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사람으로 대권고지 선점한다.’시대가 변해도 지도자로서 요구되는 조건은 정형화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사람을 잘 부리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차기 대선이 2년이나 남았지만 대권을 노리고 있는 여야 잠룡들의 주변이 분주한 이유이기도 하다. 멀고도 험한 대권 고지에 오르기 위해선 조직과 사람,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전략과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차기 주자들의 ‘용인술’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2007 대선 전 당내 경선을 치르기 위한 선거캠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김근태 이해찬 박근혜 이명박 고건 손학규 등이 그 대상이다. 민심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차기 대통령감’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이들이 2007년 대권 도전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들 중 누군가는 청와대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용인술을 싣는다. 손 지사의 인사 스타일은 ‘선 포용, 후 검증’으로 모아진다. 이는 한나라당 빅3를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에 견줘 손 지사만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인선에 있어 ‘까다롭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좌우명… ‘어디서든 주인 노릇’

손 지사의 ‘포용력’이 한나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때는 지난 17대 총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앙당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여파에 휩싸였다. 일부는 의원회관 보좌직원으로 흡수되기는 했으나, 원내1당의 비대한 몸집이 흩어져 제 자리를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 때 제일 먼저 수습에 나선 이가 바로 손 지사였다. 손 지사는 경기도청 또는 산하기관에 자리를 마련해 속속 당직자들을 불러 모았다. 물론 여기에는 차기를 꿈꾸는 손 지사의 복합적인 계산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당에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손 지사 입장에서 당직자들의 도움이 절실했다는 것.

또한 상대적으로 중앙일간지 및 시민단체의 감시가 덜한 경기도의 경우 자리를 마련하는 데 있어 서울시보다는 수월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손 지사의 한 측근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손 지사의 한 단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그는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당직자들이 대거 파견근무를 나오게 된다. 당시 함께 했던 당직자들과 어려움을 함께 겪었고, 이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까다롭지’ 않은 손 지사가 참모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수원 공보관은 “손 지사의 좌우명이 곧 참모들의 좌우명”이라고 전했다. ‘수처작주(隨處作主:현재 있는 곳에서 주인이 되라)’는 시간이 날 때마나 손 지사가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의 좌우명이다.

넉넉한 스킨십이 경쟁력

그래서 일까. 손 지사 참모조직의 맨 파워는 중앙에까지 알려져 있다. 특히 손 지사의 ‘넉넉한 스킨십’은 현재까지 2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과 비교가 되기도 한다. 손 지사의 경우 해마다 선거 때 자신을 도왔던 당직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친목을 다져왔다고 한다. 그 인원만 해도 60여 명에 이른다는 것. 그러나 그의 넉넉한 스킨십과는 별도로 원내인맥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게 손 지사 주변의 촌평이다. 우선 경기도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손 지사의 우군으로 꼽히고 있으며, 당내 소장·개혁파와도 상당한 교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지사 참모조직의 당내 인맥으로는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정진섭 의원이 꼽힌다.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출마 전까지 손학규 지사의 정책특보로 활동했다. 물론 원내인맥이 부족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 손 지사 참모들이 다수 출마했으나,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그렇다면 현재 대권주자들 참모조직 중 가장 맨 파워가 좋다는 ‘손학규 사단’에는 어떤 사람들이 포진해 있을까. 손학규 사단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경기고·서울대 동문 출신인 ‘시니어 그룹’, 서강대 교수 시절 인연을 맺은 교수 및 제자를 포함한 ‘서강대 그룹’, 2002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손 지사를 도운 당내 지원 인사들 및 보좌그룹으로 나뉜다. 이들은 경기도지사 선거캠프 때부터 모이기 시작해 현재까지 브레인 집단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시니어 그룹. 좌장 역할은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이 맡고 있다. 그는 경향신문 외신부장과 문화체육부장관을 지냈다. 그 외 이수영 경기영어문화원장, 임도빈 경기도 생활체육협회 사무처장, 조중래 명지대 교수, 한현규 전 경기개발연구원장 등이 손 지사를 돕고 있다. 한 원장은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을 지냈고, 경기도 산업균형발전정책에 관해 아이디어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경기도 광주 ‘오포 비리’에 연루돼 현재 구속된 상태다. 조중래 교수는 손 지사의 대학 시절 학생운동 삼총사(손학규-김근태-조영래) 가운데 한 명이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의 친동생이다.

베일에 싸인 자문교수 30명

한편 서강대 그룹엔 이제학 경기문화재단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정성운 경기지방공사 감사, 이윤생 중소기업지원센터 홍보팀장, 양영식 경기도 서울사무소장, 김주한 경기도 영어문화원 교육운영부장,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포진해 있다. 한나라당 출신 지원그룹도 손학규 사단의 축을 이룬다. 김성식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비롯해, 박종희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신현태 경기관광공사 사장, 이수원 공보관, 차명진 홍보특별보좌관, 홍용준 정책보좌관 등이 바로 그들이다.

김성식 부시장은 미래연대 출신으로 원외위원장 및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손학규 캠프의 전략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차명진 보좌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공보보좌역 출신으로 손 지사의 대선레이스 홍보전략을 맡고 있다. 한편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종희 사무총장과 신현태 사장은 손 지사와 정치권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강수 경기개발연구원 사무처장은 당 기조국장, 양영식 서울사무소장은 당 사이버팀장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10여 명의 당 사무처 및 한나라당 도지부 당직자 출신들이 도청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에 손 지사의 자문교수단은 약 30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베일에 가려져 있다.

# ‘손학규 사단’엔 컨트롤 타워가 없다

‘손학규 사단’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 캠프 때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함께 했던 참모들이 대거 경기도청에 합류하며 생겨난 말이다. 오랜 시간 손 지사와 손발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속속 진용을 갖춰가는 각 대선캠프에 견줘, 견고하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런데 손학규 사단에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말이 돈다. 시니어·서강대·보좌그룹이라는 3축을 형성하며 발전한 선거캠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손 지사 측에서는 손 지사의 수평적 리더십을 이유로 꼽는다.

어디 가든 주인노릇을 하라는 뜻의 ‘수처작주(隨處作主)’는 손 지사의 좌우명으로 유명하며, 참모조직을 비롯해 경기도 공무원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이다. 한 측근은 수평적 리더십의 실례로 하위직 공무원들과 토론하는 손 지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물론 간부회의도 단순한 상명하달이 아닌 토론식 진행이 많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측근은 ‘폭탄주’를 예로 들었다. 참모조직들과 술자리에서도 폭탄주를 돌리며, 고충을 직접 듣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손 지사 주변에선 ‘장점’이 곧 ‘단점’이라는 평가도 내려진다.

참모조직이 활동하는 영역이나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 대신, 대폭 권한을 주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오포 비리’에 연루된 한현규 전 경기개발연구원장이다. 한 원장은 정책 및 행정을 총괄했던 손 지사의 측근인사다. 또한 ‘손학규-송태호’ 결별설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시니어 그룹의 좌장격인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은 광복 60주년 및 경기방문의 해 기념으로 경기도가 준비한 세계평화축전이 열리고 있는 지난 8월 돌연 사의를 표명해 지역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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