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 날릴 위기 ‘DLS·DLF 쇼크’

[자료 : 금융감독원, 사진‧이미지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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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DLS·DLF 쇼크 사태로 금융업계가 시끄럽다. 최근 DLS·DLF에 따른 금리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이익은 커녕 평균 수억 원에 이르는 원금을 다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증권사 등이 수수료를 챙기기 급급해 불완전 판매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된 상태다. 해당 상품의 일부 고액투자자들은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이달 중 판매사(은행 등), 발행사(증권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관련 검사국과 연계해 합동검사에 착수하고, 분쟁조정에 나설 계획을 밝히면서 DLS·DLF 쇼크 사태 향방이 주목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 DLF) 판매 잔액 총 ‘8224억 원’

금감원, “은행, 증권사, 운용사 대상 합동검사 착수 및 분쟁조정 나설 것”



현재 논란 중인 DLS과 DLF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으로, DLS와 DLF는 각각 증권, 펀드를 뜻한다. 수익을 얻는 구조는 같아 하나의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으로 통칭한다. 대개 해당 상품은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금융 상품 시스템 중 하나로, 금리에 따라 투자자들의 수익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영국과 미국, 독일같은 나라의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는 1%~5% 정도의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물론 이와 반대로 해당 국가의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개인 투자자 ‘89.1%’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판매 잔액은 총 8224억 원에 이른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우리은행(4012억 원) ▲하나은행(3876억 원) ▲국민은행(262억 원) ▲유안타증권(50억 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 원) ▲NH증권(11억 원) 등이다. 현재 다수의 투자자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통해 상품에 가입한 경우가 많아, 해당 두 은행은 직접적인 논란의 대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상품 판매 중 판매 잔액의 99.1%(8150억 원)는 은행에서 펀드(사모 DLF)로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 74억 원 규모의 상품은 증권회사에서 판매(사모 DLS)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개인투자자 3654명이 투자한 금액은 총 7326억 원. 전체 판매잔액의 89.1%를 차지하는 만큼 작지 않은 규모다. 한 투자자는 “퇴직금으로 받은 재산을 들이부어 투자한 만큼 원금을 전부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인 188사는 898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DLS·DLF 쇼크 사태를 부른 상품은 ‘英/美 CMS(Constant Maturity Swap) 금리 연계 사모펀드(DLF)’와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사모펀드(DLF)’다. 금감원은 英/美 CMS 금리 연계상품은 만기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 금액은 3354억 원, 평균 예상손실률은 56.2%로 내다봤다. 여기서 더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은 독일국채 10년물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이미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기준 금리가 만기(올해 9월∼11월)까지 유지 시 예상 손실 금액은 1204억 원,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금리가 유지되는 것이 아닌 추가 하락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 판매했나

여기서 논란되는 부분은 해당 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투자자를 상대로 손실 위험성을 미리, 정확히 고지했느냐의 여부다.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위험성에 대한 부분을 고지하지 않은 채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주장했다.

불완전 판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석해 볼 수 있는데, 법률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 권유를 할 경우 금융투자상품의 내용과 그에 따르는 위험, 상품의 투자성에 관한 구조 및 성격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오인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것도 왜곡된 설명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투자권유 시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에 비춰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해서도 안 된다. 현재 대법원은 금융투자업자의 설명 의무에 대해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특성 및 위험도의 수준, 투자자의 투자경험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최근 상품 설계와 제조, 판매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서고, 분쟁 조정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측이 소비자에게 상품 권유 시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의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는지, 불건전한 투자권유가 있었는지 등의 여부를 두고 불완전 판매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두고 해당 은행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밝힌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배상수준…예측 불가

그렇다면 금감원의 실태조사와 분쟁조정을 통해 은행 측이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업계는 이번 DLS·DLF 쇼크 사태에 대한 전례가 없는 만큼 배상 수준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물론 분쟁조정위원회가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권유 등 주요 기준에서 금융회사의 잘못이 명백할 경우 60%까지 책임을 부과해온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사태를 동일 사례로 간주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국회에선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한편, 지난 22일 중앙일보가 ‘우리은행 직원, 독일 DLS 투자자에 불완전판매 시인했다’ 기사를 단독 보도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건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를 통해 “우리은행 직원이 한 투자자와의 통화에서 ‘불완전 판매’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말한 내용을 밝혔으며, 해당 투자자가 “DLS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권유·판매할 때 금융사가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투자자성향분석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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