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일반적으로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이나 법전을 쥐고 있다. 저울은 권리 관계에 대한 개인간의 분쟁 해결을 의미하고, 칼이나 법전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하여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어(Astraea)는 인간 세상에서 선악을 판별하고 벌을 주는 재판을 할 때, 주관성을 버리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눈을 헝겊으로 가리고 있다.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조국 교수가 지은 책이다. 이 책의 표지에도 현대적 의미로 재탄생한 정의의 여신이 칼과 저울을 들고 있다. 그리스에서 법(Dike)과 정의(Dikaion), 로마에서의 법(Ius)과 정의(Iustitia)라는 단어의 관계에서도 보듯이, 법과 정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조국 교수를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한 이후 연일 상상을 초월하는 기법의 재테크와 자녀 관련 문제 등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짜뉴스에 의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들에 대해 청문회를 통해 명확히 해명하겠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해서 낙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을 두고 가장 강력한 우군 가운데 한 축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조차 “이삼십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사오십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육칠십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며 “조국 후보자의 딸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허탈함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라고 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가장 강력하다는 정의당의 “데쓰노트”에 올라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법무부장관’이 아니라 ‘무법부장관’이 될 것이라고 일갈하고, 유승민 의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들은 대통령의 평등·공정·정의가 가증스러운 위선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고려대, 서울대 등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서는 상황에 이르자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조 후보자가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에 대해 청문회에서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세를 낮추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들끓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법 앞에 누구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강조했다. 대통령 스스로 지명한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불공정과 특혜 의혹으로 문재인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 온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말 그대로 ‘뜨악’ 그 자체다. 더구나 이날 행사의 부제는 공교롭게도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였다.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후보자는 “매일 매일 저의 주변과 과거를 고통스럽게 돌아보고 있다. 많이 힘들다”고 밝히면서도 “앞으로도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 본인의 저서인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의 표지에 있는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과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저울은 기준과 잣대가 다르다는 것인가?

‘공정’을 최상의 시대적 가치로 여기는 2030 젊은 층. 과연 그들이 ‘공정’을 최고의 시대적 가치로 여기게 되기까지는 누구로부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겠는가? 정의의 여신이여! 기준과 잣대가 달라졌다면, 고통스럽고 힘든 그 저울은 이제 그만 내려 놓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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