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 튜닝 산업은 지난 정부 때부터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해 많은 주목을 받은 영역이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기대한 만큼 육성은 되지 않았고 일선에서는 규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글로벌 강소기업이 된 기업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추정 규모였던 약 5천억 원의 튜닝 산업 규모가 지금은 3조가 넘는다고 하고 있으나, 현실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된다. 철저하게 일선에서 확인하고 정확하게 산정된 수치가 아니어서 크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튜닝 산업이 어려움 속에서도 이만큼 성장한 것은 정부의 제도나 법적 도움보다는 기업들의 자생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도 국내 자동차 튜닝 영역은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되고 있는 등화장치 튜닝과 기존의 할로겐램프를 최신형 LED램프로 교체하는 영역도 규제를 풀지 않아 힘들게 국산화시킨 원천기술 제품을 해외에만 판매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언급돼 왔던 5조 원 시대의 자동차 튜닝 산업 육성과 3만 개의 일자리 창출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튜닝 산업은 그 동안의 부정적인 시각과는 달리 진정한 규정 내에서 특화된 자동차로의 개조가 가능하고, 새로운 첨단 기술을 시험하고 확보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영역이다. 유관 산업인 모터스포츠 또한 1조 원 이상 육성이 가능해 대규모의 산업화가 가능한 시장이다. 이미 현대자동차의 N브랜드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신기술 개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는 판매 전 미리부터 첨단 기술을 신차에 탑재해 인증을 받으면 용이하게 통과가 가능하지만,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의 중소기업용 미래 먹거리 확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규제 일변도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자동차 튜닝 전시회인 서울오토살롱의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튜닝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년 간 여러 방면에서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규제 일변도로 큰 장애를 겪었다. 이는 지난 7년간 튜닝 산업이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의 튜닝 규제 개선안 발표는 획기적인 변화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 동안 자동차 튜닝을 여러 번 개선한다고 했으나 미봉책이었고, 실제로 기존 제도를 정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튜닝 개선안이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발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게 급격한 개선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튜닝 규제기관인 국토교통부의 큰 개선책은 없고 규제만 늘어나자 한편에서는 별도의 새로운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자동차 튜닝업 산업분류 코드를 제조업으로 규정하고, 사업자 등록증도 제조업으로 표기하는 사업증을 발행하고 있다.

이미 2년간 자동차 튜닝사 민간 자격증을 시행해 왔고, 곧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또한 20여 개 대학과 산학연관 MOU를 체결해 전문가 양성과 교재 개발은 물론 다양한 산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와 노동부의 NCS 개발 과목에도 크게 관여해 상당 부분 주관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작년 후반부터는 기존 자동차 튜닝산업을 실질적인 네거티브 정책으로의 근본적인 변환을 취하고자 ‘자동차 튜닝산업 진흥법’을 마련해 국회 담당 위원회와 함께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관련 정책 토론회와 의원의 현장 방문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이번에 발의된 튜닝진흥법은 국토교통부의 인증이나 규정을 포함하는 네거티브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안이 마무리되면 일자리 창출과 친환경 튜닝 등 국내 자동차 튜닝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튜닝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계부처 간 합심과 정부의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내 자동차 튜닝 산업의 선진화를 이루고, 튜닝 분야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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