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文 ‘넘기고’ 檢 ‘떠밀고’ 尹 ‘칼 들고’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최근 대한민국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은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 영화의 장르를 ‘저질 스릴러’라고 지칭했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를 두고 여야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조 후보자에 사법 개혁에 이를 갈고 있던 검찰이 압수수색을 강행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 스틸러’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도 말을 아끼고 있어 그 배경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 청와대는 별 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채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 청와대는 별 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채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검찰총장, ‘조직’이냐 ‘사람’이냐… “나는 조직에 충성한다”
- ‘원칙주의자’ 文대통령, 압수수색 묵묵부답…‘수사 통해 의혹 해소해라?’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9일 한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조 후보자가 휩싸인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두고 “그리스 비극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사태를 스릴러로 바꾸고 있다”며 “조 후보자가 직접 책임질 만한 상황이 없는데, 광범위하게 모든 것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별건 수사를 통해서 가족들이 입건되고 포토라인까지 세울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이라면서 “이건 악당들이 주인공을 제압 못 할 때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과 유사한, 저질 스릴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이사장의 말처럼 이 상황을 ‘영화’에 빗대 본다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든든한 조력자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그를 저지하는 상대 세력으로 열연하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한 가운데 아직 의중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과 세력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이다.

靑 “청문회, 소명 기회 보장”…‘압수수색’엔 “할 말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8·9 개각’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던 조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 내정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조 후보자는 교수 시절부터 사법·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을 뿐 아니라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실현하겠단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법·검찰개혁이 문 정부의 숙원 과제 중 하나란 것을 감안한다면, 이 사안에 대해 오랜 기간 오피니언 리더를 자임해 온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 여기기에 마땅했다. 

청와대 역시 조 후보자 내정 이후 ‘코드 인사’라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 “후보자 지명 철회는 없다”고 응수했다.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낸 다음 날인 지난 1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게 될 것이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다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지금 막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을 거둬들일 수는 없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그 뒤 청와대는 야당 의원들과 언론을 통해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들이 연루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될 당시에도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여야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과 개최 여부를 두고 지난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는 9월 2일과 3일, 양일간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키로 했으나 증인 채택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면서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 바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지난 28일 한국당의 ‘조국 청문회 보이콧’에 대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청문회 실시를 앞두고 있는 청문 절차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 첫 사례가 됐다”며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그 후보자를 자리에 앉히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는 의견이 있기에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같은 날 “국회가 법 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가 적합한 직무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는지 검증하는 자리”라며 “(자유한국당이 보이콧을) 아직 결정 안했고 보류한다고 했지만 그런 말이 나오는 자체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앞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1일 춘추관에서 연 브리핑에서 “후보자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했을 것이다’, ‘했을 수 있다’,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의혹 제기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한 설과 가능성은 모두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문회를 통해 조 후보자의 소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文대통령 ‘알쏭달쏭’…‘감싸기’냐 ‘공 넘기기’냐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 청와대는 별 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채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7일 조 후보자 관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서울대, 부산대, 사모펀드, 웅동학원 재단, 부산시청 재정혁신담당관실 등 사무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틀 뒤인 29일에는 조 후보자의 자녀 특혜 장학금 의혹과 관련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전 양산부산대병원장) 선임과 관련 자료를 확보코자 오거돈 부산시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그야말로 광폭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같은 날 “언론 플레이를 통해 피의사실이 유포되는 것은 지난날 검찰의 대표적인 잘못된 행태다. 그건 없어야 (한다)”라며 “(피의사실 유포는) 정치 검찰, 과거의 잘못된 나쁜 행태이지 않나”라며 강경 대응했다.

이와 달리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답을 내놨다. 검찰의 첫 번째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 27일 조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조율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압수수색 관련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 (입장을) 낼 수도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와 더불어 수사 지휘권을 갖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적절한지에 대해 질문하자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이 같은 청와대의 반응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에게 퇴로를 만들어 주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조 후보자와 그 가족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도 그가 ‘수사 중인 사안이니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라고 답할 수 있단 것이다.

반면 ‘문 정부가 조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기 부담돼 검찰에게 공을 넘긴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엔 문 정부의 강력한 기반이자 정체성이 ‘적폐청산’에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성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이것이 세운 ‘촛불정부’가 문 정부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강조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문 대통령이 ‘의혹이 있다면 조 후보자가 이에 대해 공정한 수사를 받고,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라’는 의중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조 후보자가 내정된 법무부장관은 ‘법’을 다루는 사법기관인 만큼 더욱 높은 도덕성이 보장돼야 한다. 

혹여 수사 과정 중 위법 사항이 발견된다면 문 대통령이 이에 따른 책임을 조 후보자가 지게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반면 수사를 통해 조 후보자가 ‘혐의 없음’으로 밝혀진다면, 그의 도덕성에 흠결이 없다는 점이 드러나 한결 부담을 덜 것이란 의견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설 당시 안대희 전 검사장이 이끈 대검 중수부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불법선거자금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끈 바 있다.검찰은 중수부를 필두로 안 전 지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유죄를 견인했다. 안 전 지사는 200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도 사법개혁에 대해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안 전 지사를 상대로 검찰이 수사를 벌일 경우 자칫 검찰에 세를 실어줄 수 있고, 노 전 대통령 역시 흠집이 날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적잖이 있었다. 

실제 당시 여론은 수사팀을 지휘한 안대희 대검찰청창 중앙수사부장과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을 향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며 이들을 ‘국민검사’로 추대했다. 실제 당시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검찰이 강력해진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었다. 이 전례에서 볼 수 있듯, 문 대통령은 원리원칙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여겼을 때 굽히지 않는 성향을 지닌 인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원칙주의자’ 성향이 이번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에도 일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당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내정설이 돌았을 때 검찰 측이 ‘벼르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직주의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그의 칼이 조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시스]
당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내정설이 돌았을 때 검찰 측이 ‘벼르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직주의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그의 칼이 조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시스]

‘신 스틸러’ 윤석열 ‘최종 보스’ 검찰?

현 검찰총장인 윤 총장 역시 당시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활동하며 안 전 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을 구속수사한 전력이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윤 총장의 칼이 이번에도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윤 총장당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내정설이 돌았을 때 검찰 측이 ‘벼르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직주의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그의 칼이 조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시스]을 임명해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공고히 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단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취임 당시 “우리 윤 총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표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윤 총장 간 우호 관계를 들며 이번 압수수색이 ‘면죄부 수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이들도 있다. 반면 일각에선 윤 총장이 조 후보자 관련 사건을 특수부에 전담한 점을 들며 ‘고강도 수사’를 암시했단 이야기도 나온다.

윤 총장의 지난 발언도 다시금 회자됐다. 윤 총장은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조직을 사랑한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조직주의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그의 칼이 조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의 이 발언에 대해 “이건 검찰 위해 한 몸 바쳐 일하겠단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국회의원 자리를 준다고 했는데도 본인이 조직(검찰)에 남겠다며 싫다 한 사람”이라며 “문 정부에서도 ‘코드가 맞겠다’해서 검찰총장에 임명했는데, (그가) 검찰로 돌아간 이상 체계나 질서를 승계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 후보자 사태를 통해 ‘한몸’인 검찰의 생리가 보다 확실히 드러났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2003년때까지만해도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검찰이라 불리는 조직이 한몸이 됐단 징표를 또 하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전국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해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조직체로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 상위 직급이나, 검찰권의 행사에 관해 행정부로부터 정치적 영향이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총장만을 지시할 수 있고 검사들을 지시할 수 없었다. 이 법은 지난 2003년 12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일부 폐지돼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관계’로 변경됐다.

다만 아직까지도 조직 내에는 ‘검찰은 한몸’이라는 의식이 잔존한다. 때문에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윤 총장 역시 이 같은 생각에 결국 ‘조직’을 택할 것이라는 풀이다.

그렇다면 윤 총장이 충성을 바친 검찰은 어떤 조직인가. 당초 조 후보자의 내정설이 돌았을 때 검찰 측이 ‘벼르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 관계자는 조 후보자의 내정설이 돌 당시 검찰 분위기가 어땠냐는 질문에 “매우 안 좋았다”며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했거나 학계에 오래 있었던 이들이 조직과 충돌한다는 여러 사례가 있었다. 조직과 맞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을 검찰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의 개혁 성향이 조직과 맞지 않아 대립할 소지가 있고, 역으로 조직 역시 조 후보자의 이 같은 개혁 성향을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검찰의 전방위 수사 역시  ‘밀리면 안 된다’는 절치부심 태도로 똘똘 뭉쳐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압수수색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이 사건에 뭐가 있긴 한가 보다’라는 인식을 심어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그는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조 후보자는 법무부장관이 될지라도 검찰을 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연이어 “내가, 내 가족이 피의자이고 피내사자인데 (어떻게 검찰을 건드릴 수 있겠느냐)”고 부연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일련의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 판단에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청문회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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