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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각종 위장형 '몰래 카메라'를 중국에서 들여와 판매해온 업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위장형 카메라를 무조건 감청설비로 볼 수 없으며, 구매대행은 통상적인 수입·판매행위와 구분된다는 것이 이유로 제시됐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 최상수 판사는 위장형 카메라를 광고·판매해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모(42)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홍 씨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280회에 걸쳐 5640만3760원 상당의 위장형 불법촬영 카메라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며 중국업체로부터 구매대행 방식으로 시계형·생수병형 등의 위장 카메라를 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홍 씨가 감청설비를 제조·수입·판매·배포·소지·사용하거나 이를 광고하려면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겼다고 보고 기소했다.

홍 씨가 판매한 제품들은 와이파이 통신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촬영 영상을 확인하거나 음향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최 판사는 홍 씨가 들여와 판매한 제품들이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감청설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 판사는 "대화 감청은 그 대상이 되는 대화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만 의미하고 이미 완료된 대화의 내용을 나중에 녹음물의 재생 등을 통해 알게 되는 등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판매 제품 일부가 녹음은 가능하지만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기능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외에 음성 또는 음향을 실시간으로 송·수신해 이를 청취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면 감청설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위장형 카메라가 불법촬영에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홈 CCTV' 등 영상과 음향을 촬영·녹음, 송신하는 다수의 전자기기가 시중에 유통 중"이라며 "카메라, 녹음기 등이 점차 소형화되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일반화해 감청 목적으로 제조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이른바 '구매대행'으로서 제품을 다량으로 수입해 자체 물류창고에 저장해두고 유통과정을 통해 판매하는 통상의 '수입행위'와 다르고, 국내 소비자와 해외 판매자 간의 매매를 중개하는 역할로서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를 법이 예정하고 있는 수입행위 또는 판매행위로 보아 처벌하는 것은 해당 법을 확대해석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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