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입 직원 다수 피해…`우는 세입자 넘쳐나`

국민청원에 올라 온 글
국민청원에 올라 온 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근 수 백 억원 대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이 발생했다. 집주인 한 명이 파산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의 몫이 됐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세입자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인접해 삼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곳이다. 또 임차인 대다수가 입사 1~4년 차의 사회 초년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800여 명의 세입자가 해당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져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는 약 5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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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과 망포동 일대 원룸 오피스텔 밀집지역에서 벌어졌다.

수원시와 수원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근 이 일대에서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전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피해가 집중적으로 신고 되고 있다.

대규모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지난 15일 현재 약 7400여 명이 참여했다.

글을 쓴 청원인은 "임대인 변 씨는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근저당 이자를 연초부터 내지 않아 6월부터는 26채 건물 중에 수 채의 건물이 임의 경매 개시돼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빠졌다"며 "곧 다른 건물도 도미노처럼 경매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800여 명이 매달 7만 원씩 내기 때문에 월 5000여만 원에 달하는 관리비가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3월부터는 월 30여만 원의 공용수도세조차 미납해 곳곳에서 단수될 위기에 처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막 입사한 1년 차 신입사원부터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까지 다양한 상황의 세입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5000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무기력하게 길바닥으로 내몰리거나 결혼을 무기한 연기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다"라고 현재 상황을 호소 했다.

세입자가 `봉`…수백 명 길바닥에 내몰려

임대사업자 변 씨는 3년 전 영통구 원천동과 매탄4동, 망포동, 신도 등에 원룸 건물 26채(800가구 규모)를 사들였다. 매입비는 대출과 전세 보증금 등으로 충당했다. 그는 세입자들에게 5000만 원에서 최대 1억4000만 원의 보증금을 받고 방을 내줬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세입자가 줄면서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게 됐다. 계약이 끝난 세입자들에게 전·월세 보증금도 돌려주지도 못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으로 변 씨의 원룸 건물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주변에 밀집하면서 삼성전자 직원 상당수도 피해를 봤다.

결국, 변 씨가 소유한 원룸 건물 중 8채(238가구)는 경매에 넘어갔다. 일부 세입자가 변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경찰도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미 해당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을 포함해 세입자 200여 명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에서도 상당수의 직원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사태를 파악하면서 법률자문 등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도 이영인 도시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영통 일원 전·월세 보증금 미상환’ 피해자를 지원하는 TF(기획단)를 구성하고 세입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TF는 세입자를 지원할 수 있는 관련 부서,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다.

시는 피해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상환받기 위해 임대사업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 시 법률 자문 등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염태영 시장은 최근 열린 주요 시정현안 정례회의에서 이러한 피해 내용을 보고받고 이 같은 조처를 하도록 지시했다.

수수방관 정부, 피해자 구제 가능?

한편 갭투자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 우려는 2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부가 고강도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깡통전세’ 피해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 충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부처에서는 연내에 대책을 내놓는다고 발표는 했으나, 아직 기존 피해자를 구제할 구체적인 방안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 피해자는 빌라나 원룸(다가구?다세대) 세입자들인데, 이들 세입자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2일 국토교통부는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특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전세 계약 기간의 2분의 1 이상 지났으면 가입할 수 없는 전세금반환보증 특례 가입을 계약 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세입자들은 늦게라도 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한편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를 반복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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