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인터뷰

서경덕 교수 [사진=황기현 기자]
서경덕 교수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올여름 대한민국을 달군 화두는 단연 ‘일본 불매운동’이었다.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앙심을 품고 경제 보복을 자행하자,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이 과거 저지른 만행을 잊은 채 지금처럼 경거망동하는 이상 반일 감정이 완전히 사그라질 가능성도 낮다.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본 측이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일본은 오히려 ‘전범기’ 욱일기를 당당히 사용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나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해결된 일이라며 뻔뻔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러한 일본의 태도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한국 알리미’로 잘 알려진 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일문일답.

“갈 길은 멀지만 분명히 다가오고 있어”

“작은 것부터 바꿔 가면 더 큰 일 만들어 낼 수 있다”

- 일본 문제에 힘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뭔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답답한 게 있었다. 우리는 왜 ‘우분(憂憤)’만 할까. (독도가) 우리 건데 왜 자신 있게 이야기를 못 하는 걸까. 그래서 ‘켕기는 게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한번 제대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독도 문제에 제일 먼저 발을 담갔다. 독도 문제는 영토적으로 접근할 이유가 없다.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당연히 우리나라 땅이기 때문에. 이후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 동원, 욱일기 문제 등에 두루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잘못된 부분은 제대로 지적을 하고 올바르게 고칠 수 있도록 세계적인 여론을 움직여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내가 뉴욕 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에 광고를 냈던 이유도 세계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함이었다. 요즘에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구글 광고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 불매운동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어떻게 보시나.

예전 불매운동과 차이점들이 많다. 먼저, 과거 불매운동은 몇몇 시민단체가 주도해 동참을 호소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또 실생활에서 참여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예를 들어 펜을 봤는데 일본 제품이라면 안 쓰고 국산품으로 바꾼 뒤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식이다. 이번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SNS의 힘이 컸다. 두 번째로, 예전 불매 운동은 국내 위주로 진행됐지만 이번 불매 운동은 재외동포들도 함께했다는 점이 다르다. 세 번째는 재밌게, 즐기면서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뭉뚱그려서 ‘일본 맥주 먹지 말자’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식당) 사장님들이 ‘일본 맥주 1잔에 100만 원에 팝니다’라고 돌려 말하는 식이다. ‘독립 운동은 못했어도 불매 운동은 한다’는 문구는 정말 잘 만들었다. ‘NO JAPAN’ 배너도 마찬가지다. 네 번째로는 90년대생들이 움직였다는 점이다. SNS 활용을 잘 하는 젊은층이 움직이니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남녀노소가 모두 참여하는 불매 운동이 됐다. 이제는 불매 운동이 하나의 문화 운동으로 자리 잡아간다고 생각한다. 예전과는 정말 다르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화형식을 하던, 폭력적이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은 줄고 세련되게 변했다. ‘강요’가 아닌 ‘권유’하는 분위기로 바뀌며 자연스럽게 전파되고 있다. 속된 말로 일본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만 서울 중구에서 ‘NO JAPAN’ 배너를 건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일본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미 일본 매체에서 취재를 와서 다 기사화가 됐다. 그런 뜻으로 한 행동은 아니겠지만, (중구의) 방법은 잘못됐다.

- 욱일기 퇴치에도 앞장서고 계시다. 일본은 해군기로 욱일기를 사용하는 등 요지부동인데.

그것부터가 문제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거다. 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은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려고 지금도 노력하는데 일본은 그런 게 없다. 슬며시 자위대 깃발로 사용하고. 지난해 제주 국제관함식 당시 문제가 있었다. 당시 우리 국방부가 ‘국민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때 많은 네티즌과 함께 항의를 해서 국방부가 입장을 번복했다. 이런 걸 보면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굉장히 많이 다가왔다. 전 세계에 퍼진 욱일기를 많이 없앴고, 요즘에는 항의하면 바로 바꿔준다. 지금까지 10여 년 정도 캠페인을 했는데, 감히 예상하자면 5년 안에 전 세계에서 (욱일기를) 없앨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국내에 욱일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일본에 빌미를 줄 수 있어서 국내 욱일기 퇴치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9월 말까지 다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본은 (잘못된 역사와 관련된) 교육을 전혀 안 시킨다. 오히려 올해 초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에서는 욱일기가 문제 없다는 홍보 섹션을 만들었다. 일본 언론에서는 욱일기를 전범기라고 외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사람이라고 보도한다. 하지만 나는 일본이 궁지에 몰린 거라고 생각한다. 위기감을 느껴 홍보 섹션을 만드는 것이다. 한 5년 정도 더 강하게 캠페인을 펼치면 욱일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도 많다. 쉬운 길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잠깐 자리를 비우면 부재중 전화가 몇백 통이 와 있다. 들어보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해대는 사람이 많다. ‘너 때문에 일본과 좋은 관계가 다 끊겼다’는 식이다. 아직도 친일파가 많다고 느낀다.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분들이 제가 얼마나 보기 싫겠나.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일본이 비웃는다. 나한테 욕을 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틀린 생각은 고쳐줘야 한다. 한때는 내가 국정원 댓글조작 팀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알고 보니 국정원 직원이 제 이름으로 가짜 사인을 했더라. 사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국가보훈처 산하기관의 ‘무보수’ 비상임이사장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저는 모르는 사이 한 아웃도어 스포츠 업체에서 후원을 받았는데,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당연히 무혐의를 받았는데, 이런 일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됐다.

-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싶은가.

25년을 좌충우돌 달려 왔다. 이제 인생 2막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5년은 조금 더 세련되게 활동하고 싶다. 저는 그냥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다. 혼자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느냐. 함께 해주시는 분들 덕이다. 다음 세대에게는 일본군 ‘위안부’ 때문에, ‘독도’ 때문에 화 안 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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