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르크’ 넘어 ‘포스트 박근혜’ 빈자리 노린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한반도 안팎으로 굵직한 정치 이슈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보수의 ‘목소리’를 자처하며 이언주·전희경 의원과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연일 정부여당을 향해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여전사 이미지인 나경원 원내대표의 ‘나다르크’를 넘어 보수 세력의 독보적인 여성 정치인이자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빈자리까지 바라볼 수 있다.

[뉴시스]
[뉴시스]

-보수 여전사 ‘원톱’ 떠오르면 총선 직행... 이미지 굳혀 ‘금배지’ 단다

정치인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에 따라 비판이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스탠스에 서느냐에 따라 다음 선거의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보수 쪽에 서있는 이언주·전희경 의원과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 이 세 정치인이 갖는 ‘보수우파 여전사’라는 이미지는 정치적으로 뚜렷한 존재로 부각시켜줄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 사법 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로 여야가 ‘동물국회’를 재연했던 지난 4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진두지휘하며 패스트트랙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3월에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해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발언을 철회하지 않고 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이에 지지자들 사이에서 프랑스 여전사 잔다르크에 비유해 ‘나다르크’, ‘보수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권을 바라볼 정도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이언주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이언주, 통합된 보수정당 ‘몸값’ 올려 입당하나

앞서 언급한 세 정치인 중 나 원내대표를 따라 ‘보수 여전사’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사람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정치권에서는 탈당 당시만 해도 이 의원이 한국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까지 무소속 신분을 유지 중이다. 이 의원이 아직까지 당적을 갖지 않은 이유로 보수 정당 사이에서의 ‘몸값’ 불리기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계개편을 두고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 7월 22일 열린 이 의원의 저서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 기념회에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또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보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황 대표와 홍 공동대표는 이 의원에게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이 의원이 다음 총선에서 당선돼 3선을 성공하려면 제1야당인 한국당 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하락하는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하는 등 정국 주도권을 잡지 못해 이 의원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정계개편의 움직임 시작돼 이 의원은 상황을 더 지켜볼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대표적인 야권 전략가로 꼽히는 박형준 전 의원이 이끄는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한국당을 중심으로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같이하는 게 진정한 반문연대”라고 말해 큰 틀에서의 보수통합을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8월 7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입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이언주TV’는 8월 28일 기준 26만28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원내에 있는 의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중 단연 구독자 수 1위며 이는 이 의원의 발언과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만 26만 명이 넘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 의원은 계속해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여당을 향해 “국가안보 문제까지 조국 건을 덮기 위한 술책으로 이용하는 부패한 정치인들”이라며 “이것들은 진보도 아니고 썩은내가 진동하는 국가전복세력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정권 실세 조국의 국정농단 게이트에 대한 청문회와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조국게이트’ 시리즈로 3편의 영상이 올라가 있으며 조 후보자를 ‘까도 까도 나오는 강남양파’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토론회·세미나 또는 강연회 가면 지역민들이 이 의원에게 사이다처럼 가장 말을 잘한다고 한다”며 “할 말은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거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의 고향은 부산 영도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25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 기념 사인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영도가 고향이고 거기서 학교를 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부산에서 무엇인가를 한다면 영도를 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또한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보수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의 부산지부가 최근 출범했다. 관계자는 “다른 지부로도 넓혀 갈 것”이라고 전했다.

영도는 현재 중구와 선거구가 묶여있다. 이곳의 현역의원은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지만 김 의원이 다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곳은 조 후보자의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부산 지역의 민심이 지난 선거와 비교할 때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조 후보자 같은 대표적인 인물들이 출마해 주면 격전지가 만들어진다”고 조 후보자의 부산 출마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 후보자가 영도에 출마해 이 의원과의 대결을 펼친다면 영도는 단숨에 총선 최대 관심지가 될 전망이다. 이 의원이 통합된 보수정당의 후보로 나서 조 후보자를 꺾고 3선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당권까지 바라볼 수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 [뉴시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 [뉴시스]

한국당 ‘입’ 전희경, 총선 지역구는 어디로?

전희경 의원은 대변인으로서 한국당의 ‘입’이다. 제1야당을 대변하는 목소리이니만큼 그의 발언과 논평에 항상 이목이 집중된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9번으로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의 체제의 한국당에서 대변인 역할을 했으며 이후 현재 황 대표 아래에서도 대변인을 맡고 있다. 그는 “조국은 위선의 신기록 경신하더니 뻔뻔함의 신기록도 갈아치우고 있다”, “조국 임명, 나라 망하는 것 보여주겠다는 패악 개각”, “처량한 물귀신 작전까지 선보이는 민주당, 집권여당 모양새가 측은하기 짝이 없다” 등 정부여당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국회 운영위에서는 전 의원이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청와대가 주사파 전대협에 의해 장악 당했다”고 지적하며 임 비서실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 의원의 유튜브 채널인 ‘전희경과 자유의 힘’은 구독자수는 약 13만2900명으로 이 의원을 이어 현역의원 중 2위다. 채널을 들여다보면 동영상은 대부분 논평이나 회의 등에서의 발언으로 이뤄져 있고 특별히 편집하거나 기획한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당의) 스피커로서 힘이 있고 신뢰도가 높아 많은 분들이 의정활동을 지지해 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계파 색채가 옅다고 평가된다. 그래서 홍준표·황교안 두 대표 아래에서도 갈등이나 크게 논란이 된 바 없다. 전 의원은 계파는 없지만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지원 특별위원회’ 위원,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 등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노선이 확실하다. 최근 계파논란이 벌어진 황 대표가 이헌승 비서실장과 민경욱 대변인 등 당내 인사를 단행할 때도 전 의원은 유임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민정 청와대·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에 맞서 보수 스피커로 키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 의원은 아직 지역구를 정하지 못했다. 총선이 8개월여 남짓 다가오며 인천, 의정부 등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보도됐지만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전 의원의 인지도와 활동으로 미뤄봤을 때 당에서 험지 출마를 권유할 수 있지만 이는 초선 비례대표인 전 의원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전 의원이 한국당에 남아있는 계파 색채를 넘어서 재선에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뉴시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뉴시스]

배현진, 洪·金·黃 대표 아래 당협위원장 버텨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도 최근 발언 등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배 위원장은 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조국 파문이 일파만파로 가자 논란을 논란으로 덮으려 꼼수를 부리는 정신나간 자살골”이리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고려대 학생들의 집회와 관련해서는 자신을 ‘빽 없는 개천 출신 미생’이라며 집회를 응원하기도 했다

배 위원장은 지난해 3월 MBC 퇴사 후 한국당에 입당해 송파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29.6%의 득표율로 최재성 민주당 의원에게 패하며 2위로 낙선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정치 신인인 배 위원장이 친문인 최 의원과 맞붙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배 위원장은 이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아래 당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의 제작을 맡고 있다. 배 위원장은 홍준표·김병준·황교안 세 대표 아래서 교체되지 않은 채 당협위원장을 이어가고 있어 저력이 있다는 평이다.

다음 선거에서 최 의원과 재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역인 최 의원을 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홍 전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배 위원장에게 희망적인 부분이다. 황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조 후보자의 각종 논란 속에도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자 홍 전 대표가 다음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홍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지역구를 정해 지역민심 훑기에 들어간다면 배 위원장도 함께 이슈몰이를 할 수 있다. 다만 황 대표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본인 세력을 다지고 있어 홍 전 대표가 들어올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만약 홍 전 대표가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총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배 위원장의 첫 여의도 입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