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어색한 풍경이 동시에 펼쳐졌다.
광주시 남구 광주공원에서 열린 ‘광주 친일잔재 청산 단죄문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 대신 ‘독립군 애국가’를 제창했고 국회에선 ‘안익테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공청회가 열렸다. 
독립군 애국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들이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에 가사를 붙여 부르던 곡으로, 친일 잔재 청산을 외치는 자리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안익태의 애국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광주시는 해명했다.
단죄문 제막식이 열린 같은 시각,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문제 삼아 그가 작곡한 애국가를 두고 “꺼림칙하다” “창피한 일”이라며 더 이상 애국가를 불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어떤 교수는 “20년 전부터 안익태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알고도 계속 부를 거냐”라며 “에키타이 안(안익태)은 친일 행적만 있는 게 아니라, 친나치 행적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떤 이는 "애국가는 이미 나라 사랑을 일깨우는 노래 위상을 상실했다"며 "프랑스는 국가를 7번, 오스트리아와 루마니아는 5번을 바꿨는데 안 바꾼 나라 중에 한국과 일본이 있다. 우리가 그것마저 일본을 따라해서 되겠느냐"고 외쳤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간 안익태의 애국가를 부를 수 없는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르겠다.
애국가가 친일파에 의해 작곡됐으니 불러서는 안 된다면,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부르지 않은 이는 거의 없을 동요 ‘고향의 봄’은 어쩔 것인가. 친일파로 알려진 이원수가 지었으니 부르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이 동요를 작곡한 홍난파도 친일파 명단에 올라있다. ‘봉선화’ 역시 홍난파 작곡이다. 이 곡도 청산해야 하지 않은가.
‘희망의 나라로’를 작곡한 현제명 역시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아침 바람 찬 바람에~' 등도 일본 동요의 선율과 음계. 박자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한다. 부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광화문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도 철거해야 한다.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건립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현충사도 성역화했다. 친일파가 그렇게 했으니 지금이라도 성역화 무효를 선언해야 옳지 않은가.
경부고속도로는 또 어떤가. 박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국민생활이 편리해졌건 관계없이 친일파가 만들었으니 없애야 하지 않은가.
일본정부와 일본자본에 의해 건설되고 부설된 경부선과 경인선, 경의선, 중앙선, 호남선 철도도 모두 철거해야 일제 잔재 청산이 되지 않겠는가.
어디 이 뿐인가.
검도 역시 청산되어야할 일제 잔재 아닌가. 검도는 구한말과 일본 식민지기에 일본 검도를 배운 사람들이 들여온 운동이라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야구가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우리도 일제 잔재로 보이는 스포츠 죄다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전통가요(트로트)의 뿌리는 일본 엔카라고 하고 있으니(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앞으로 노래방에서건 어디서건 트로트를 부르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의원 금배지는 광복 이후, 1950년 개원한 2대 국회에서 일본 제국의회 상징물을 본 떠 도입된 것 아닌가. 그런데 일제 잔재 청산을 외치는 국회의원들은 자랑스럽게 배지를 달고 다닌다. 우습지 않은가.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자주성 회복하자는 주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청산할 건 청산해야 한다. 다만, 일제 잔재를 적폐청산의 차원에서 처리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할 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