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버는 떨고 있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한상혁 정세 대표변호사 및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내정 이후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암시하는 선언을 해 큰 파문을 불러왔다. 청와대는 한 후보자와 발맞춰 ‘가짜뉴스’에 대한 강경 기조에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야당은 ‘언론 탄압’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사실상 한 후보자의 칼이 겨누는 곳은 유튜브라는 해석이 다분하다. 이에 유튜브에서 보수 성향의 정치시사 콘텐츠를 운영하는 유튜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내정자 [뉴시스]
한상혁 방통위원장 내정자 [뉴시스]

- 野, “현역 선수 심판 기용한 것만 해도 어불성설” 거센 반발
- 보수 유튜버, “‘노란 딱지’ 증가 기하급수적…유튜브, 기준 공개 안 해”

  
“뉴스와 관련해 의도적인 허위 조작 정보, 극단적인 부분들은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어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2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마련된 과천 오피스텔에 출근해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하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는 법률가다. 표현의 자유 중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강조해 왔다”며 “하지만 지금 문제되고 있는 가짜뉴스 내지 허위 조작 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보수 유튜버들은 ‘언론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野, “가짜뉴스? 청문회에서 보자”

논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8·9 개각에서 지명된 장관 및 위원장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냈다. 

이 명단에는 조국(법무부)·최기영(과학기술정보통신부)·김현수(농림축산식품부)·이정옥(여성가족부)·한상혁(방송통신위원회)·조성욱(공정거래위원회)·은성수(금융위원회) 등이 포함됐다.  

이에 야당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뿐만 아니라 한 후보자 역시 ‘집중 검증 대상’이라며 벼르는 모양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능한 정부가 이념형 장관들을 내세워 무능 이념 정권으로 가겠다는 의지 표명이 아닐까 매우 안타깝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집중 검증 대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맞섰다.

인사청문회법 등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 제출일로부터 15일 이내인 이달 28일까지 청문회를 진행하고, 20일 이내인 다음달 2일까지 청문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즉, 예정된 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하겠단 입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한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해 “청와대가 가짜뉴스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지명한 것이라면 의도 자체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한 후보자가 공정 방송을 위해 힘써온 방송법 전문가라고 말하지만 과연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인터넷, 통신, 게임, 광고, 미디어 융합 등 방송통신산업 전반에 걸친 식견을 구비한 인물인지는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문화관광부와 합을 맞출 전문성 있는 위원장이 필요한 곳이지 칼잡이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에 관해 가장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은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한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성명서에서 한 후보자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공동대표인 사실을 언급하며 “현역 선수를 심판 기용한 것만 해도 어불성설이다”라며 “게다가 보수 언론 공격수 출신이라니 기가 막힌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방송 장악에 이어 유튜브 등 통신 장악용으로도 쓰려는 것인가”라면서 “우파 유튜브 씨를 말릴 건가. 용납 못할 일이다”라고 개탄했다.

靑, “‘진실’ 중요하다” 가짜뉴스 누차 언급

이와 달리 청와대는 한 후보자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창립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실’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한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집중 공세가 쏟아졌던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엄중한 경제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하되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그리고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것만을 뉴스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꼭 그렇게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면에서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며 “예를 들면 최근 유튜브 영상으로 돌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거론했다.

이를 조합하면 넓은 의미로서의 가짜뉴스는 그 자체를 가리키지만, 조금 범위를 좁혀본다면 ‘유튜브’를 가짜뉴스가 오가는 통로로 간주하고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언급한 배경에 관해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불화수소가 북한의 독가스의 원료로 쓰인다는 것 ▲일본 여행을 가면 10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최근 청와대는 가짜뉴스로 많은 곤욕을 겪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민경욱 자유한국당 전 대변인은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릴 당시 문 대통령의 행방을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민 전 대변인은 지난달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당시 정해진 세션에 참석하지 않고 자리를 많이 비웠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변인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한 유튜브 영상을 제시했다. 이 영상은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의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 출처였다.

당시 고 대변인은 이에 맞서 “G20 세션에서 문 대통령이 두 번이나 연설했는데, 그 자료가 없다 보니 마치 아무것도 안 하고 ‘10분만 있다가 나갔다’고 얘기하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른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의 거취 여부에 대한 ‘가짜뉴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일어났을 때 문 대통령이 언론사 대표들과의 만찬에서 음주를 하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늦게 나타났다는 허위 정보가 알려지기도 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같은 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에서 이 같은 의혹을 내비쳤다. 이후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진성호 방송’에서 행안위 질의 과정과 문 대통령의 신문의 날 기념식 참석 사실 등을 거론하며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최초 유포자인 ‘진성호 방송’과 ‘신의 한수’를 비롯한 최초 게시자와 유포자 등 75명을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청와대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의 명의로 이들을 고발했다. 

‘노란 딱지’에 떠는 보수 유튜버들

직접 보수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은 근거 없는 가짜 뉴스가 지양돼야 한다는 사실엔 동의하면서도 이것이 도를 지나쳐 ‘탄압’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구독자 27만6000여 명(지난 16일 기준)을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성제준TV’를 운영하고 있는 성제준 정치평론가는 “청와대가 유튜브를 겨냥해 가짜뉴스로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성 평론가는 유튜브 ‘노란 딱지’에 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동영상을 심의해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동영상에 ‘노란 딱지’를 부여한다.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게 되면 광고 수익이 창출되지 않아 유튜버 입장에선 큰 타격을 입는다.

지난 1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성 평론가는 “이번 주만 하더라도 노란 딱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유튜브는 어떤 기준을 통해 노란 딱지를 부여하는지 공개 안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유튜브는 자체 제공하는 커뮤니티 가이드를 통해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증오성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 ▲아동 보호 등을 심의 및 규제한다고 밝힌다. 다소 성긴 부분이 존재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성 평론가는 “(유튜브가) 불과 한 3~4달 전만 해도 자유로운 플랫폼이었는데 확실한 건 이번 달 들어서면서 규제 등이 강화됐다”며 “욕설이 규제되는 건 당연하나 욕설이 아닌 의견조차 규제되고 있으니 자유로운 플랫폼이라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유튜브를 제외하고는 (보수에서) 뭔가 내세울 만한 플랫폼이 없다”며 “보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인데 청와대에서 이를 정면으로 저격하고 있으니 조금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보수 유튜버 콘테스트’를 주최했던 최종호 ‘보수의새길ABC’ 공동대표는 “보수가 힘을 가지려면 검증된 사실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소위 말해 (방통위원장이) 정권의 시녀가 돼 언론을 겁박해서는 안 되지만 이와 별개로 유튜버나 보수 언론들이 사실과 품격에 기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후보자가 공동 대표로 몸담았던 민언련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 “논평 외에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거리를 뒀다.

민언련은 지난 9일 ‘민언련 공동대표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에 대한 민언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해 “미디어 공공영역의 축소가 민주적 여론 형성 기능의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디어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에 착수해 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적극적으로 실현해 주길 한 후보자에게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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