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다시’ 밖으로 나간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광화문에서 2차 첫 장외 집회를 가졌다. 지난 5월 국회 복귀 이후 약 3달 만에 다시 원외로 향한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강경 투쟁을 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장외에서만 활동했던 지난 투쟁과 달리 이번엔 원내, 원외, 정책 세 분야 전체에서 투쟁하겠다며 투지를 다졌다. 이와 맞물려 당내 주요 인선에서도 ‘친박’보다 ‘친황’ 또는 ‘비박’ 색채가 짙어진 이들로 2기를 꾸리는 변화를 보여 눈길이 쏠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다시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이번에는 장외투쟁, 원내투쟁, 정책투쟁을 병행하겠다며 더욱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울러 황 대표는 당내 요직에서 '친박' 색채를 흐리는 인선을 꾸려 눈길을 끌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다시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이번에는 장외투쟁, 원내투쟁, 정책투쟁을 병행하겠다며 더욱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울러 황 대표는 당내 요직에서 '친박' 색채를 흐리는 인선을 꾸려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

- 당내 요직·국회직 인선 변화…親朴 탈색하고 ‘산토끼’ 잡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시 투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황 대표는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내고,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권한대행까지 오른 전력이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 대표를 ‘관료형 인물’, ‘공안검사의 시각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해 왔다. 달리 말하면 황 대표가 정치 신인이며, 정치인으로서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황 대표의 장외투쟁 선언에는 이 같은 인식을 불식하고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와 지도력을 다진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한국당, 장외투쟁 ‘보수결집’ 강화

황 대표는 지난 1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과 대한민국 파괴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문 정부는) 스스로 개선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나와 한국당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강력한 투쟁을 시작하겠다”면서 “장외투쟁, 원내투쟁, 정책투쟁의 3대 투쟁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4월 20일~5월 25일 약 한 달여 동안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주제로 각 지역을 돌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당시 황 대표는 5월 7일부터 24일까지 18일간 ‘민생대장정’ 일정을 함께 소화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그 뒤로도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며 국회 복귀를 미루다 지난 6월 28일 국회로 돌아왔다. 

한국당의 국회 복귀가 늦춰질 당시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비롯한 여러 현안의 처리가 지연되자 민주당은 “황 대표의 대권놀음에 국회가 더 이상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의 이 같은 행동을 질타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번 입장문에선 이를 의식한 듯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투쟁하면서도 이 정권의 실정을 파헤치는 국회 활동 또한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다”라며 “끊임없이 국민을 위한 대안을 내고, 보고하는 정책 투쟁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이전 투쟁과 달리 ‘장내’도 돌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장외투쟁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황 대표가 발신하는 메시지의 성격이 지난 장외투쟁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집토끼’를 잡기에 골몰할 게 아니라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산토끼’를 잡아야 할 때라는 견해다.

당장 여의도 보좌진으로 구성된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대규모 규탄시위는 국민들의 마음이 동해서 자발적으로 모이는 거지 의원들에게 실적 경쟁하듯 당원 끌어 모으라고 공문을 보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어코 밖으로 나가겠다고 우기고 있다”, “장외투쟁으로 지지율 재미 좀 봤다고 뭐만 하면 시위한다고 공문 보내고 사람 모아오라 (지시)하고 명단 제출하라 한다”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외투쟁 재탕’ 논란이 불거지자 황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똑같은 말을 했나”라며 “그때 한 말과 지금 한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황 대표, 당에서는 외연확장 ‘선회’

황 대표의 ‘집단속’도 당내에서 시작됐다. 황 대표는 당내 주요 인선을 자신과 가까운 인물 또는 비박계로 여겨지는 이들로 채우며 친황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국회직과 당내 인사에서 잦은 변동이 있었다. 국회직으로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김재원 의원, 사법개혁특별위원장에 유기준 의원이 낙점됐다. 

당내 인사에서는 ▲사무총장 한선교 의원→박맹우 의원 ▲수석대변인 민경욱 의원→김명연 의원 ▲당대표 비서실장 이헌승 의원→김도읍 의원으로 교체됐다. 아울러 김성원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대변인단에 합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지지를 얻어 대표로 선출됐다는 ‘빚’을 갚기 위해 당내 인선에 친박 성향을 띤 인물들을 기용하는 보은성 인사를 해 왔으나 서서히 친박 색채를 옅게 하고 당내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어가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때 박 사무총장, 김 의원(예결위원장), 유 의원(사개특위원장) 등 친박계 인사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뽑힐 당시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들끓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들을 친박이 아닌 ‘친황계’ 인물로 분류해야 한단 견해를 제시한다. 

비교적 친박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는 신(新)친박 인사들이 황 대표를 구심점으로 모여 ‘친황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 의원 역시 황 대표와 한국당 사이 가교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가장 먼저 교체된 한 전 사무총장은 4선의 중진의원으로 친박계로 분류된다. 그는 사무총장직을 맡을 당시 사무처 직원에게 비속어를 퍼붓거나 복도에 앉아 있던 기자들에게 ‘걸레질 한다’는 등의 막말을 내뱉어 물의를 빚었다. 한 전 사무총장은 지난 6월 17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고, 같은 달 28일 재선의 박 의원이 후임으로 임명됐다.

황 대표와 가장 근거리에 있는 수석대변인과 비서실장을 교체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친박 색채를 누그러뜨리고 당의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방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민 전 대변인은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고,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 들어갈 당시에 박 전 대통령 입장문을 대독한 전력이 있어 뚜렷한 친박 성향 인물로 평가된다. 여기에 ‘골든타임’, ‘천렵질’ 등 경솔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당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도 더해진 바 있다.

반면 김 신임 수석대변인은 수도권(경기 안산단원갑)에서 재선을 지낸 인물로, 한국당 입장에서는 당내 친박 색채를 빼고 수도권 민심에 세를 보탤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이와 함께 김성원 대변인이 대변인단에 함께하게 된 배경에도 ‘수도권 민심 잡기’가 있었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비서실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친박 성향이 강조됐다.

이와 달리 김도읍 비서실장은 이 전 비서실장과 같은 PK 지역구 의원이나 친박 성향이 비교적 약하단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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