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돌·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호주서 꾸준히 ‘위안부’ 인권 활동 펼친 인물
“한국의 김학순 보고 폭로 용기 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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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에 의해 납치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된 얀 루프 오헤른씨가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호주 매체와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추진위원회’는 “‘위안부’의 고통스러운 삶을 세계 각국에 증언해 국제평화상을 수상했던 네덜란드계 호주인 오헤른씨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오헤른씨는 수녀가 되기 위해 네덜란드령 동인도 수녀회에서 생활하던 중 1944년 인도네시아 스마랑 시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소에 납치돼 3개월 동안 강제 수용됐다.

이후 고인은 영국군 장교와 결혼, 호주에서 거주하며 50년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가 입을 연 것은 지난 1991년이었다. 당시 오헤른씨는 대한민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것에 용기를 얻어 다음해 호주 언론에 피해 사실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후보상 국제공청회에 참석해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에 참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또 2007년에는 미국 청문회에 출석,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오헤른씨는 이후에도 대한민국의 장점돌, 길원옥 할머니 등과 함께 호주 멜버른, 시드니 등에서 꾸준하게 ‘위안부’ 인권 활동을 펼쳤다.

호주 검찰 당국은 “세계에 자신의 고통을 말하며 침묵을 깨트렸던 오헤른의 비상한 능력을 존경해왔다”며 “오헤른의 생존기는 그 자체로 그의 힘과 용기에 대한 입증이다. 호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헤른씨의 자서전 ‘50년의 침묵(Fifty Years of Silence)’은 6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며 전 세계에 ‘위안부’의 참상을 드러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손녀인 루비 챌린저 감독은 할머니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데일리 브레드’를 만들어 국제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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