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정부-북한 동상이몽 엇박자” 비판
- 북한 발사체에 정부·미국 대응 일본과 미묘한 온도차

[사진=뉴시스]

북한이 지난 16일 오전 강원도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2회 발사한 것과 관련, 북한의 숨겨진 의도를 살펴보면 일본에 대한 경고메시지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같은 분석은 북한 중국 일본 등 동북아정세를 연구하는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이 연구소에서 2001년부터 근무하며 남북한 문제를 연구해온 알렉셰이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계속되는 발사체를 통한 북한의 무력시위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응한 측면과 더불어 ‘전략물자 북한제공’을 명분을 내세워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 일본정부에 대한 경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는 것은 숨은 의도를 감추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전략일 뿐 크게 의미는 없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 북한 발사체에 긴장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은 이날 북한에 발사체 발사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주목할 것은 이날 회의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다는 점이다. 회의 형태도 국가지도통신망을 이용한 화상회의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늘 오전 정 실장 주재로 국가지도통신망을 통해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이에 따른 한반도의 전반적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 발사체 자체를 정부차원에서 무게감있게 다룬 게 아니라 다소 형식적인 대응절차만 밟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반발해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이 배경”이라고 규정했으나 이렇게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미훈련 전에 쏘아올린 발사체와 훈련에 대응해 발사한 지금의 발사체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분석도 따르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상임위원들은 이번 발사체의 세부 제원 등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만 전했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 10일에 이어 엿새만이다. 이는 지난달 25일부터 3주 사이에 6차례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다. 올해들어서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8번째 발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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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은 장기적 군사플랜
이에 대해 알렉셰이는 “북한이 여러차례에 걸쳐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미 남한 뿐만 아니라 일본을 타격할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현재 드러난 발사체의 비행거리를 보면 기술력의 문제는 이미 해결됐으며 단순히 연료량만 조절한 것일 뿐이다. 충분한 기술력이 있음에도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사정거리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셰이 연구원은 또 “사실상 미사일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발사체를 여러발 쏘았다는 것은 대북전략물자제공을 문제삼은 일본에 북한의 일본타격능력을 과시한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에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셰이 연구원에 따르면 아베정권은 남한에 제공되는 이중용도 전략물자 공급을 제한해 북한 미사일개발에 지장을 주려는 장기적 플랜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정권은 북한의 이러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일본의 채워진 군사적 족쇄를 풀여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보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대응을 설명하면서 또 다시 한국을 뺀 채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을 통한 북한 미사일 억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북한의 발사체 발사 후에도 이미 두차례 한국을 뺀 채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해 그 속뜻을 선명하게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5일 “앞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같은달 31일에도 “계속해서 미국 등과 긴밀히 연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미국 정부 북한에 느긋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지 않고 이에 대한 비난성명조차도 내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또 “아래로 일본 위로 북한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하고 있는데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남북경제협력만 강조하고 있는 무능한 정부”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여권이 한 당직자는 야권의 비난에 대해 “현재 미국이나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크게 문제삼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교묘하게 국제사회의 비난이 나오지 않도록 발사체의 성격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심지어 일본 조차도 국제적으로 크게 문제될 게 없는 수준의 도발로 규정하고 있어 일단 북한의 움직임을 좀더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 오전 8시 1분경, 오전 8시16분경 북한이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통천군 일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북방으로 약 50여㎞가량 떨어진 곳으로, 북한이 이처럼 MDL에 근접해 단거리 미사일을 쏜 건 이례적이다. 통천군 일부는 북한이 지난 2011년 발표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포함돼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왔다.

[뉴스블리치] 김진영기자 tavari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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