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통위원장 내정자 [뉴시스]
한상혁 방통위원장 내정자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방통대군’의 재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방통대군이란 방통위원장과 대군(大君)의 합성어로, 소통 없이 한쪽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언론장악을 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단어는 이명박 정권 시절 방통위원장을 맡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최 전 방통위원장은 방통위가 출범하던 2008년부터 2012년 동안 해당 직을 맡았다. 그는 첫 3년 임기를 만료한 뒤 연임 도중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최 전 방통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정책에 앞서고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에 개입했단 의혹에 연루됐다. 또한 원활한 소통 과정을 거치지 않아 야권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불통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2012년 5월 그는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으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방통위는 2008년 출범 당시만 해도 방송·통신분야 진흥 및 규제 업무를 모두 맡았다. 이후 박근혜 정권이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세우면서 두 기관이 업무 분장을 하게 됐다. 미래부는 정책 수립과 산업 진흥을, 방통위는 규제와 시장 감시 부분을 담당한다.

이러한 업무 분장 체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통신 분야의 경우 진흥은 과기정통부, 규제는 방통위가 담당한다. 방송의 경우 과기정통부는 케이블TV와 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과 일반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분야를,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보도 전문 PP·광고 규제를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2년 동안 방통위를 이끌어왔던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임기 도중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원회 기자실에서 진행된 ‘방통위 2년 성과’ 설명 간담회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는 제2기를 맞아 국정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며 “이에 제1기 정부의 일원인 나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새로운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음을 알린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뒤에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8·9 개각’에서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 변호사 및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목돼 논란을 샀다.

한 후보자는 지난 12일 “지금 문제되고 있는 가짜뉴스 내지 허위 조작 정보는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는 내용”이라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 후보자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청와대의 입장과 맞물려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한국기자협회창립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실’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짜뉴스에 대한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와 한 후보자의 발언이 일맥상통한다는 풀이다.

특히 ‘유튜브’에 많은 이목이 쏠린다. 유튜브는 플랫폼 특성상 여타의 매체보다 자신의 의견을 비교적 자유롭게 다른 이에게 노출할 수 있다. 때문에 보수 성향을 띤 정치 시사 콘텐츠를 운영하는 ‘보수 유튜버’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것만을 뉴스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꼭 그렇게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면에서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며 “예를 들면 최근 유튜브 영상으로 돌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한 후보자와 청와대가 겨냥하는 ‘가짜뉴스’란 결국 ‘유튜브’를 가리키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문재인 정부는) 여권 친위세력인 민주노총, 특히 그 산하 언론노조를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했다”며 “이어 ‘심판’이라 할 수 있는 방통위원장에 한 후보자를 지명해 방송과 인터넷, 유튜브를 완벽히 장악하겠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아닌 방통위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판단하고 규제하겠다는 것이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이 부의장은 한 후보자와 이 위원장 간 ‘가짜뉴스’를 대하는 태도에 변별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후보자 내정에 청와대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직접 나서면서까지 ‘가짜뉴스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발언했다”면서 “반면 이 위원장은 가짜뉴스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견지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명백한 허위조작정보는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등 악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해야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부의장은 “이를 두고 아직 임기가 남은 이 위원장의 사임이 가짜뉴스를 둘러싼 청와대와의 문책성 인사라는 세간의 경질설까지 돌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의장은 현재 ‘보수의 새길 ABC’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곳은 ‘보수 유튜버 콘테스트’를 여는 등 유튜브 플랫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단체다.

유튜브 플랫폼 역시 가짜뉴스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이 부의장은 “자유한국당도 언론환경의 열악함을 절실히 느끼고, 보수 언론인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더욱이 한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됐다니 앞으로 보수 언론인의 활동이 얼마나 탄압받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이 부의장은 한 후보자가 민언련에 몸담은 사실을 언급하며 중립성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의장은 “한 후보가 대표로 활동하는 민언련 홈페이지를 보면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라며 “아예 소개란에 ‘보수신문 보도 감시와 모니터’가 주 활동임을 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립성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보수 언론인들의 공정한 언론 여건 마련을 위해 자유한국당에서도 대책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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