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박, 先 방어 後 반격... 기회 노린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토착 왜구’ 프레임과 당내 계파갈등 등으로 취임 6개월도 안 돼 흔들리면서 홍준표·김병준 등 대권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시작부터 거론된 잠룡들이 구설수와 재판을 겪으면서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특히 여권 잠룡단체장으로 불리는 이재명·김경수 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청와대의 이낙연 국무총리·조국 전 민정수석에게 밀려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들은 주요 지역의 현직 단체장으로서 언제든 다시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세 단체장들은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처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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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조국에 밀린 3인방, 재판·측근 총선 주력... 대권 전열 정비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혼란스러운 정세에 국민이 일본을 상대해 하나로 뭉치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다 현재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때 지지율이 황교안 대표 취임 이전 수준까지 떨어져 당내에서 불신임 목소리가 나오자 홍준표·이완구·김병준·오세훈 등 원내외 잠룡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황 대표의 위기와 야권 발 정계개편에 맞물려 한국당의 잠룡들이 부각됐지만 잠재적 대권후보는 이낙연·이재명·김경수·박원순·김부겸 등 민주당이 더 많았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장관 등 청와대 출신을 제외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였으나 구설수 혹은 이슈 몰이에 실패하며 현재는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대권후보 3위 이재명 도정 주력하며 재판준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일 발표한 7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이낙연 총리가 지난달에 비해 3.8%p 상승한 25.0%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황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2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황 대표에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응답자 전체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9.3%에서 1.5% 내린 7.8%로 2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3위를 유지했으며 범여권(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무당층에서도 10.6%로 2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보수 야권(한국당·바른미래당)·무당층에서 3.7%로 안철수 전 대표와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이 지사는 범여권·무당층에서 지난달에 비해 2.4% 하락했다. 반면 이 총리는 6.6% 상승한 37.5%로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 응답자 전체에서도 이 총리는 상승한 반명 이 지사는 하락세를 보여줬다. 리얼미터는 이 지사의 내림세가 주로 서울, 3050세대, 진보층,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응답자 전체에서 4.9%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3.8%를 기록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제치고 시도지사 중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국 현재 친문 실세인 이 총리를 넘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최측근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세우는 개각을 단행했다. 야당은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조 전 수석이 사법개혁을 완성한 후 대선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리얼미터는 지난달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5만1123명에게 접촉해 최종 2511명이 응답해 4.9%의 응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파격적인 정책을 펼치며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대선 레이스를 펼치며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 지사가 아직까지 당내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게다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지사의 재판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지사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월과 벌금 6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시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친형 입원을 시도하고 유권자에게 거짓말한 피고인이 국내 최대 규모의 지자체를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월 16일 1심에서 “직권을 남용한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받고 차기 여권 대권주자로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같은 구형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제대로 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대응하고 도정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여름철 계곡 등에서 성행하는 하천 불법점유 영업행위에 대해 “내년 여름에는 한 곳도 없도록 바로잡겠다”며 “필요하면 수사 의뢰도 고려하고 전담 특별팀을 만들어라”고 주문했다.

또한 경기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민간 보조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도 지시했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힘세고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불법 등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규정을 어기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일종의 생활문화가 됐다”며 “보조금 지원사업과 위탁사업을 잘 챙겨 달라”고 말했다. 또한 경기지역화폐·수술실 CCTV 등 ‘이재명표 정책’ 홍보를 위한 광고 콘텐츠 공모전도 개최해 정책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일하는 도지사’를 강조하며 자신의 측근을 챙기는 등 총선도 대비하고 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19일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을 공관으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경기도청 측은 당일 참석한 인원 규모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비공개이기 때문에 알릴 수 없다고 일요서울에 전했다. 이번 간담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챙기며 다음 총선 대비 진영 가다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박원순, ‘안희정’ 빈자리 충청 훑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총리와 이 지사에게 밀려 여권 대권주자 중 선호도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조사한 7월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박 시장이 53.7%로 첫 3위에 올랐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 지사는 각각 41.5%, 40.4%를 얻어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고 다른 광역단체장들 중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구설수에 휘말리거나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안정적으로 시정을 이끌어가는 박 시장에 대한 평가가 높게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으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만7000명(광역자치단체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국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0.8%포인트, 응답률은 6.1%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박 시장은 3선 서울시장으로 임기가 끝나면 더 이상 서울시장직을 이어갈 수 없다. 시정으로서는 높게 평가받지만 대권주자로서는 아직 물음표가 나오는 상황이다. 박 시장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내 세력을 구축하고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당내 비주류로 꼽히며 이 총리나 조 전 민정수석에게 밀려나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 과정에서 김부겸 전 장관과 진영 현 장관의 행정안전부가 전면 재조정을 요구하기도 해 시와 정부가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본인의 세력을 구축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박 시장은 지난달 21일 어기구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충남 시도 의원들과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을 만난 것이 확인됐다.

또한 박 시장의 측근인 박양숙 전 서울시 정무수석이 천안갑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천안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규희 민주당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과 2심 모두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400만 원을 선고받아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된다면 박 전 수석이 본선에 무혈 입성할 확률이 크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물러난 뒤로 구심점이 없는 충남 지역의 ‘맹주’ 역할로 당내 세력을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충남에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박 시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시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시스]

김경수, 드루킹-성창호 삼각재판에 웅크리기

친문인사로 자치단체장들 중 가장 대권주자로 유력한 김경수 전 도지사는 조용히 자신의 재판을 방어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지난 14일 컴퓨터등장애엄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 씨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 1심에서도 징역3년 6월로 실형을 받은 바 있다. 정치자금법 혐의는 1심과 같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김 지사에게 직접 이 사건 댓글 순위 조작 범행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에 대한 공직 임용 등을 요구한바 김 씨의 관여 정도 및 목적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씨는 판결에 불복하며 상고해 결론은 대법원에서 날 전망이다.

김 씨의 판결에 따라 오는 11월 중 선고가 예상되는 김 지사의 항소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지사는 김 씨의 공범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고 지난 4월 17일 보석을 허가받아 법정구속 77일 만에 풀려났다.

김 지사를 법정구속시켰던 성창호 판사의 공판도 이목이 집중된다. 압수수색 영장에 담긴 검찰의 수사 기밀을 유추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성 판사 등은 지난 19일 법정에 출석해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성 판사가 실형을 선고받게 될 경우 김 지사의 1심 선고에 대한 신빙성 등도 의심받게 될 수 있어 김 지사 측이 이를 활용해 국면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확정된다면 김 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경남의 민주당 세력은 다음 총선에서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친문인 김 지사의 재판이 길어질 경우 야권에 빌미를 주게 돼 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재판을 잘 넘긴다면 친문을 등에 업고 단숨에 대권 가도를 달릴 수 있어 재판에 주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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