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불거질 때마다 네티즌이 직접 조 후보자 SNS서 관련 발언 찾아내

[사진=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트위터]
[사진=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트위터]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박지성(38·은퇴)이 현역으로 활약할 당시, 그의 은사였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1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앞서 맨유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던 웨인 루니(33·DC유나이티드)가 트위터에서 한 팬과 설전을 벌인 것에 대한 충고였다. 퍼거슨 감독은 “인생에서 그거(트위터)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100만 개는 된다”면서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 한권을 읽어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트위터는 시간 낭비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발언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트위터 등 SNS에서 실언을 하며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SNS를 통한 연예인들의 실수가 이어질 때마다 “퍼거슨 1승 추가”라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다. 그리고 네티즌들의 이 같은 반응은 최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55) 서울대 교수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활발한 SNS 활동이 자기 발목 잡은 셈
‘Cho est lux mundi’(조국은 세상의 빛이다)라는 계정까지 등장

조 후보자는 지난 2009년 8월 트위터에 가입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올린 글은 1만5000여 개다. 단순 계산해보면 조 후보자는 트위터 가입 후 하루 평균 4건의 글을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올린 셈이 된다. 물론 SNS를 통한 의사 표현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SNS 상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저격’하는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조 후보자처럼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공인(公人)일 경우에는 그 책임이 더욱 커진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기준 조 후보자의 팔로워는 104만5902명에 달한다.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조 후보자의 발언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도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올리는 글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올리자마자 삭제해도 누군가는 이미 해당 글을 캡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는 트위터를 십분 활용했다. 당시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나 시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조 후보자가 과거 했던 말들은 2019년 현재 청문회를 준비하는 그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과거에도 조 후보자의 발언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처럼 네티즌들이 나서 직접 ‘발굴’해내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조 후보자가 졸업한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조 후보자의 트위터 글을 찾아내며 ‘조국은 나의 빛’ 등 풍자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Cho est lux mundi’(조국은 세상의 빛이다)라는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은 최근 불거진 의혹과 관련, 과거 조 후보자의 말을 인용하는 형태로 우회적 비판을 하고 있다. ‘과거의 조국’이 ‘현재의 조국’에게 일침을 가하는 셈이다. 과연 어떤 트윗이 조 후보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을까.

▲ 공인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

- 조 후보자가 지난 2013년 5월 31일 오전 8시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공인이라면 인사청문회 등 검증 과정에서 일부 허위 의혹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지난달 20일 트위터에 “‘포르쉐 탄다’ 조국 딸, 각종 루머 허위사실 유포 경찰 고소”라는 트윗을 게시했다. 조 후보자 딸이 포르쉐를 탄다는 것이 허위사실임과는 별개로, 과거에 주장한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는 부분을 번복한 것이다. 또 지난 24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재임 시절이었던 지난해 70대 노인 등 일반인 2명을 직접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

2017년 1월 11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수사 받을 당시 올린 트윗이다. 조 후보자는 수사 대상이 됐음에도 장관직을 유지하는 조 전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검찰이 서울대와 부산대, 웅동학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조 후보자 본인도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의혹만으로 검찰 개혁 큰길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끝까지 청문회 준비를 성실하게 다 하겠다”고 사퇴설을 일축했다. 과거 자신이 비판한 조 전 장관의 태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다.

▲ 참으로 무지한 소리! KIN! (‘교수님 번역해준 것만으로 논문의 공동저자가 될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리트윗하며)

2012년 10월 6일 한 트윗을 리트윗(공유)하며 남긴 글이다. 번역으로 논문 공동저자로 오른다는 게 ‘참으로 무지한 소리’라는 일침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딸이 번역을 도와준 뒤 의학 논문 제1저자에 등재됐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조 후보자 딸과 논문을 집필한 단국대 장모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어로 논문을 잘 써줘 제1 저자로 올렸다”고 밝혔다.

▲ 장학금 지급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2012년 4월 15일 쓴 글이다. 말 그대로 장학금을 ‘성적’이 아닌 경제 상태가 불안정한 학생들에게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조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56억 원이다. 대한민국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의 딸은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시대 언관(言官)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

지난 2015년 4월 12일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정치인들을 비판하며 쓴 트윗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사퇴 여론이 커졌음에도 지난달 30일 “저를 믿어주시고 음양으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인사청문회 더욱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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