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삼오오 모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TV, 인터넷에서도 연일 조국 교수 이야기뿐이다. ‘힘내세요’와 ‘사퇴하세요’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놓고 대결을 벌이기도 하니 이쯤 되면 가히 ‘도배질’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 와중에 유시민 전 장관이 한 방송에서 “조국 사태는 집단 창작이다. 심각한 위법 행위나 직접 책임질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게 없다. 조국이여 너무 슬퍼 마라. 그대보다 더 심했던 나도 있다”라고 주장해서 논란에 부채질을 더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이 ‘가짜뉴스’라고 언론보도를 폄하해 온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좌초되는 나룻배에 자기 몸을 묶는 우를 범했다”는 시각부터 “가족 관련 신세 진 부분을 갚으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설까지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가 심각한 위법행위나 직접 책임질 도덕적 문제가 하나도 없다면 검찰의 압수수색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했단 말인가? 요즘 회자되고 있는 ‘386 진보 꼰대’들의 만연화된 ‘진영 논리’는 참 지독하기도 하다.

특히 정유라 사건에서 보았듯이 특권층의 ‘교육 사다리’ 독점을 통한 반칙에 반발하며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된 청년,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에 대해 마치 자유한국당의 배후 조종에 놀아나는 것처럼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으로 치명적인 ‘모욕’을 가하기도 했다.

그의 “지금 같은 상황에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집회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은 마치 서울대 학생들을 ‘테러집단’이나 불온세력으로 매도하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소위 조국 지지자들이 주요 집회 참석자들의 신상털기와 SNS 상에 부모 욕과 음해를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 타령이라니.

요즘 청년들은 속에 숨어 있는 ‘본질’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훨씬 강하다. 어릴 때부터 웹과 모바일에 체화되면서 보고 느낀 ‘직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즉,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것에 익숙한 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의 특징은 일견 의사결정과 행동에 있어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즉, ‘옳고 그름’ 보다 ‘좋고 싫음’이 먼저 다가오다 보니 좋은 것, 좋아하는 것만을 거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성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청년층의 특징적 현상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번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는 여당, 야당 편이라서가 아니라 집권층이 강조해 온 ‘촛불혁명’ 정신의 토대인 높은 도덕성을 망각한 채 '내로남불'식의 오만한 태도와 ‘공정’의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훼손한 것에 화가 나 일어난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절규를 애써 외면하면서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대학생들의 촛불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확증편향’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정보의 ‘객관성’은 감히 끼어들 틈이 없다.

흔히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가정하고 현상을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 상황과 현실 앞에 과연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맞을까? 인지부조화 속에서 그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비교적 바꾸기 쉬운 자신의 인지를 스스로 바꿔 쉽게 조화해 버리고 마는 “합리화하는 존재”가 더 맞지 않을까?

한때나마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곤 했던 유시민! 확증편향적으로 인지부조화 상황을 합리화하며 좌초되는 난파선에 스스로를 묶어내는 그를 보면서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지만 합리적 존재는 아니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이 더 크게 들려오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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