한회사(6.63%), 국민연금(6.22%) 등이 전부다.

일본콜마의 경우 합작을 추진하면서 갖게 된 주식이며 나머지는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견제가 불가능하다.  한국콜마는 그동안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혀 왔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공정성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D`를 받았다.

또한 재계에서는 윤 회장이 사퇴하면 아들인 윤상현 대표이사가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윤 회장이 한국콜마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는다해도 뒷방경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 그룹의 경우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지적을 받던 대표적 기업”이라며 “지난해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최하등급인 ‘D’등급을 받은 바 있고, 국민연금공단 역시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총회에서 수차례 이사회 안건을 반대한 바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 수습까지 상당 시간 걸릴 듯

일단 그룹 측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윤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한국콜마홀딩스의 대표이사직은 물론 이사회 의장직까지 사임한 만큼 형식적 사퇴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출구 모색에 여념이 없다.

다만 한국콜마그룹의 지배 구조상 윤 회장이 퇴진으로 받는 타격이 전혀 없단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까닭에 재계에선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HC 제품 안 팝니다" 한국지사 사과에도 번지는 불매

화장품 기업 DHC 한국지사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 판매처의 판매 중단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리치빔의 오픈마켓 플랫폼 서비스인 멸치쇼핑은 “멸치쇼핑에서는 지금부터 DHC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는 알림창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롯데닷컴과 쿠팡 역시 이날부터 DHC 제품을 잠정 판매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닷컴은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제품을 내렸고, 쿠팡은 로켓 배송 제품을 차례대로 내리고 있다.

판매 중단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부터 먼저 시작됐다. 12일 GS리테일의 랄라블라가 온·오프라인 전체 상품에 대한 신규발주를 중단했고, 롯데쇼핑의 롭스 역시 매대에서 물건을 뺐으며, 가장 규모가 큰 CJ올리브영도 철수를 검토 중이다.

DHC는 자회사의 유튜브 콘텐츠 DHC-TV가 지난 10일과 12일 연달아 혐한과 역사 왜곡을 담은 내용을 방송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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