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필두로 정부‧의회‧언론‧학계 모두 장악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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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달 22일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 들고 온 책 한 권이 화제가 됐다. 바로 ‘일본회의의 정체’라는 책이다. 연일 극일 메시지를 던졌던 조 수석이 들고 왔던 책이었던 만큼 각 언론사들은 관련 내용을 비중 있는 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회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일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회의의 정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베 4차 내각 20명 중 15명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가입

전방위 활약 펼치는 ‘보수우익의 마돈나’ 사쿠라이 요시코 주목

 

도서 ‘일본회의의 정체’는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아오키 오사무가 지난 2017년 8월 집필한 책이다. 책에서는 일본회의 회원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와 내각 각료 19명 중 15명이 속한 조직 ‘일본회의’의 실체를 파헤쳤다. 출간한 지 2년여가 지난 책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전쟁 상황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회의는 1997년 탄생한

일본 최대 우파단체

 

일본회의는 지난 1997년 5월 30일 일본의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 2개 단체가 합쳐져 탄생했다. ‘일본을 지키는 모임’은 1974년 결성된 종교단체이고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는 1981년 결성된 문화조직이다.

단체가 결성되던 1997년은 일본의 경제가 어렵던 시기다. 일본회의는 이 시기를 틈타 단체 규모를 키워 왔다. 일본회의 조직은 일본 47개 광역 단체와 3300여 시정촌을 거점으로 활동한다. 알려진 회원수는 3만 8000명 정도지만 일본 국회의원의 80%,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의 80%가 이 단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도서 ‘일본회의의 정체’는 이 단체의 설립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일본회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국가 건설,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신헌법, 일본의 감성을 육성하는 교육의 창조, 국가의 안전을 높여 세계평화에 공헌 등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회의는 왕실을 경애하는 국민운동과 전통 문화를 중시하는 사업, 지난 대전을 일방적으로 단죄하는 일본 정부의 사죄 외교 비판,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 실현,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의 활동을 벌여 왔다.

일본과의 무역 전쟁 국면에서 일본회의가 주목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일본을 움직이는 각료 대부분이 이 단체 소속이다. 특히 일본회의가 출범하기 하루 전인 1997년 5월 29일 만들어진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멤버 중 15명이 현재 아베 4차 내각(20명)의 각료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는 일본회의 활동에 호응해 중앙 정계에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 내각 각료 중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가입한 사람은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 아소 다로 재무대신, 야마시타 다카시 법무대신, 사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대신, 네모토 다쿠미 후생노동대신, 요시카와 다카모리 농림수산대신,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대신, 이와야 다케시 방위대신, 스카 요시히데 내각관방장관, 와타나베 히로미치 부흥대신, 애마모토 준조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 모테기 도미미쓰 내각부 특명담당대신(경제 재정), 가타야마 사쓰키 내각부 특병담당대신(남녀 공동 참가), 마야코시 미쓰히로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저출산 대책), 스즈키 슌이치 국무대신 등이다.

아베 신조 총리 [뉴시스]
아베 신조 총리 [뉴시스]

아베 신조-사쿠라이 요시코

에토 세이아치-모모치가 핵심

 

최근 M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추적-일본회의 편에서는 일본회의를 움직이는 핵심 4인방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쿠라이 요시코 저널리스트, 에토 세이아치 총리 보좌관, 모모치 헌법학자를 지목했다.

방송에 출연한 코바야시 세츠 헌법학자는 이들이 일본회의를 통해 평화헌법 9조 1항(전쟁 무력 행사 포기), 2조(전력 보유 교전권 불인정)를 개정해 메이지 헌법으로 회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베 총리의 목표의식은 뚜렷하다. 요시다 쇼인이 일본의 앞날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려 메이지 유신의 길을 닦았듯이 자신도 헌법을 다시 써 일본 부활의 기틀을 세우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아베 총리는 1990년대 초반 정치 입문 후 자민당 간사장, 내각 관방장관 등 당정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13년 만에 90대 총리의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절정의 순간에 무너지며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한 것을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가계는 남다르다. ‘쇼와의 요괴’로 통하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그의 외할아버지이고, 원조 보수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에서 외무상을 지낸 아베 신타로를 아버지로 뒀다. 친할아버지인 아베 간도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부인인 아키에 여사도 대형 제과회사인 ‘모리나가’ 집안 출신이다.

아베 총리는 힘든 시기를 거치며 노련하고 현실 감각을 갖춘 정치인으로 변모해 갔고 결국 최근 치러진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런 그가 현재는 우리나라를 정조준하며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언론인 사쿠라이 요시코는 ‘보수우익의 마돈나’로 불린다. 니혼테레비의 뉴스캐스터 출신으로 약 16년 여간 활동 후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우익 논객으로 활동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DHC TV 시사토크 프로그램 ‘도라노몬 뉴스’에 출연해 “한국의 감정적 반응이 DHC 홍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쿠라이 요시코는 아베 총리의 극우 편향 정치를 뒷받침하는 혐한 등 다양한 논리를 일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에토 세이아치 총리 보좌관은 지난 1일 일본을 방문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과거에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라고 발언한 인물이다. 참의원 의원도 겸직하고 있는 그는 일본회의 회원으로 국회의원 간담회 간사장을 맡고 있다.

헌법학자 몸치는 우익 성향의 학자로 평화헌법 개정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는 과거 “전후 최대의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대 난관은 국민투표인 만큼 본격적으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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