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를 처음 만났던 곳은 울산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직접 본인들의 육성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2012년 2월 부산 MBC홀에서 있었던 공지영-조국 토크콘서트에 문재인 당시 민주당 총선 후보가 깜짝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물론 사전 기획되었던 것이었겠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꽤나 열광적이었다.

이 두 사람이 울산에서 만난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울산의 어느 사건을 변호할 때였고, 조국 지명자는 울산대학교 법대 교수로 막 부임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족히 20년 이상의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두 사람이 모두 부산 출신으로서 그 이전에 만났을 개연성도 충분하지만, 어쨌든 두 사람의 인연은 보통 인연은 아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생의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하려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적이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리고 한 번의 대선에서 실패를 거두기는 했지만 비서실장 퇴임 9년 후에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 보도로 인해 실제 인사청문회가 이루어질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무부장관 낙마 가능성조차 거론되고 있다.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여줬던 신뢰만큼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가 낙마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를 임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국 대통령’의 길이 열린다.

물론 발칙한 상상일 수 있지만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현재 대통령 주변 전략가들은 기본적인 정권 재창출 전략은 ‘호남+PK전략’이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 기반위에 영남권을 갈라치기 하는 전략은 김대중 이후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어진 상황에서 언제나 상수의 정권 재창출 전략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의원, 김영춘 의원 등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이낙연 총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남 출신인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의 낙마는 이들의 정권 재창출 전략에는 미처 상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는 조국 본인이 민정수석 당시 인사검증을 한 수준에서 본인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는 데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전략적 사고에 기인한 결과인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생각은 후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주자로 가장 가까운 사람은 김경수 경남지사다, 친노, 친문세력의 황태자로 불려도 무방한 사람이 김경수 경남지사다. 그리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있다. 조국은 이들의 후순위 대체재다. 그래서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은 대선 전략이 아닌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조국이 인사청문회의 허들을 넘어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면, 검찰개혁과 총선관리라는 양날의 검을 쥘 수 있는 것이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게 된다면, 자신들 지지 세력의 분노를 결집시켜 내년 총선을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명대사, “만약에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되어 나타날 것이다”가 시사하듯, 조국을 버리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총선을 승리하겠다는 기조승총(棄曺勝總)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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