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ing Out Like A Local In Vienna]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공식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은 비엔나.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까? 뭐하고 노는지도 궁금했다. 여정의 대부분을 로컬 라이프를 탐하는 데  공들인 이유다. 비엔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오래된 커피 하우스의 낭만, 그리고 눈과 입이 즐거운 맛까지. 합스부르크 왕가의 찬란한 유산만이나 흥미로웠던 비엔나의 매일을 담았다.


1. 슈니첼 
솔직히 말해서 오스트리아는 ‘미식가를 위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오해 말길. 비엔나에서 먹고 마시는 일은 즐겁다. 일단 비엔나를 처음 방문한다면 슈니첼은 꼭 먹어야 마음이 흡족하다. 단 한 끼의 식사를 골라야 한대도 단연 슈니첼이 주인공이다. 송아지 고기를 얇게 자른 다음 쿵쿵 때려서 연하게 만든 후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묻혀 튀긴 커틀릿. 18세기 요리책에서도 레시피를 찾을 수 있는 역사 깊은 오스트리아의 ‘국민 메뉴’다. 레스토랑마다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햄 등 주재료를 바꿔 선보이곤 하는데, 진정한 비너 슈니첼은 반드시 송아지 고기로 만들어야 한다. 대중적인 돼지고기 슈니첼은 비엔나에 있는 레스토랑이라면 웬만해서 빼놓지 않는 필수 메뉴다. 커틀릿 옆에는 보통 신선한 레몬 조각이 하나 딸려 나온다. 별도의 소스 없이 레몬즙만 뿌린 후 슈니첼 본연의 맛을 즐기면 된다. 

2. 바이즐
전형적인 오스트리아식 밥상이 궁금하다면 바이즐이라고 쓰인 간판을 찾아보자. 영어로 하면 ‘비스트로 펍’이고, 풀어 말하자면 가정식을 내놓는 일반 식당이다. 꾸밈없이 편안한 분위기, 몇 장이나 넘겨봐야 하는 다채로운 메뉴, 그릇 위에 수북하게 담아주는 후한 인심이 특징이다. 절대 빠지지 않는 슈니첼을 포함해 헝가리식 고기 스튜 굴라쉬, 우둔살을 뿌리채소와 함께 푹 삶은 타펠슈피츠, 걸쭉하게 끓인 송아지 내장 요리 보이셸, 로스트 비프 위에 튀긴 양파와 그레이비를 올린 쯔비벨로스트브라텐과 같은 오스트리아 전통의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3. 호이리게 
오스트리아에서는 그 해에 생산한 새 포도주를 호이리게라고 부른다. 신선한 호이리게는 9~10월에 마실 수 있고, 새로운 빈티지 와인은 11월 11일 ‘성 마르티노 축일’에 뚜껑을 딴다. 특이하게 이 햇포도주를 파는 술집 또한 동명으로 ‘호이리게’라고 한다. 도심에서 차를 타고 30분만 나가면 연둣빛 카펫처럼 펼쳐지는 너른 포도밭 언덕 근처에 호이리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풍경 좋은 야외 정원에 테이블 자리도 있고, 내부는 마치 오두막처럼 꾸며진 술집이다. 친구들과 모여 격식 없이 와인을 즐기기에 적당하고, 고기 위주의 맛깔스러운 가정식들은 술안주로 환상의 궁합이다.
“비너 게미스터 자츠는 비엔나의 시그니처 와인이에요. 최소 3~5개의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드는 게 독특하죠. 비엔나에는 10개 이상의 품종을 섞는 양조장도 있답니다.” 호이리게 푸어가슬후버에서 일하는 율리안 바이써 와인메이커는 비엔나에 오면 비너 게스미스터 자츠를 꼭 마시라고 조언한다. 워낙 소량 생산할뿐더러 신선한 와인이기 때문에 직접 비엔나에 오는 게 아니라면 마시기 어려우므로. 참고로 혼합주 큐베와는 전혀 다른 와인이다. 비너 게스미스터 자츠는 밭에 여러 포도 품종을 한꺼번에 심은 후, 함께 수확해서 즙을 짜내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한편,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은 비엔나가 전 세계의 수도 중에 유일하게 와인을 생산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고로 비엔나 와인에 대한 이들의 자부심은 그야말로 대단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호이리게도 자랑거리이고. 

4. 케이크
최고의 케이크 가게를 물어보면, 10명 중에 9명은 머뭇거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비엔나에는 맛있는 가게가 너무 많으니까. 한집 건너마다 케이크를 파는 카페나 제과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종일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걸 보면 비엔나 사람들 모두가 하루에 1번씩 무슨 의식처럼 케이크를 먹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 예술의 도시 비엔나에서는 케이크 한 조각도 예사롭지 않다. 유리 진열장 안은 꽃들이 만발한 5월의 정원처럼 화려하다. 가게는 콕 집어 말 못 해도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케이크는 1832년에 처음 만들어진 전설적인 초콜릿 케이크 ‘자허토르테’다. 초콜릿 케이크 사이에 살구 잼을 바르고 다시 그 위에 다크 초콜릿 아이싱으로 덮은 케이크. 한 숟갈만 먹어도 두 눈이 동그래지는 맛이다. 자허토르테를 만든 프란츠 자허의 아들이 창업한 카페 자허나 과거 왕실 사람들의 입안에 달콤한 즐거움을 배달했던 데믈, 1891년부터 변함없이 전통방식으로 케이크를 만들어온 콘디토라이 술카의 케이크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손님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5. 아이스크림
여행 중 먹게 되는 아이스크림은 왜 평소보다 더 맛있는 걸까? 비엔나에서도 이 법칙은 변함없이 적용된다. 분명한 사실은 기분 탓만은 아니라는 거. 비밀은 19세기 비엔나로 이주해온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생산자들에게 있다. 또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후손들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적지 않다고. 이탈리아의 전통 레시피를 따라 매일 12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선보이는 레오니스 젤라또, 유기농 우유로 만드는 아이스그라이슬러, 구시가지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자노니앤자노니의 아이스크림은 낮밤할 거 없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6. 소시지 노점  
부어스트는 단연 비엔나의 1등 스트리트 푸드. 그 인기 척도는 영업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 뒤쪽의 비트징거 소시지 노점은 오전 8시에 오픈해 새벽 4시에 문을 닫는다. 아침에 출근하는 비즈니스맨부터 출출한 관광객은 당연하고, 늦은 밤 오페라 공연을 보고 나오는 드레스 입은 여인들까지도 비트징거 소시지의 열렬한 팬이다. 철판에 바싹 구운 얇고 길쭉하게 생긴 소시지를 바게트 빵 속에 넣어 핫도그처럼 먹으면 제법 배가 불러온다. 소시지에 머스터드소스만 곁들여서 담백하게 즐겨도 좋다. 삶은 소시지, 매운 소시지, 치즈 소시지 등 종류도 고를 수 있고, 소시지와 훌륭한 궁합을 이루는 맥주, 와인, 샴페인도 함께 판매한다.  

7. 모던 카페
비엔나의 상징은 뭐니 해도 ‘커피 하우스’이지만, 최근 생겨난 모던한 카페들이 로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커피 준비 방식도 남다른 감각 있는 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롱블랙, 플랫화이트, 카푸치노, 아이스커피, 콜드브루 등 커피 메뉴 또한 어려운 제2외국어 문제 같은 커피 하우스와는 딴판이다. 젊은이들이 향하는 대표적인 모던 카페는 커피콩을 소량으로 직접 로스팅한 후 바로 내려주는 커피 바 스타일의 제이 호닉과 IT전문가들이 오픈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인상적인  카페믹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손꼽히는 바리스타 조지 브래니가 운영하는 카페  쿠튀르는 그중에서도 특히 남다르다. 에스프레소의 가치를 손님이 스스로 판단해서 계산하게 하는 방식은 새로우면서도 다소 엉뚱하기까지 하다.

8. 버뮤다 트라이앵글
오페라와 와인처럼 비엔나 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나이트라이프 말고도 일렉트릭 사운드로 고막을 자극하는 최신 클럽이나 매일 밤 라이브 무대를 여는 재즈 공연장 등 도시의 불빛은 쉬이 꺼지지 않는다. 멋지게 한잔하고 싶다면 버뮤다 트라이앵글을 누벼 보자. 예상과 달리 변두리 뒷골목이 아니라 구시가지의 심장과도 같은 대성당에서 한두 블록 거리에 있는 바 밀집 지역이라 안전하기까지 하다. 버뮤다 트라이앵글에 있는 바들은 저마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를테면 로스 아메리칸 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조각 작품 같다. 1908년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디자인한 바는 오닉스, 황동, 거울로 꾸민 인테리어가 어두컴컴한 조명 속에서도 매혹적으로 시야를 파고든다. 발을 안으로 들이는 순간 마치 불 꺼진 상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칵테일을 즐기기 좋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