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테크코리아·미쓰비시엘리베이터' 전범기업 이슈로 도마에 올라...

후지테크코리아(왼쪽) 미쓰비시엘리베이터(오른쪽) 홈페이지 캡처
후지테크코리아(왼쪽) 미쓰비시엘리베이터(오른쪽)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산업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건설업계에서도 일본 업체나 자재들의 퇴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계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온 승강기 업계에는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슈로 현대엘리베이터가 국산화 움직임의 수혜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자재 사용 건설사 퇴출 가능성 거론...기업들 전전긍긍
국산기업 현대엘리베이터 반사이익 얻어 수혜주로 떠올라...


현재 국내 승강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일본계 승강기 업체는 후지테크코리아·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재진출했던 히타치엘리베이터는 올해 초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해당 일본계 승강기 업체들은 고품질·고가격 전략을 내세워 고속 승강기 시장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더불어 시장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공동주택이나 저층시장에도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승강기는 총 68만3641대다. 세계 8위 수준이다. 매년 설치되는 승강기는 2016년에 4만대를 넘어섰고, 올해 5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승강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모두 국토면적이 넓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승강기를 보유한 국가는 중국으로 653만2000대를 설치해 운행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스페인(106만9328대), 미국(104만2850대), 이탈리아(94만530대), 일본(89만7963대), 독일(81만9884대), 러시아(68만1875대)가 뒤를 이었다.

日 전범기업 '공공구매 제한'   

건설업계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면 일본계 승강기 업체들도 어느 정도 출혈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 한다.

특히 미쓰비시의 경우 전범(戰犯)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만큼 불매운동이 확산할 경우 엘리베이터의 영업활동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모기업이 ‘미쓰비시전기(Mitsubishi Electric) 그룹’이다. 미쓰비시그룹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재벌 해체과정을 겪으면서 중공업, 전기, 상사 등으로 분리됐다.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이 대법원으로부터 강제징용 및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배상 명령을 받으며 전범기업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게다가 승강기의 경우 시공사 입찰이 가장 많은데, 시공사들이 굳이 소비자 감정을 거스르면서까지 일본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승강기나 관련 부품 등이 수출규제 품목은 아니지만 사회분위기를 고려해 몇몇 발주처와 배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일본계 승강기 업체는 현대엘리베이터나 중소업체 등 대체 방법이 많아 언제든 불매운동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시장에서도 일본 전범기업 관련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전국 광역의회로 확산하고 있다.

홍성룡 서울시의원은(더불어민주당 소속) 25일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이르면 29일쯤 발의해 8월 시의회 정례회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여야 의원 40여명이 조례안 발의에 찬성해 통과 전망도 밝다.

홍 의원은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와도 전범기업 제품 불매를 위한 '입법 공조'를 펴겠다고 밝혔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17개 광역시도에서도 (조례안 제정에)동참하겠다고 해서 26일 17개 광역시도 의원들에게 조례안을 보내기로 했다"며 "의회별로 회기에 맞춰 발의할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대일항쟁기 때 우리 국민의 노동력을 착취하고도 아직 공식사과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아 서울시가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공공구매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조례안 제정 취지"라고 밝혔다.
조례안에 "서울시장과 시교육감이, 산하기관들이 일본 전범기업 제품을 공공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둬서 자치구청은 물론 산하 투자기관과 출연기관 등이 가급적 전범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경기도의회는 지난 3월 안건 상정을 보류한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를 재추진하고 있다. 경북도의회도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수의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준비 중이다.

강원도 원주시는 시에서 발주하는 구매품목 중 일본산 제품 구매를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또 시가 발주하는 공사계약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본산 자재들이 배제되도록 철저하게 관리, 아파트 등 지역 내 일반 공사에 대해서도 일본산 자재 배제를 권고키로 했다.

충남도와 충남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달 25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유감을 드러내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해제하지 않으면 일본산 불매운동을 지자체 차원에서 전개할 것”을 공표했다.

사태추이 지켜보며 일본과 선긋기 중

일본계 승강기 업체들은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일본과의 선긋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 일본계 승강기 업체 관계자는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일본 업체와 사명만 공유하는 정도일 뿐 별개의 경영체제로 봐달라”고 전했다. 또 “일본계이기 때문에 건설업계에서 배제를 시작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많은 것은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입찰 과정 등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낙관했다.

미쓰비시엘리베이터 측은 “모기업인 미쓰비시전기의 지분 중에 중공업, 자동차, 화학, 상사 등 타 미쓰비시그룹 계열사의 보유분은 없다”며 “브랜드만 공유할 뿐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발 경제전쟁이 어디까지 확산될지에도 산업계는 예의주시 중이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계속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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