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탄핵 정국 이후 3년 가까이 사분오열됐던 자유우파 통합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고 있다.

먼저 지난 8월 24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에는 10만의 시민과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운집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대표는 “합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자유우파의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는 발언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한 말인 “우리나라가 독립국만 되면 독립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하였다”는 심정으로 말했을 것이다.

보수 우파의 종가집을 대표하는 황 대표의 발언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유우파 진영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지난 8월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 토론회’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이 한데 모여 반성과 성찰의 자리를 갖고 야권의 ‘통합과 혁신’에 나서겠다고 공동 결의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 결의문에서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대안 세력을 만들기 위해 야권 통합을 추진한다. 야권 통합은 자유, 공화, 민주의 헌법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모든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라는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정당 및 우파 시민단체 등 모든 세력이 ‘대한민국 살리기’를 위해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자유우파 분열의 단초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 짓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탄핵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방안이 난무하고 있다. 총선 이후까지 탄핵문제를 유예하자는 ‘탄핵 유예론’, 탄핵은 이미 역사적 사실이 되었으니 덮고 가자는 ‘탄핵 종결론’, 탄핵은 향후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역사적 평가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조선시대에는 네 번의 성공한 반정(反正)이 있었다. 정안군(태종)이 주도한 왕자의 난, 수양대군(세조)이 주도한 계유정난, 진성대군(중종)을 옹립한 중종반정, 능양군(인조)을 옹립한 인조반정이 그것이다.

2016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확대를 위해 당시 집권당을 파괴하고 반정 일등공신 역할을 한 자유우파의 배신자들이다. 특히 김무성은 탄핵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복당했고, 최근에는 “우파 통합을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궤변(詭辯)을 내놓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有分數)’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승민도 김무성과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최근 통합파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자유우파 국민들은 아직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자유우파 의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본 덕목인 ‘자기희생’을 할 줄 모른다.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일어났는데도 탄핵에 앞장섰던 책임자들과 그 탄핵을 막지 못한 친박 실세와 당 지도부 공히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이 문제를 매듭 짓지 않고는 진정한 보수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 통합파들이 아무리 ‘선(先)통합 후(後)혁신’을 외쳐도 소리 없는 메아리로 돌아올 것이다. 민심을 움직이려면 자기희생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하는데 탄핵을 덮고 통합을 외치는 ‘뜬구름 잡기 식 통합’ 주장만으로는 떠나간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최소한 탄핵 주역과 이를 막지 못한 책임자들은 공히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이들이 권역별로 통합 우파 후보들의 선거지원 유세에 참여한다면 ‘탄핵 원죄’에서 벗어나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탄핵에 동조한 보수 야권 중진들은 모두 험지에 출마해서 ‘반(反) 문재인’ 전선에 앞장서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자유우파 의원들이 자기희생을 한다면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며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이 대한민국을 살리고 적폐세력과 토착왜구로 몰려 신음하고 있는 자유우파가 기사회생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탄핵문제는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자유우파의 멍에다. 올 연말 안에 매듭을 짓고 통합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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