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체될 수도 있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황교안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보수통합을 거론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당 내에서 조국 청문회 개최 여부, 선거제 개편 등에 대한 원내 지도부의 전략 부재론을 거론하며 나 원내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작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 임기를 연장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친황계 등에선 연장 불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부에선 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12월까지이지만 그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기류로 인해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후보군도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 황교안 대표와 불화 원내 전략 부재 사면초가 나경원
- 포스트 나경원김학용, 권성동, 안상수, 윤상현 하마평 거론

이런 식으로 하면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할 것이다.”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경제 FIRST! 민생 FIRST!’ 2019 자유한국당 국회 연찬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지켜본 한국당 중진 의원이 격앙된 목소리로 한 말이었다.

한국당 연찬회서 나경원 리더십 상처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이콧 여부를 놓고 의원들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에서 조국 청문회 보이콧을 주장했고, 의원들은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중진 의원은 조국 정국을 전략적으로 잘 접근해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긴급 의원총회를 한다고 해서 조 후보자가 사퇴하는 줄 알았다원내지도부에서 조국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모습을 보고, 왜 우리가 조국 이슈를 덮고, 스스로 정리해 주려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당 관계자 역시 의원들 의견을 사전에 수렴해 보고 보이콧을 언급했어야 맞는데, 너무 성급하게 언론에 보이콧이 보도되면서 마치 제대로 된 전략이 없는 것처럼 비쳐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날 연찬회에서 진행된 비공개 자유토론에서는 나 원내대표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대표 측에서 당대표를 경쟁상대로 삼는 듯한 나 원내대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8월 초 나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통합을 강조하며,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 원내대표는 개혁보수 세력과 함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는 우리공화당(태극기 세력)으로 대표되는 강성우파 세력까지 통합 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기 다른 통합론이 빗발치면서 정계 개편은 당대표의 역할 범주에 속하는데, 나 원내대표가 먼저 치고 나간 데 대해 친황계가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를 의식해 이날 비공개 회의 때 친황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황 대표 중심으로 총선을 잘 치르자고 강조했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도 황 대표 자신이 통합 논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황 대표에게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원내대표도, 최고위원도 통합을 이야기하는 중구난방식 통합 논의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 이번 연찬회는 조국 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사실상 원내 지도부 전략 부재를 그대로 노출한 점을 꼬집으면서 나 원내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개특위, 선거제 의결당내 전략 부재 노출

문제는 원내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원내지도부가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이 정개특위에서 한 말을 자세히 뜯어보면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전략부재론이 여실히 드러난다.

김성식 의원은 “(지금 올라온 준 연동형제는)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전 정개특위 위원장이 연동형 100%에 적용할 수 없으니 연동을 줄이자는 견해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정수를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안이다. 그런데 (한국당이) 이 안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한국당이 (합의 이후) 대안을 갖고 토론했다면 지금 이렇게 의결하는 것에 모든 위원들이 반대했을 것이다. 어떨 땐 회의하자, 하지 말자, 또 어떨 땐 딴소리만 하고... 정개특위 위원 한 명으로서 말하지만, 선거 개혁이 떠내려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그게 내가 표결을 요구한 이유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을 살펴본 한국당 인사들은 장제원 의원이 나홀로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원내 지도부가 적절하게 대안을 마련해 물밑 접촉을 통해 일부 의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런 전략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어 사안에 대한 전략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여당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등 꼬인 정국 풀지 못하면

그러면서 한국당 내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고발된 의원들이 검찰 소환을 받게 될 경우 나 원내대표에 대한 교체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당 의원들은 고발된 의원 전원이 경찰 수사를 거부하는 등 최대한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다. 원내지도부도 경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고소·고발된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등 수사가 가속화될 경우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선진화법 위반 의원들에 대한 정치적 타협에 전혀 관심이 없다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되거나 기소될 경우 원내대표 책임론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의 나를 따르라에 따라왔는데 의원들이 기소될 경우 21대 선거에서 타 후보로부터 의원직 상실 공격을 받거나 자칫 공천을 받는 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이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나 원내대표에게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6월 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곧바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지 못한 전례가 있다이번 선거제 개편을 비롯해 조국 정국 등에서 또다시 헛발질을 하거나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나 원내대표에 불신이 커져, 교체론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2월 임기가 끝나는 나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임기를 연장하고 싶으나 당내 분위기가 나 원내대표의 희망과는 달리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들어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해,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 지원 유세를 펼쳐야 득표전에 도움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후보군도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통상 총선을 목전에 앞두고 지역구 선거운동을 하면서 당직을 맡을 경우, 부담이 가중돼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중진의원들 입장에선 원내대표로 당선될 경우,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카드일 수 있다.

예비후보군 물밑 활동 활발 표밭 다지기 분주

지난 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패배했던 김학용 의원이 가장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의원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다녀오는 등 표밭 다지기를 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한국당 윤상현 의원과 안상수 의원 등도 원내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이 당내 안팎에서 들린다. 여기에 지난 2018년 검찰의 강원랜드특별수사단에 의해 기소됐으나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권성동 의원도 원내대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원내대표 경선이 실시될 경우 친황계에서 어떤 후보를 지원하느냐가 원내대표 경선 판도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