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여성혐오‧나치 관련 대화방으로 변질될까

미국판 일베로 알려진 에이트챈의 이용자들이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비디오 게임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모이고 있다고 CBS 뉴스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시스]
미국판 일베로 알려진 에이트챈의 이용자들이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비디오 게임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모이고 있다고 CBS 뉴스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시스]

총기 난사 예고게시판주목 받은 에이트챈’···범죄자 확성기 역할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온라인 총기 난사 예고게시판으로 주목을 받았던 미국 인터넷사이트 에이트챈(8chan)의 일부 사용자들이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디오 게임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했다고 CBS뉴스가 지난 26(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우주의자들이 모여 미국판 일베로 알려진 에이트챈은 지난 3일 미 텍사스 엘패소,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지난 4월 미 캘리포니아 파웨이 지역 유대교회당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이 범죄 동기 등을 밝힌 곳으로 화제가 됐다.

범죄자들의 확성기 역할을 하며 백인 우월주의 등을 자유롭게 논할 수 있던 에이트챈은 거센 비판 여론에 접속이 중단됐다. 에이트챈의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인 클라우드페어가 지난 5일 더 이상 서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난민이 된 에이트챈 이용자들은 비디오 게임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디스코드(Discord)’로 모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디스코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으로서 비디오 게임을 위해 개발됐다. 지난 5월 기준 어린이, 청소년 등을 포함한 25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20억 달러(24300억 원)에 달한다.

디스코드는 SNS이면서도 인스타그램 등과는 달리 뉴스피드 기능이 약하고, 이용자들은 초대를 통해 비밀(private) 그룹 채팅, 반비밀(semi-private) 채팅으로 소통한다.

CBS는 디스코드가 익명성과 해로운 대화를 비밀 그룹 채팅에서 가능한 점 등 여러 요소가 에이트챈과 비슷해 에이트챈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디스코드가 제공하고 있는 이용자가 빠르게 채팅 그룹을 옮겨갈 수 있는 기능도 에이트챈과 닮았다. 디스코드가 서버라고 부르는 이 채팅그룹들은 보통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등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CBS는 이 서버가 백인우월주의, 여성혐오, 폭력적 포르노, 심지어 나치 관련 대화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BS는 수십가지 예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CBS가 찾은 한 비밀 그룹 채팅은 스톰프런트멤버들에 의해 개설돼 쿨(KOOL) 키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었다. 스톰프런트는 에이트챈에서 공개적으로 신나치주의자, 백인우월자들로 구성됐다며 자주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채팅그룹에서는 여기가 에이트챈-디스코드인가?”, “아니 여기는 포챈(에이트챈의 전신)과 에이트챈 이용자를 위한 고급 디스코드야라는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CBS는 디스코드에서 소셜미디어 갭(Gab)의 팬들을 위한 채팅 그룹도 찾아냈다. 갭은 극우세력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친화적이라고 규정한 곳이다. 이곳에서 한 사용자는 몇 개의 민병대 조직이 미국에서 쿠데타를 일으킬 준비를 지지한다고 표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채팅 그룹에서는 자신의 성격 테스트 결과를 나치당 멤버와 비교하도록 부추기고 있었다. 다른 채팅 그룹에서는 파울 괴벨스 등의 나치 인사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CBS는 전했다.

디스코드는 지난해 극단주의, 불법 활동 등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고 백인우월주의 등과 연계된 다수의 서버를 금지했다.

그러나 밀려드는 에이트챈의 이용자들을 전부 차단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디스코드는 CNBC에 보낸 성명에서 디스코드는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사용자들이 준수해야 하는 지침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괴롭힘이나 협박 메시지나, 폭력 등 불법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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