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민주평화당 내 반당권파 의원 9명이 탈당했다. 박지원 의원을 위시한 8명의 호남 현역 지역구 의원들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그 상대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다. 하지만 박지원 그룹과 손학규 당권파는 두 세력 간 신당 창당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이에대해 정치권에서는 손학규 박지원 두 인사가 향후 신당 창당을 할 경우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기싸움에 돌입했다고 해석한다. 현역 의원을 많이 거느린 박 의원과 정치자산이 풍부한 손 대표간 정치 운명을 건 한판 대결이 시작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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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금배지 집단 탈당 주도 vs 자산가 핵심 공천권
- 당 신당 창당이냐 바른당 흡수 통합이냐 기싸움 양상까지

민주평화당 내 비당권파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연대)8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14명의 호남 지역구 의원 중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유성엽.천정배·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이다.

이 중 장정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라서 탈당계가 아닌 원내대변인 등의 당직에서 물러나는 당직사퇴서를 제출했다. 시간차를 두고 탈당한 김경진 의원은 대안정치연대에 활동하지 않고 당분간 독자 행보를 보이기로 했다.

대안정치연대의 탈당 배경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이다. 물론 속내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평화당 간판으로는 호남에서조차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탈당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 의원은 솔직하게 이 점을 인정했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라며 결국 이합집산이고 내년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로 호남당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뭐가 나쁘냐?’고 반문해 승부수를 호남에 띄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 감동 없다며 선 긋기 나선 창당 세력

대안정치연대가 신당 창당을 위해 박 의원을 비롯해 첫 번째 연대 대상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위시한 당권파, 즉 호남계 의원들이다. 유승민계나 안철수계를 제외한 세력이다. 이들은 옛 국민의당 동지로 그간 제 3지대론에 대해 공감을 해 왔다.

하지만 대안정치연대는 공식적인 입장은 인재 영입과 신당 창당 준비에 주력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바른미래당에 입당하거나 연대에 대해선 아니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 손학규 대표의 희망 사항이라며 그렇게 해서 국민이 감동하겠느냐고 부정적인 반응이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도 원래 보수인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진보로 위장 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보수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면 어렵다고 혹평했다. 유성엽 전 원내대표 역시 평화당보다 상태가 더 안 좋은 곳이 바른미래당이라며 바른미래당으로 들어가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통합설을 부인했다.

바른미래당의 손 대표를 비롯해 호남계 의원들 역시 당장 당을 뛰쳐나가 대안정치연대와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손 대표 역시 대안정치연대의 집단 탈당에 대해 연대설을 부인하면서 민주평화당 내부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민주평화당의 변화는 바른미래당과 아무런 상관없다고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자신의 측근을 통해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의 개별 입당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과 신당 창당 등 빅텐트론을 주장해 온 바른미래당 호남계 출신 박주선 의원은 지금은 빅텐트를 해서 새로운 정당이 나오더라도 탄생부터 가능성이 있느냐가 논쟁이 되고 있다물밑에서 실효성 있는 대화와 계획을 세우고 정기국회가 끝나면 활동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장기전을 예고했다.

대안정치연대소속 인사가 추석 전후로 예상됐던 탈당보다 빨리 감행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빨리 결단한 것이라는 주장을 무색케 하는 말이다.

이처럼 궁극적으로 박지원 의원의 대안정치연대와 손학규 대표를 위시한 호남계가 함께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서로 견제구를 날리는 것에 대해 바른미래당 당권파에서는 본격적으로 신당 당권 및 공천권을 두고 두 인사 간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고 내다봤다.

당권파에 속한 한 인사는 두 세력 간 신당 창당을 하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다하지만 내년 총선이 있고 신당에서 주도권을 쥔 세력이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자기 사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학규 박지원 간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관측이다. 그러면서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재가 힘들어 두 인사가 주도권 다툼이 극에 달할 경우 제3지대 신당 창당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박지원 의원이 집단 탈당 배후라며 당대표를 사퇴하고 공천권을 주지 않으면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그 결사체가 바로 탈당파 10이라고 폭로했다. 박 의원이 여전히 내년 총선에서 호남 공천권에 대한 욕심이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손 대표 역시 신당에 참여하더라 자신의 당 대표직 권한을 잃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박 의원이 10여 명의 현역 의원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신은 원내교섭단체 당대표이고 28명의 국회의원 중 유승민계 8명이 탈당을 하더라도 교섭단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당 창당 과정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을 뜻이 없는 모습이다.

손 대표 측근들 역시 대안정치연대와 관련해 무슨 감동이 있겠느냐”, “우리가 당을 버리고 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뿐만 아니라 유승민계가 연말내지 연초에 탈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을 지킬 경우 100억가량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을 포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인재영입’, 갈등봉합신당 창당 숨고르기

실제로 바른미래당은 현재 80여억 원 규모의 당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8153분기 정당보조금 20여억 원이 들어와 100억원으로 불어났다. 또한 올해 마지막 정당보조금 지급일인 오는 1115일까지 버틸 경우 재차 20억 원의 정당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개별적으로 당을 탈당해 대안정치연대로 갈 인사들은 없을 전망이다.

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해서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일단 손학규·박지원 두 인사 간 공천권, 대표 선임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리고 개별입당이나 흡수통합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대안정치연대가 신당 창당을 통한 당대당 통합이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는 데는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공산이 높다.

일단 박 의원의 대안정치연대는 대선주자급 인재 영입과 무소속 의원을 포섭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동시에 신당창당 준비도 해야 한다. 손 대표는 당내 비당권파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특히 안철수계와 화해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해 향후 신당 창당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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