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이마트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이마트가 창사 첫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주가 하락과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장상황을 비롯해 최저임금제 도입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을 필두로 자사주 매입·자산유동화 등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주주 이익 강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세일 앤 리스백’ 방식 점포 매각 추진...재무건전성 개선 계획
대주주 책임경영 자사주 매입 등 정면돌파...자산유동화 집중



이마트가 올해 2분기 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26년 만에 첫 적자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인 할인점 부진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외에도 시장 구조가 기존 대형마트와 할인점 등의 오프라인 구조에서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 온라인 시장 구조가 확대된 탓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몰이 빠른 배송이나 새벽배송, 무료배송 등은 물론 신선식품 배송에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나서면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시장의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창립 후 첫 영업손실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분기별 실적에서 적자를 본 것은 1993년 창립 후 처음이다. 이마트는 지난 9일 2분기 매출액이 4조5810억 원, 영업손실이 299억 원, 당기순손실이 266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물론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2분기 실적을 두고 적자를 예상해 왔지만, 예상보다 높은 손실규모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여기에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일 분기 대비 832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대형마트(할인점)와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알려진 헬스앤뷰티(H&B)스토어 ‘Boots(부츠)’와 ‘삐에로쑈핑’도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대형마트 영업손실은 43억 원에 달했으며 부츠와 삐에로쑈핑 등의 전문점은 188억 원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과 함께 주가도 하락했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해 2월 30만 원대를 웃돌았지만 현재 3분의 1수준, 즉 10만 원대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16일 기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와 신세계 에스에스지닷컴(SSG) 등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경고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수시평가를 통해 이마트와 SSG 무보증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지난 5월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내린 지 3개월 만에 이뤄진 결과다. 물론 이같은 기업의 신용평가 강등 사례는 비단 이마트 뿐 만이 아니다. 이미 수차례  경기부진 등의 이유로 기업들의 신용평가가 강등하는 사례가 있었다. 온라인쇼핑 시장 활성화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대형마트는 물론, 소매유통업체와 외식·식품 기업들이 피해를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주주가치 제고 필요

이 같은 상황에 정 부회장은 정면돌파로 맞섰다. 지난 13일 949억 5000만 원(90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마트 측은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장내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 주를 약 241억 원에 매입한 바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점포 매각 추진에도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13일 KB증권과 10여 개 내외 자가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할인점 등 자사 10개 점포를 매각한 후 재 임대 해 쓰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자금 1조 원 규모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유치한 자금은 재무건전성 개선에 쓰일 계획이다.

이마트 측은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오프라인의 위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적게는 1년 이상 빨리 닥치면서, 그동안 투자했던 이마트 계열사들의 실적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라 체감하는 파고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편의점 ‘이마트24’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전자제품을 판매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 등이 시장에 자리 잡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자산유동화 등에 신경쓰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정 부회장은 지난 6월 진행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내실을 다져 오프라인의 입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 부회장은 당시 회의를 통해 빨리 오는 위기보다 늦게 오는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지금은 역량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며, 기회가 왔을 때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