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는 이유로 재산 더 받아…위법·편법으로 계열사 지분 늘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벌가 가족 간 분쟁이 또다시 터졌다. 그것도 현대가에서 발생하면서 이번에도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도 현대가는 `형제의 난` 숙부의 난` 등 총수 일가의 싸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여동생의 재산 다툼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남매의 난`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동생이 직접 청 청원 게재...`정 부회장 두 얼굴의 사나이` 비난
 사측 `동생의 일방적인 주장…오너 가족 문제는 상세히 알 수 없어`

정 부회장과 여동생의 균열은 지난 18일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청원인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서울 PMC(옛 종로학원)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갑질 경영을 막아주세요`제하의 글을 통해 오빠 정 부회장의 두 얼굴에 대해 맹비난했다.

여동생, `오빠 갑질 경영 막아달라` 청원

청원인은 “아들이라는 이유로 (종로학원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다수의 지분을 증여받은 정 부회장은 위법과 편법으로 자신의 지분을 늘렸다”며 “심복들을 회사 임원으로 앉혀 17%가 넘는 지분을 가진 주주인 저(여동생)에게는 회계장부조차 열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도움을 구하기 위해 국민청원에 이른 것이다”고 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청원인은 정 부회장의 위법 및 편법 사항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우선 “정 부회장은 가족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회사의 자금을 운용하며 자신의 지분을 늘렸고, 이 과정에서 제 이름과 도장을 도용한 문서들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 부회장이 학원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월급뿐 아니라 ‘종로학원’이라는 상표권을 개인 소유로 하여 매년 3억 원의 로열티를 받았고, 2015년 학원사업을 매각하며 상표권만 별도로 매각해 사욕을 챙겼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정 부회장이 신규 사업을 하겠다며 학원사업이나 금융이 아닌 친환경 농산물의 재배, 판매한다. 서울PMC는 이런 사업에 아무런 경험이 없다”며 “제가 요구한 신규 사업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도 단 1장의 자료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한 거액의 현금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운영하기 위해 내세운 명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가족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부당함을 주장했다. “제 가족은 지난 2월에 어머니를 갑작스런 병으로 잃었다. 그런데 (정 부회장으로부터) 장례식장 조문객의 방명록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며 “그 결과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저희를 위로하고자 장례식장을 찾아주셨던 많은 지인에게 제대로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모친상을 당한 바 있다.

이어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살아계신 아버지를 저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거처를 옮긴 채 알려주지도 않고 모든 연락을 차단해버렸다”며 “현재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상태라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의 아버지를 격리하게 시켜 다른 자식이나 심지어 손주들에게까지 만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런 대주주의 갑질 경영과 횡포는 비단 서울PMC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며 “이런 일의 시정이 앞으로 다른 많은 기업에서 일어나는 대주주들의 전횡을 막는 선례가 될 뿐 아니라 수많은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또 하나의 거름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나서서 서울PMC 경영상황에 대한 감사와 합당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이 청원글은 국민 청원 요건에 따라 사명 등이 가려진 상태다.

현재 재판 진행 중…. 2심 결과 지켜봐야!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측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현대카드 측은 “해당 청원 글은 정 부회장 동생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정 부회장 가족 등과 관련된 문제는 상세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원인이 주장한 내용과 관련해 이미 재판이 이뤄졌으며, 청원인은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상태”라며 “곧 2심 재판 결과도 나올 예정인데, 그때 다시 한 번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그룹 둘째 사위인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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