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며 그와의 “관계에 진전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올 4월엔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생일 ‘태양절’ 4월 15일에 즈음해 김정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는 김이 단거리 미사일을 거듭 발사했는데도 자신과의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의 도발을 덮어주었다. 그는 이어 김의 미사일 도발이 “누구나 다 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며 김을 두둔했다. 또한 그는 6월30일 판문점을 깜짝 방문해 김정일과 만나 고모부와 이복형을 참살한 독재자 김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이 7월 25일부터 8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서도 ‘단거리 미사일’뿐이라며 김정일과 단거리 미사일 중단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김을 감쌌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 정도는 김이 계속 쏴대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또한 그는 다음날 “김정일 위원장은 똑똑하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할 것이고 친구인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의 김정은 감싸기는 그가 김과 진짜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기에 족하다.

한편 김정은도 화답하듯이 트럼프 치켜세우기에 적극 나섰다. 김은 트럼프와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올 1월 트럼프의 인격을 높이 평가한다며 과찬했다, 김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그 밖에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올 1월 말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에 맞춰 축하 친서도 보냈다. 김은 올 6월 14일 트럼프의 생일에 즈음해 축하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도 그에 대한 답신을 김에게 띄웠다. 김은 트럼프의 친서를 읽고는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저와 같이 두 사람은 서로 치켜세우는 편지들을 계속 교환했다. 트럼프는 김에게서 친서를  받을 때마다 ‘아름다운 서신’라며 기자들에게 꺼내 보이곤 했고 김도 트럼프 친서를 읽는 장면을 공개하는 등 서로 친밀성과 신뢰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표출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미치광이’라고 비난했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핵무기 가진 미치광이”이라고 했고 “작은 로켓맨(로켓인간)으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했다. 니키 해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김정은은 비이성적이어서 상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정은도 트럼프를 북한의 “불벼락을 맞을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막갔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이젠 서로 과찬하기 바쁘다. 필시 까닭이 있다. 정략적 ‘가짜 사랑’에 빠진 것이다. 트럼프는 원래 부동산 임대업과 개발 사업자로 거래할 때 상대편을 과찬해주며 설득하려는 협상술이 체질화되었다. 그는 김에게도 치켜세워 주며 김을 비핵화로 끌어내려고 한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자기 과시욕과 우월의식에 빠진 속성을 파고들어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 등 과찬해 줌으로써 그에게서 대북제재의 전면 해제를 얻어내려 한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속내는 다르다. 트럼프는 김을 ‘핵을 가진 미치광이’라고 본다. 김은 트럼프를 심한 변덕에 예측 못할 ‘늙다리’로 간주한다. 실상 트럼프는 김이 핵을 폐기하지 않는 한 김의 요구대로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해 줄 수 없도록 국내외적으로 묶여 있다. 김도 트럼프가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해주지 않는 한 핵을 전부 폐기하지 않을 태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치켜세우기 책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와 김정은의 ‘가짜 사랑’은 깨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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