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한국당 황교안 대표 중심으로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

지난주 범야권 인사들이 모인 토론회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한 말이다. 황 대표 중심으로 보수가 통합해서 내년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다. 원 지사 외에도 다수 인사가 황 대표와 한국당 중심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교안 중심으로 보수를 통합하면 효과가 있을까?

황교안 중심 보수통합은 두 가지 전제를 깔고 있다. 우선 한국당과 황 대표를 보수 적통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재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한국당 중심 보수 통합으로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경제와 안보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 때문에 민주당을 심판한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대략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탄핵 반대가 20% 남짓이고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약 25%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여론조사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은 24%이다. 작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한국당 득표율은 27.8%이다. 보수 비중은 25∼30% 정도다. 황 대표 차기 주자 지지율은 10∼20%를 오간다. 이러한 숫자들은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비토 정서를 보여준다. 또 한국당과 황 대표 중심으로 보수가 통합해도 최대 30%에 그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내년 총선이 민주당 심판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근거는 아직 없다. 민주당 지지율은 40% 전후를 오간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은 2040이다. 2040의 비중은 대략 55%이다. 2040은 한국당 비토정서에서 단일대오를 이루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 지지율은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

총선이 심판선거가 되려면 2040의 20∼30%가 한국당 지지로 돌아서야 한다. 현재 2040 한국당 지지율은 10% 전후에 불과하다. 거의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최근 조국 논란으로 20대 일부가 민주당에서 이탈했지만 이들이 한국당 지지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수 통합의 두 가지 전제는 성립될 수 없다. 한국당과 황 대표 중심으로 통합하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 보수가 승리하려면 민주당 40%를 허물 수 있는 근본적인 재편이 필요하다. 민주당에서 10%포인트 정도를 가져와야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비토를 완화하기 위해선 한국당과 황 대표가 아닌 제3자가 앞장서야 한다. 한국당은 해체에 준하는 쇄신이 필요하다. 기존 정치인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이루어져야 한다. 황 대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정치적 책임은 법률적, 실무적 잘못이 없다고 해도 종종 요구받는다. 지금의 황 대표가 그렇다. 황 대표도 지난 24일 광화문 집회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보수통합으론 부족하다. 중도 경쟁에서 민주당에 앞서야 승산이 있다. 중도·보수로 이념좌표를 이동해야 한다. 자기파괴 수준의 변신이 없으면 국민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총선은 이제 8개월 남았다. 한국당과 황 대표가 이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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