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플랜트 대신 노브랜드버거(NBB)...실적 부진 만회하나

 

노브랜드버거 홍대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이마트의 창사 첫 적자 소식에 시끄럽던 여론이 이번엔 1900원짜리 노브랜드 버거에 눈길을 돌렸다. 지난달 19일 신세계푸드가 가성비 좋은 ‘갓성비’를 내세운 버거 브랜드를 오픈했다. 이름은 ‘노브랜드버거(No Brand Burger)’, 약칭은 NBB다.

홍대점이 오픈한 직후에는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순위 상위권에 올랐고, 각종 블로그와 카페에는 매장 방문 후일담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과연 노브랜드버거는 경기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일요서울이 홍대점을 찾아봤다.

검색순위 상위권 올라, 후일담도 꾸준...경기불황에 외식시장 활력얻나
식재료 자체 생산, 유통사업으로 단가 유지...가맹사업 나설 계획도


어떤 이는 정 부회장을 두고 ‘실험형 기업인’이라고 평가한다.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대중성 있는 아이템으로 다양한 분야의 유통 실험에 나서는 주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간 내놓은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레스케이프, 스톤브릭, 롭스, 스타필드 등만 하더라도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대상인 건 확실해 보인다.

그중에서도 새롭게 출점한 노브랜드버거는 정 부회장의 유통 실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아이템으로 보인다. 그 누가 정 부회장과 햄버거의 조합을 생각했을까.

하지만 정 부회장의 패스트푸드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버거플랜트(Burger Plant)’ 출시를 통해 패스트푸드 시장의 흐름을 꾸준히 파악해 왔다. 정 부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논현동에서 버거플랜트를 운영하며 가성비 전략 실험에 나섰고, 이를 보완해 노브랜드버거 홍대점에서 패스트푸드 시장으로의 본격 출격을 알렸다.

현장은 ‘북새통’

홍대입구 가장 번화한 길목에 위치한 만큼, 노브랜드버거 매장을 찾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 이웃으로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은 물론, 맥도날드 등 햄버거 시장의 터줏대감도 자리했다. 이미 알려질 대로 잘 알려진 노브랜드의 CI(Corporate Identity)에 버거를 더해 눈에 띄었다. 거기에 다소 팝아트적인 감각을 더한 ‘NBB’ 간판은 주요 소비자 층인 20~30대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매장에는 총 두 대의 주문 키오스크(무인자동판매기)가 마련돼 있어 주문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창 바쁜 시간대의 점심시간인 정오에는 점포 입구에서 줄을 서야 했고, 순차적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어 주문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었다. 정오 시간대임에도 주문한 메뉴는 예상보다 빨리 받을 수 있었다.

오픈 직후 50분을 기다려도 받을 수 없다던 후기를 반영해 개선한 것 같았다. 다만 밀려드는 주문건을 처리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탓인지 햄버거 빵과 감자튀김은 다소 차갑게 느껴졌다. 오리지널 햄버거와 탄산음료, 감자튀김으로 구성된 ‘NBB오리지널’ 세트메뉴를 받아보니 매장에 게시된 이미지컷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가격 대비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노브랜드버거의 메뉴 가격은 세트 기준 3900원부터 6900원까지 다양하다. 가장 저렴한 메뉴는 ‘그릴드 불고기 세트’로, 신세계푸드가 광고에 1900원을 내세운 근거도 바로 이 단품 메뉴 때문이다. 해당 매장의 한 직원은 ‘NBB시그니처 세트’와 ‘NBB어메이징세트’를 인기메뉴로 손꼽았다.

온라인상에도 NBB시그니처 버거를 추천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NBB어메이징 버거는 맥도날드의 ‘빅맥’과 유사한 메뉴다. 노브랜드버거의 메뉴는 대체로 빵과 패티, 채소 등의 구성이 유사했고, 소스로 특징을 달리한 것처럼 보였다.

매장을 찾은 대학생 한지윤(21) 씨는 “5000원 내외의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들르기에 좋은 것 같다”며 “양은 적은 편이나 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노브랜드버거의 또 다른 특징은 사이드메뉴였다. 소떡롤(소스/시나몬), 피자 바게트(페퍼로니/치즈/콤비), 상하이 핑거 포크, 샐러드(탄두리치킨, 치킨, 그린) 등 기존 패스트푸트점과는 다른 구성이 눈길을 끌었다.

가맹사업도 검토 중

노브랜드버거는 기존 버거플랜트보다 버거 메뉴 2종이 늘었고, 사이드 메뉴는 6종이 줄었다.  음료는 쉐이크, 맥주 대신 탄산음료와 에이드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9월 중 삼성동 코엑스와 논현동에 위치한 버거플랜트 매장을 노브랜드버거로 리뉴얼 오픈할 계획이다. 버거플랜드 론칭 당시만 하더라도 오는 2021년까지 100개 매장 출점 계획이 있었지만, 이 같은 계획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직영점 운영을 통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가맹거래 사업까지도 확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브랜드버거는 품질을 높이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신세계푸드가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을 접목했다.

노브랜드버거의 패티는 가정간편식(HMR)을 만드는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서 제조하고, 버거 속 채소는 이천공장에서 전처리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자체 운영하는 식자재 유통 사업으로 식재료 납품 단가를 낮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신세계푸드가 가맹 사업에 뛰어든다면, 외식업계는 또 한 번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외식시장에 찾아든 불황에 이번 정 부회장이 꺼내든 노브랜드버거가 해법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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